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이후 담론 교체…익명성·자금세탁→프라이버시 보호”

[DAXPO 인터뷰] 에이미 다빈 김 디지털상공회의소 수석정책관

등록 : 2019년 9월 11일 16:10 | 수정 : 2019년 9월 12일 11:15

에이미 다빈 김 디지털상공회의소 수석정책관. 출처=디지털상공회의소

페이스북 리브라의 충격은 전세계 암호화폐 업계를 뒤흔든 게 분명하다. 페이스북의 본고장, 블록체인의 본고장 미국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미국 디지털상공회의소(Chamber of Digital Commerce)에서 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에이미 다빈 김 수석정책관(Chief Policy Officer)은 페이스북의 ‘규모’를 가리키며 “놀랍다”고 말했다. DAXPO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그를 지난 3일 오후 행사장에서 만났다.

-리브라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페이스북 자체의 이용자 규모, 지불 및 결제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자원은 놀랍다. 확장성과 운용성은 이 분야 사업에서 항상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인데, 그들은 이를 해결할 역량이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견제 움직임도 있고, 미국에서 페이스북에 대해 팽배해있는 신뢰의 문제도 있지만, 그 규모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올지, 중앙은행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등 주목할 것들이 많다. 다만 아직 완전히 개발이 된 것도 아니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리브라를 의식한 것이라는, 다시 말해 미-중 대결 양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리브라연합에는 미국 기업이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이쪽 업계 흐름을 지켜봐온 사람들은 중국이 이 분야에서 자원을 꽤 오랫동안 육성해왔다고 알고 있거나, 그렇게 의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CBDC 가속화가 기술 면에서 리브라에 대응하는 것이란 시각은 설득력이 있다. 가상화폐에서 지배적인 존재가 되기 위한 경쟁인 셈이다. 만약 중국의 CBDC와 리브라가 성공적으로 론칭한다면, 둘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중국 CBDC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모바일페이 서비스에 탑재될 것이라고들 한다. 누가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할지가 경쟁을 촉진시키고 있다. 물론 지정학적 경쟁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무역전쟁과는 성격이 다를 것 같다.”

-중국의 모바일페이 서비스는 실로 놀랍지만, 동시에 모든 개인의 소비 생활이 추적된다는 우려도 있다. 리브라도 같은 우려가 있지 않을까?
“리브라가 뛰어들면서 논의의 틀이 달라진 듯하다. 지난 몇해 동안 이쪽 업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문제는 익명성과 자금세탁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페이스북 소비자 프라이버시에서 확장된 CBDC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를 논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 같은 변화를 인식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영어로 ‘체임버’라고 줄여부르는 디지털상공회의소는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기업들이 가입한 디지털자산 업계 무역협회(trade association)이다. 회원사들은 200곳에 이르며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세계적으로 분포해있다. 한국 기업도 있다. 회원사들을 대표해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하고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체임버의 주된 임무다. 에이미 다빈 김은 “다른 나라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와 관련해 미국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표준을 정하는(스탠더드 세터) 구실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체임버는 지난 2월 미국 정부에 블록체인 국가 전략(national action plan)을 세워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에 어떤 태도인가?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 기술의 혁신성, 상업성,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덜 적극적이다. 성장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회의론이 팽배해있어서 어떻게 규제하고 어떻게 법을 집행할지에 쏠려있다. 균형이 잡혀있지 않다. 정부로서 이 기술을 어떻게 인도할지, 산업은 어떻게 발전할지 등에 대한 고민과 접근이 부족하다. 우리는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에 정부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보는가?
“그와는 약간 다른데, 기술과 업계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하면 될 것 같다. 미국이 비판 일변도의 태도를 취하면 세계가 모두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어떤 나라는 그걸 알고 자기 나라로 오라고 할 수도 있다. 아시아 여러 나라는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이 지배적인 시장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이 미국 소비자들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 그러니 우리는 정부가 업계를 이해해달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미국은 기술 면에서도 시장 면에서도 여러 다른 나라 참여자들에게 선례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목소리는 규제와 집행 등에만 집중돼있다. 시장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어떤 이익을 가져오며 어떻게 사회를 돕는지,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키는지 등에 대해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미국 경제는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제자금세탁기구(FATF) 의장을 맡은 기간 동안 추진된 권고가 결국 통과됐다. 새 권고를 어떻게 생각하나?
“업계가 성숙해서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지원 등으로부터 디지털자산 시장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가 전체적으로 조율해야 하는데, 의미있고 효율적으로 이를 달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만드는 데 있어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법 집행 역량을 강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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