[단독] 거래소 대표가 “코인 가격 올릴 것”…업사이드 ‘시세조종’ 의혹

등록 : 2019년 9월 2일 07:00 | 수정 : 2019년 9월 2일 00:03

출처=업사이드 홈페이지 캡처

일본증시 상장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가 고객에게 특정 코인의 목표가격을 제시하고 가격방어를 위한 매도량을 조언하는 등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의 녹취록이 나왔다. 거래소가 코인 거래를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세조종에 개입한다는 의혹은 종종 제기됐지만, 거래소 대표가 직접 이런 행위에 연루된 정황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1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사이드의 김승연 대표가 이 거래소 고객 진아무개씨와 나눈 통화의 녹취록을 입수했다.

녹취록과 진씨 등의 설명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4월26일 암호화폐 개발업을 하는 진씨에게 크립토늄(CRN)이라는 코인 1억5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진씨에게 “1억에서 1억5000만원 정도 블록딜이 좋을 것 같다”고 거래를 제안하면서 “저희가 (개당) 5원까지 (가격을)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 업사이드에서 해당 코인의 가격은 개당 3원 안팎이었다. 코인 가격을 6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진씨에게 해당 코인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코인 가격이) 너무 박살나지 않게만 팔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크립토늄 코인의 하루 거래량이 몇 천 만원 수준에 불과한 만큼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팔아치우면 가격이 폭락할 수 있으니 적정 물량을 분할 매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진씨가 하루 50만원 어치씩 팔 생각이라고 말하자 김 대표는 “그럼 괜찮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진씨가 해당 코인을 왜 진작 자신에게 팔려고 하지 않았냐고 묻자 “원래 아무한테도 안 주고 회사가 돈 벌려고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래는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입수한 두 사람의 통화 녹취 전문이다.

진아무개씨 : 대표님~
김승연 대표 : 안녕하세요.
진 : CRN 블록딜을 진작에 좀 주시지.
김승연 : 제가 원래 아무도 안드리고 회사가 돈벌려고 했었거든요.
진 : 하하. 그럼 ㅇㅇ(코인)는 물량이 많지는 않아요. 대표님 (물량은) 어느정도 생각하세요?
김승연 : 한장 정도요.
진 : 한장이면 1억?
김승연 : 5천에서 1억 사이.
진 : 그렇게는 안되고 많이하면 2천?
김승연 : 아니 뭐.. 괜찮아요.
진 : 하여튼 좋은 조건으로 하면 되고.
김승연 : CRN은 어느정도 하실거에요?
진 : CRN은 대표님이 1억 정도 하라면서요?
김승연 : 아니 1억에서 1억 5천이 좋을거 같은데.
진 : 1억 정도로 맞출게요.
김승연 : 그리고 요거 저희가 5원까지 올리려고 하거든요.
진 : 아 그래요?
김승연 : 그래서 이거 너무 박살나지 않게만 팔면 괜찮을것 같아요.
진 : 하루에 50만원 판다고 했어 내가.
김승연 : 그럼 괜찮아요.
진 : 네네 알겠어요. 예예
김승연 : 알겠습니다~

4월26일 크립토늄 코인을 넘겨받은 진씨는 함께 코인을 구매한 지인과 함께 업사이드 거래소에서 크립토늄을 조금씩 분할 매도했다. 김 대표의 ‘권고’대로 매도 규모는 하루 50~100만원 선을 지켰다. 거래 체결 뒤 약 보름이 지난 5월10일 크립토늄 가격은 3.39원으로 10% 가량 올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진씨는 자신의 업사이드 거래소 계정에 접속할 수 없게 됐다. 진씨는 “거액을 주고 코인을 구매했지만 업사이드 거래소의 방해로 6월7일 이후 거래소 로그인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6월7일 당시 크립토늄 가격은 1.20원까지 폭락했다. 로그인을 하지 못해 거래를 할 수 없게 된 진씨는 김 대표와 업사이드 쪽에 수차례 항의를 했지만, 지금까지 계정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 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김 대표 쪽이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진씨의 거래를 의도적으로 막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와 진씨의 사이도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인 가격은 6월7일 이후 급반등에 성공해 약 열흘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결국 김씨는 지난 8월 업사이드에 계정차단 해제요청과 자산청산 요청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업사이드는 진씨가 크립토늄이 아닌 다른 코인으로 이상거래를 일삼은 악성 이용자라서 계정을 동결했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왑 설명 와전됐다” vs “사기 행위 가능성”

김 대표는 코인데스크와의 통화에서, ‘코인 가격을 5원까지 올리려고 한다’는 자신의 발언을 인정하면서도, “호가창에 표시되는 시장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아니라, 업사이드가 도입하는 스왑 플랫폼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너무 박살나지 않게만 팔면 괜찮을것 같다’고 한 데 대해서는, “진씨가 크립토늄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한꺼번에 팔면 가격이 폭락할 거고, 그럼 그분에게 좋지 않을거라는 취지였지 다른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스왑 플랫폼’이란 암호화폐 거래소 업사이드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코인 거래 플랫폼을 말한다. 그러나 업사이드 홈페이지에서 ‘코인스왑’ 메뉴를 보면, 스왑 가능 코인 목록에 크립토늄은 없다. 업사이드 측 역시 추후 다시 질문했을 때 “크립토늄은 스왑 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크립토늄 거래 얘기를 하다가 아무 맥락 없이 다른 코인의 스왑 이야기를 꺼냈을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게다가 녹음 파일 이름으로 미루어보면 통화 시점은 4월24일로, 실제 거래가 성사되기 이틀 전이다. 실제 거래가 이뤄져 진씨가 크립토늄을 보유하기 이전 통화인 만큼 진씨의 급매도 및 가격 폭락에 대한 우려도 생뚱맞다.

정호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움)는 김 대표의 행위에 대해 “사기 또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고 떨어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지인에게 코인을 팔았다면 지인에 대한 사기, 가격을 올리려다 실패한 거라면 일반 코인 투자자에 대한 사기가 될 수 있다. 지인한테 원금보장 등의 언질을 줬으면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립토늄이라는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립토늄 홈페이지에는 개발자들이 누구인지 등 가장 기초적인 정보도 찾아볼 수 없고, 백서도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암호화폐 분석 전문가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프로젝트인 것 같다. 백서에도 기술에 대한 설명이 거의 전무하다”라고 말했다.

업사이드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마케팅·금융 기업 메탑스(メタップス, Metaps)의 한국 자회사인 미탭스플러스(Metaps Plus)가 2017년 11월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소다. 업사이드 쪽은 모회사가 일본의 상장기업인 만큼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대표는 구글 아태본부, 광고기업 인모비 등을 거쳐 2015년부터 미탭스플러스 CEO를 맡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업사이드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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