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국제 통화 시스템, 해답은 암호화폐

등록 : 2019년 9월 9일 10:00 | 수정 : 2019년 9월 9일 10:24

A Crypto Fix for a Broken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

출처=셔터스톡

국제 통화 시스템은 망가졌다. 그러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망가진 통화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통화 시스템을 지원하고 관리할 만한 사람도 있다. 곧 퇴임하는 잉글랜드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다.

카니 총재는 지난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 주최 잭슨홀 미팅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들을 하나의 바스켓으로 관리하면 (미국 달러화를 대체하는) “글로벌 패권통화”를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카니의 제안은 준비 통화로 미국 달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재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불균형과 위험을 해소하려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어떤 솔루션이든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간단한 해법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내년 1월이면 잉글랜드은행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카니의 입지와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섣불리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카니보다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 그러니 암호화폐를 통해 망가진 세계 금융 시스템을 고칠 방법을 하나 제안해보겠다. 물론 비트코인을 사라는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전문 경제학자도 아니고 암호화폐 전문가도 아니다. 따라서 분명 내 말에 반대하는 이들이 나타날 것을 잘 안다. 비판과 제안은 언제나 환영한다. 또한, 이전에도 지금 내 주장과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슷한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이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세계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폐의 구조적인 실패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출판한 책 5권 중 3권이 이 주제에 관한 것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참기가 어려웠다.

 

글로벌 화폐 시스템 고치기

나는 중앙은행이 완전히 새로운 글로벌 화폐를 만들기보다 디지털 화폐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 진출한 기업들이 스마트계약을 활용해서 자동화된 에스크로 계약을 생성하고 환율 변동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탈중앙화 거래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토믹스왑을 가능하게 해주는 알고리듬이 현재 개발되었고,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성도 많이 증대되었다. 때문에 달러 같은 중간 화폐에 의존하지 않고 국제 무역에서 외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은 곧 나올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이렇다. 러시아에서 한 수입업체가 중국의 수출업체와 계약을 하고 대금은 후불로 지급하기로 약속한다. 지급 후에는 러시아 루블화를 중국 위안화로 환전하게 된다. 각 당사자가 선호하는 디지털 화폐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상호운용성 프로토콜을 사용하면, (민간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건 CBDC이건) 두 회사는 “신뢰 없이” 탈중앙화된 에스크로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는 스마트계약을 맺을 수 있다. 배송과 계약 이행이 확정되면 결제 대금은 중국 수출업체로 전송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금은 처음의 환율로 러시아 수입업체에 환불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양 당사자는 불리한 환율 변동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달러로 결제를 중개할 필요도 없다. 두 당사자 모두 선물 계약, 외환 옵션 같은 비싼 환율 헤지 상품을 살 필요도 없다.

물론 몇달 간 활용할 수 있는 자본이 묶이는 점은 수입업체에 손실이다. 그러나 민간 은행에서 현재 환율 헤지 비용보다 훨씬 더 싼값에 단기 담보부 대출을 제공해줄 수 있다. 또한, 스마트계약이 지분증명 블록체인에서 실행되면 맡겨둔 자금으로 지분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이때 중앙은행은 무슨 역할을 하나?

먼저 중앙은행은 전체 신용이나 지분 모델을 지원할 수 있다. 은행의 거래 금융 사업에 유동성이나 담보를 제공하는 것이 미국 재무부의 불황 준비기금이나 다른 달러 자산에 적용하는 것보다 통화를 더 건설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둘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텐더민트(Tendermint)의 코스모스(Cosmos)나 패리티(Parity Technologies)의 폴카돗(Polkadot), 리플(Ripple)의 인터레저(Interledger) 같은 민간 프로토콜을 받아들이고 규제를 하든, 단일 공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해 여러 단체에 의뢰하든 공공 부문 정책 입안자들은 감독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자유주의자들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아무도 비트코인을 뺏어갈 수는 없다. 오히려 환율이 계속해서 요동칠 때 중앙은행이 통화 주권을 보유하게 되면 비트코인이 화폐 대체재로서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다.)

 

망가진 시스템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무역에서 달러의 중개가 더 이상 필요 없다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는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충격은 1971년에 금본위제가 폐지된 ‘닉슨 쇼크’보다 더 강력할 수도 있다.

준비 통화 시스템은 외국의 중앙은행들이 미국 정부 채권을 보유하고 달러가 다국적 회사 재무제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환차손을 예방하기 위해 탄생했다. 즉, 리스크가 제거되면 굳이 있을 필요가 없는 체계다.

그러나 카니가 지적하듯 달러의 패권은 지속할 수 없다. 현재 시스템은 망가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초조해질 때마다 ‘피난처’인 달러 자산으로 대거 몰려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서 볼 수 있듯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정책 자체에 있는데도 말이다.

이 현상은 금융 위기가 터질 때마다 점점 더 심각해져 심각한 왜곡과 경제적 역효과, 정치적 혼란을 낳는다. 또한 경제 성장 둔화와 17조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 채권 가치를 보면 당장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번에는 전통적인 중앙은행 정책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위기가 다시 발생하면 달러 기반 시스템에서 발생할 악순환은 예측이 가능하다. 달러는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수출 산업이 타격을 입고, 트럼프 같은 자유무역 반대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파괴적인 화폐 보복 전쟁의 위험이 대두될 것이다.

한편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신흥국의 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신흥 시장에서 자본 도피가 일어날 것이다. 중앙은행은 자국 화폐를 보호하고자 금리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는 긴축보다는 확장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조치는 경제에 더 해가 될 뿐이다. 실업률이 치솟고 정치 체계가 무너질 것이다.

현재 시스템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글로벌 저축 과잉’이라고 불렀던 상황을 양산한다. 글로벌 저축 과잉이란 당시 개도국들이 자국 개발에 쓸 수도 있던 자금을 달러 보유고에 보관해두던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에서는 이로 인해 적자가 상쇄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다시 말해 부채가 눈더미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프랑스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재무장관이 ‘과도한 특권’이라고 말했던 것은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달러 보유고는 인위적으로 미국의 금리를 낮추고 신용 위험을 낮게 책정하고 거품을 만들어내므로, 미국에는 오히려 저주에 가깝다. 2008년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며 위기가 불거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악은 달러 시스템이 민주주의와 경제 주권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연방 준비제도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모든 국가의 경제 성과가 달렸다. 연준의 저인플레/최대고용 목표는 미국의 경제 전망에 따라 결정된다. 이 정책적 부조화로 인해 각국 정부가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효과적인 방법을 추구하기 어려워진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연준은 원치 않더라도 세계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 달러를 각국 은행에 제공하게 된다. 지난번 금융 위기에서 이런 방식으로 ‘양적 완화 과잉’이 발생했다. 금융 자산, 런던의 부동산, 고가의 미술품 등으로 자금이 흘러갔지만, 중산층의 구매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이 정책이 실패하면서 세계화 자체에 반대하는 포퓰리스트 정책이 등장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위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자유무역 반대 정책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실제로 자금 흐름은 훨씬 더 세계화되고, 미국 달러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따라서 지금은 변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 내고 어떤 속도로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가다.

 

급격한 변화 vs. 온건한 변화

앞서 설명한 방법은 급격하게 채택할 수도 있고, 좀 더 매끄러운 전환을 위해 온건한 방식으로 협력을 통해 관리할 수도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예로 생각해 보자. 두 국가 모두 디지털 법정화폐를 개발하는 데 많은 자원을 쏟아부었고,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싶어 한다. 이 두 국가가 공동으로 디지털 위안화와 루블화 전용 양자간 크로스체인 스마트계약을 개발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다른 국가들도 이 사례를 따를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각국이 이렇게 급진적으로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면 미국과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카니 총재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함께 디지털 화폐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접근권을 선택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영이 위태로운 은행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금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이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의 글로벌 표준을 수립하도록 할 수도 있다.

어찌 되건 디지털 화폐,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 거래소를 뒷받침하는 기술은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다. 시한폭탄과도 같다.

와튼 스쿨 팟캐스트에 출연해 “스테이블코인은 불가피하다”고 했던 필라델피아 연준의 패트릭 하커와 카니 총재를 비롯한 몇몇 중앙은행 관리들은 이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다른 이들도 이를 빨리 깨달아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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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