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아닌 기능 중심으로 규제당국과 대화해야”

알렉산더 홉트너 독일 슈트트가르트 증권거래소 CEO

등록 : 2019년 9월 9일 20:00 | 수정 : 2019년 9월 9일 19:21

알렉산더 홉트너 독일 슈투트가르트 증권거래소 CEO. 출처=두나무

“규제당국은 기술이 아닌 기능을 규제한다.”

알렉산더 홉트너 슈트트가르트 증권거래소 CEO가 한 이 말의 뜻은, 새로운 기술이 전통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하면서도 기존과 같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면, 별도의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난 5일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19에서 ‘유럽 기관투자자 대상 서비스 향상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주제로 한 홉트너 CEO 강연의 뼈대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증권거래소(Boerse Stuttgart)는 지난 1월 모바일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비손(Bison)을 출시했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증권거래소로, 전통 금융기관이 암호자산 업계에 본격 진출한 사례로 주목 받았다. 알렉산더 홉트너 CEO는 “(암호화폐 산업을 통해) 금융 산업 전체의 큰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변화의 일부가 되지 못하면 먼저 진출한 이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해 자산 토큰화 플랫폼 개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증권거래소(Boerse Stuttgart)는 지난 1월 모바일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비손(Bison)을 출시했다. 출처=비손 웹사이트

홉트너 CEO는 “정부도 독일이 산업 발전의 주변부를 뛰어다니다가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서 갈 평생 한번 있을법한 기회라고 본 듯하다”며 “특히 유럽 내에서 증권형 토큰과 관련해 선도적 역할을 점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최상위 결정기구로부터 ‘디지털 어젠다’가 확립돼 있었고, 그 맥락에서 블록체인과 관련한 이야기도 워낙 많이 나왔다. 이에 여러 부처도 (암호화폐 금융 수용은) 가부가 아닌 시기의 문제라고 여기면서,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 결과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함께 할 기회가 마련됐다.”

독일 정부는 올초 블록체인 전략 개발을 위해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독일 재무부는 지난 3월 “증권이 종이 형태에 국한되지 않으며 전자 형태로 발행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권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홉트너 CEO는 “규제를 어기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여기는 건 규제 당국자들로서는 당연한 입장”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가진 규제 당국과 소통하려면 기술과 기능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 시장의 문제점은, 거래 후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말은 ‘세계 금융 시장’이라고 해도,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파편화 돼 있기 때문이다.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기존에 증권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를 매개하던 여러 시장 참여자의 복잡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기술로 이들의 역할을 대체하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다면, 적용해야 할 규제가 달라질 이유도 없다.”

그는 “새로운 증권 상품을 (기존 규제 체계에서)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할지만 정해지면, 그에 따른 규제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상품 종류에 따라 독일 정부가 적용하는 규정이 이미 면밀하게 나뉘어 때문이다. 그는 “거래 라이선스와 브로커 라이선스, 은행 라이선스, 청산 라이선스 등 현존하는 증권 관련 제도의 틀 안에서 다양한 (신규) 상품을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홉트너 CEO는 다자간 매매 체결 회사(MTF, multilateral trading facility) 제도를 예로 들었다. 독일 금융감독원(BaFin)이 면허를 발행하는 MTF는 새로운 형태의 증권거래소로 전자 시스템을 통해 매도자와 매수자 간 매매 체결 기능만을 제공한다. 지난해 12월 슈투트가르트는 BaFin에 MTF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독일에서 2차 시장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BaFin으로부터 MTF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우리가 궁금했던 건 어떤 상품이 어떤 분류에 들어가는지였다. 당국이 (증권형 토큰 거래 플랫폼을) MTF라고 분류만 해 준다면, 어떤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지는 관련 규정을 BaFin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만 받으면 쉽게 알 수 있다.”

알렉산더 홉트너는 증권형 토큰과 유틸리티 토큰 등에 대한 당국의 명확한 구분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의 경우 전통 시장이 제공하지 않던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 금융시장의 근본을 개혁할 기회가 왔다. 너무나 많은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 소개되고 있고, 그중에는 규제 당국의 기존 기준으로 봤을 때에도 주식시장에 편입될 수 있는 상품이 많다. 규제 당국도 이번에는 개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규제 당국과의 지속적 대화를 통해 조만간 많은 성취를 이루리라 기대한다.”

한편, 알렉산더 홉트너 CEO는 UDC 2019 강연 이튿날인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의원과 최운열, 김병욱 의원 등을 만났다. 민병두 의원은 이날 “독일 사례가 보여주듯 기존 틀 안에서 암호자산 거래를 인정하고, 이용자를 충분히 보호할 방법이 있다”며 “기술은 장려하되 역할은 제한하는 식으로 우리도 조속히 관련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운열 의원, 알렉산더 홉트너 독일 슈투트가르트 증권거래소 CEO,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김병욱 의원. 출처=민병두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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