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킹 락업해도 거래 가능한 ‘그림자 토큰’ 해커톤 우승…’떡상각’ 맞나요?

[인터뷰] DeFi 프로토콜 기업 에버렛

등록 : 2019년 9월 16일 17:00 | 수정 : 2019년 9월 16일 17:11

블록체인 프로젝트 에버렛(Everett)의 팀원들. 왼쪽부터 김재원, 윤정환, 차승훈, 박찬현.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해커톤 우승하고 달라진 건… 어… 한 달 사이에 제 트위터 팔로워가 10명 정도 늘었다는 거요?(웃음)”

순간 방안에 폭소가 터졌지만 웃음의 끝맛은 어딘가 씁쓸했다. 그들은 “해외에서 저희 작업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어서 꾸준히 그 쪽을 노려보려고 한다”고 입을 모았다.

블록체인 기업 ‘에버렛(Everett)’에게 지난 7월21일은 중요한 날이었다. 그들은 이날 종료된 블록체인 플랫폼 코스모스의 해커톤 ‘HackAtom Seoul’에 ‘Nonce A’라는 팀명으로 참가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2박3일동안 치러진 대회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 방식의 블록체인들이 기존 수준의 스테이킹을 유지하면서도 발행 화폐만큼 전체 플랫폼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데모 버전으로 구현했다.

스테이킹이란 PoS 블록체인에서 자신이 어느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을 스스로 제한(Lock-up)한 상태를 말한다. PoS 블록체인에서 사용자가 자기 토큰을 스테이킹 하면, 해당 토큰은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지금까지 동시에 둘 다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에버렛은 스테이킹 된 토큰을 기본 자산으로 하는 제 2의 그림자 토큰을 만들고 둘의 가격을 고정 연동(bonding)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렇게 할 경우 기본이 되는 블록체인의 보안성에는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그림자 토큰으로 기존엔 없던 유동성을 창출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테이킹 보상도 받으면서, 원본 토큰과 연동된 그림자 토큰으로 트레이딩이나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DeFi) 상품 투자가 가능해지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팀의 핵심 멤버인 박찬현씨와 김재원씨는 해커톤 대회 우승 후, 이같은 내용의 프로토콜을 제작해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를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블록체인 커뮤니티 논스에서 이들을 만났다. 인터뷰에는 박찬현, 김재원, 차승훈씨가 함께했다. 텍스트 기사 형식의 한계를 감안해 인터뷰에서 주고 받았던 질문과 답을 가급적 편집없이 살렸다.

–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찬현) “저희는 DeFi 프로토콜 기업 에버렛입니다. PoS 블록체인 위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어요.”

– 어떤 종류의 문제를 말하는 건가요?
(찬현) “PoS는 본질적으로 스테이킹이 필수적인 플랫폼이에요. 스테이킹 물량으로 전체 플랫폼의 보안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모든 PoS 블록체인이 참여자의 스테이킹 행위에 대해 어느정도 높은 수준의 보상을 해 줍니다.

가령 현재 코스모스 허브에 아톰(ATOM)을 스테이킹하면 연간 11.5%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이 토큰을 그냥 사용하거나 투자했을 경우 이만큼의 수익을 얻기 어렵다보니 사람들이 그냥 스테이킹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플랫폼 내에서 너무 많은 금액이 스테이킹 되면 거꾸로 유동성과 가격 안정성에 문제가 생겨요. 아톰 같은 경우는 전체 토큰 물량의 70% 정도는 스테이킹 되어있고 나머지 30%가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박찬현 에버렛(Everett) 공동창업자.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 플랫폼 이용자가 투자나 댑(dAPP) 이용으로 토큰을 쓸려면 자기가 포기해야 하는 스테이킹 수익률이 머릿속에 아른거리겠네요.
(찬현) “그렇죠. 거의 모든 PoS 체인의 공통적인 문제에요. 저희는 댑과 메인 체인의 프로토콜이 서로 경쟁하는 이런 생태계가 경제적으로 좀 비효율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재원) “토큰은 사용이 되어서 생태계 순환을 일으켜야 하는데 묶여있으면 곤란하잖아요. 그런데 어느날 찬현이가 술 먹다가 갑자기…(웃음).”

–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나요?
(찬현) “해당 PoS 블록체인의 토큰을 원본으로 가치가 1:1로 연동되는 그림자 토큰을 만들면 어떻냐고 물었죠. 아톰 토큰이 원본이라고 치면 ‘B아톰’이라는 토큰을 하나 더 만들어서, 아톰을 스테이킹 하면 B아톰을 코스모스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자. 그러면 스테이킹을 하면서도 해당 토큰을 실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재원) “평소 저희 작업하는 스타일이 찬현이가 아이디어를 내면 제가 듣고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거르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딱 얘기를 듣자마자 드는 생각이. ‘얘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나…'(웃음). 그런데 생각해 볼수록 신박한 아이디어인거에요. 그래서 주위에 경제에 대해서 좀 잘 아는 전공자들에게 들려줬죠. 다들 한번도 생각 못해본 지점인데 괜찮은 거 같다고 하길래, 아, 이건 ‘떡상각'(크게 흥할 징조)이다(라고 생각했죠).”

–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승훈) “저는 가장 좋았던 게, 이런 방식의 효율 개선이 플랫폼 참여자들에게 금전적 이득으로 돌아간다는 점이었어요. 참여자 입장에서는 원래 얻던 스테이킹 수익을 그대로 얻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본딩된 토큰으로 다른 투자를 하던지, 다른 DeFi 프로젝트를 통해서 추가적인 활용을 할 수 있게 되는거죠.
(재원) “다들 이거 PoS에서는 되게 첨예한 문제인것 같은데 아무도 생각을 안한 게 신기하다고. 칭찬 많이 받았어요. 코스모스 개발자인 윤정환님은 아이디어를 들려드렸더니 바로 팀으로 합류하셔서 그 멤버로 해커톤 대회에 나가게 됐죠. 코스모스 팀에서도 상당히 관심있어 했었어요.”

– 해커톤 우승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승훈) “사실 1등 하고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고 뭔지도 모르고. 그러다보니까 좀 우울해 지더라고요.”
(찬현) “달라진 거 없어요. 아! 일단 에버렛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요. 트위터 팔로우가 10명 정도 늘었나.(웃음) 한국은 PoS가 뭔지 아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으니까. 언론 인터뷰도 지금 처음 하는 거에요.(웃음)”

김재원 에버렛(Everett) 공동창업자.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찬현) “SDK 유니스왑 모듈이랑 코스모스 IBC 프로토콜을 활용해서 스테이킹된 토큰 파생상품 모델을 실제 UX 단계까지 개발하는 게 해커톤의 미션이었어요. 대회 끝난 후에는 개념을 좀 더 확장해서 에버렛 프로토콜을 코스모스, 이더리움 2.0, 엘론드 등에 앉힐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승훈) “스마트컨트랙트 사용이 가능하고, 사용자들이 원하는대로 그림자 토큰(bonded token)도 발행할 수 있는 콘셉트의 자체적인 블록체인 플랫폼도 개발 중이에요.”

– 팀원은 총 몇 명인가요?
(찬현) “완전 풀타임은 3명. 그 이외 파트타임으로 조금씩 도와주는 분들까지 포함하면 5명이에요.”
(재원) “팀에서 아직 버는 게 없어서 제가 사비 털어서 다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팀에서 ‘깨어있는 졸부’ 역을 맡고 있어요.(웃음)”

– 아니, 상금이 2000만원 정도 되는걸로 아는데.
(재원) “아. 저희가 해커톤 쪽에 제출해야 하는 게 좀 남아서 상금은 아직 수령을 못 했어요. 오히려 상금보다 이거 우승한 걸로 베를린 블록체인 위크 같은 곳에 연사로 초청됐던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 해외 반응은 어떻던가요?
(찬현) “베를린 블록체인 위크 가서 발표했었는데 거기서는 좀 색다른 반응들이 있었어요. 생각 못했던 부분이다. 알려줘서 고맙다. 뭐 이런 얘기들도 들었고. 지금 저희에게 투자하겠다는 분들도 대부분 외국 팀들이에요.”
(재원) “올해 하반기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DeFi 해커톤에도 참가할 계획이에요. 거기는 우승 상금이 5만 달러여서 기대하고 있습니다.(웃음)”

– 앞으로 기업 비전 같은 게 있다면요?
(찬현) “DeFi가 하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한정이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처럼 금융적인 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PoS 네트워크들을 연결해주는 기반을 닦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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