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분의1로 ‘뚝’…빗썸에서 모네로·대시 거래량 줄어든 이유

등록 : 2019년 9월 19일 11:00 | 수정 : 2019년 9월 19일 15:31

이미지 출처=한겨레

 

“전 세계 1등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빗썸은 이렇게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 9월2일 이후, 빗썸은 완전히 다른 거래소가 됐다. 거래량이 엄청나게 줄어 지난 1년여 양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코인마켓캡 기준 거래량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유는 외부가 아니라 빗썸 내부에 있었다. 빗썸 거래량 상위를 차지하던 모네로(XMR), 대시(DASH) 거래가 많게는 1만분의 1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거의 1년 가까이 빗썸내 거래량 상위에 올랐던 두 ‘다크코인’ 거래량은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수개월 이상 거래량 1, 2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2019년 8월22일 12시 빗썸 24시간 거래량 순위. 대시 1위, 모네로 2위. 대시 거래량이 비트코인보다 12배가 넘는다. 출처=빗썸 홈페이지 캡처

2019년 8월22일 12시 빗썸 24시간 거래량 순위. 대시 1위, 모네로 2위. 대시 거래량이 비트코인보다 12배가 넘는다. 출처=빗썸 홈페이지 캡처

위 표에서 19일이 지난, 2019년 9월10일 17시 빗썸 24시간 거래량. 모네로(35위), 대시(36위) 모두 3억원에 미달한다. 출처=빗썸 홈페이지 캡처

위 표에서 19일이 지난, 2019년 9월10일 17시 빗썸 24시간 거래량. 모네로(35위), 대시(36위) 모두 3억원에 미달한다. 출처=빗썸 홈페이지 캡처

시총보다 많은 거래량

빗썸에서 모네로 일일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2018년 12월18일이다. 이날 하루에만 8781억원이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 16일 거래량은 7882만원으로 1만배 이상 줄었다. 모네로는 빗썸내 거래량 순위에서도 58위로 떨어졌다.

대시도 마찬가지다. 2019년 3월7일, 1조2179억원 거래됐던 대시는 지난 16일엔 고작 3억원이 거래됐다. 반년 사이 4천배 차이가 난다. 빗썸 내 대시 거래량 순위는 37위였다.

빗썸내 모네로, 대시, 비트코인 거래량.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애초 빗썸내 두 코인의 거래량은 비정상적이었다. 빗썸에 따르면 모네로 거래량이 8781원이었던 날, 시가총액은 8225억원이었다. 대시 거래량이 1조2179억원이었던 날 시가총액은 8216억원이었다. 한국의 거래소 1곳에서 거래된 양이 전세계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이다.

빗썸의 석연치 않은 거래량은 업계에서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A 암호화폐 트레이딩 회사 관계자는 “코인마켓캡에서 거래량 10~20위인 모네로, 대시가 빗썸에서만 1, 2위를 하는 건 이상하다. 다크코인에 어떤 호재도 없는데 빗썸에서만 인기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훨씬 많이 거래되는 게 통상적인데 해외서도 (빗썸 거래량을) 의아하게 보는 것 같다. 코인마켓캡은 빗썸 거래량에서 모네로 통계를 빼버린다”고 말했다. 이는 거래소가 ‘보고한 거래량(Reported Volume)’과 자전거래를 제외한 ‘조정된 거래량(Adjusted Volume)’의 차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기준 빗썸의 전세계 순위는 ‘보고한 거래량’에선 34위였지만, ‘조정된 거래량’에선 192위였다. 암호화폐 자전거래를 분석하는 블록체인투명성연구소(BTI)는 지난 4월 빗썸에서 자전거래로 의심되는 거래가 총 거래의 90% 이상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빗썸 내 모네로 거래량 추이(주간). 상장 후 1년 동안 거래가 많지 않았으나, 2018년 10월8일 ‘에어드랍 이벤트 시즌2’ 시작과 함께 거래량이 폭등했다. 지난 9월2일 이벤트가 끝나면서 거래량도 함께 줄었다. 상단 모네로 가격 그래프를 보면 거래량과 별 관련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출처=빗썸 홈페이지 캡처

300억원 수수료 무료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빗썸내 두 코인의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두 코인의 거래량 폭등 시기는 빗썸 이벤트 기간과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네로는 2018년 10월8일 거래량이 폭등했는데 이날 ‘에어드랍 이벤트 시즌2’가 시작했다. 대시는 ‘슈퍼 에어드랍 시즌3’이 시작한 같은해 11월12일부터 거래량이 폭등했다.

이벤트는 거래 독려용이었다. 투자자가 1만원을 내면, 빗썸은 코인 5종에 한해 ‘거래 수수료 무료 쿠폰’을 줬다. 한도는 1시간 동안 300억원이다. 빗썸은 이어 누적 거래금액 상위 300명에게 1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지급했다. 코인 5종엔 모네로와 대시가 포함됐다.

빗썸 슈퍼 에어드랍 이벤트2. 출처=빗썸 캡처

업계에선 빗썸 이벤트에 대해 ‘수수료 부담이 없는 투자자가 스스로 팔고 사는 행위를 반복하는 자전거래를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B 암호화폐 트레이딩 회사 관계자는 “거래소들은 전체 거래량이 많게 보이려고 자전거래를 한다. 거래소가 직접 하거나, 마켓메이킹 회사를 쓰거나, 투자자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거래량을 자전으로 늘리면 코인마켓캡에서 거래소 순위가 올라간다. 높을수록 코인마켓캡이 광고판으로 활용되는 거다. 많은 중국 거래소가 같은 수법을 쓴다. 순위를 무기로 사용해서 암호화폐 회사에 상장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 한 암호화폐 VC 관계자

빗썸 “자전거래 근거 없어”

빗썸의 이벤트 시작 시점은 이른바 ‘암호화폐 겨울’과 겹친다. B사 관계자는 “2018년 여름부터 계속 하락장이었는데 빗썸에서 익명코인들은 거래량이 하루에만 몇천억원씩 나와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면서 빗썸의 거래량 펌핑을 의심했다.

거래량을 확실히 올려주자 빗썸은 이벤트를 거의 상시화했다. ‘스프링 페스티벌’이 끝나면 다음날 ‘썸머 페스티벌’ 이벤트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이때는 1만원도 받지 않고 ‘수수료 무료 쿠폰’을 주고, 누적거래 상위자에게 매주 암호화폐를 경품으로 지급했다.

2019년 썸머 페스티벌. 출처=빗썸 캡처

빗썸도 이벤트 덕에 거래량이 많아진 건 인정했다. 빗썸(비티씨코리아닷컴) 관계자는 모네로·대시 거래량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5종 코인을 거래하면 수수료 무료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했다. 투자자들이 경품인 암호화폐를 받으려고 거래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의 이벤트는 지난 9월1일 끝났다. 코인마켓캡이 빗썸의 24시간 조정된 거래량을 0원으로 처리하면서 9월17일 기준 빗썸의 거래량 순위는 업비트(46위), 코인원(71위), 한빗코(89위), 고팍스(105위), 코빗(109위), CPDAX(145위)보다 아래인 192위로 주저앉았다.

빗썸은 이게 자전거래나 시세조작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경 압수수색 때도 조사했고, 은행과 실명가상계좌 계약할 때도 이상거래는 다 검사를 한다”면서 “자전거래라는 근거가 없다. 이벤트는 다른 거래소도 다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자금세탁 or 가두리 펌핑?

금융당국도 이런 동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아직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감독대상이 아니지만,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네로, 대시가 다크코인이라는 점이 당국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송내역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비트코인 등과 달리 이 코인들은 발신자, 수신자, 금액 등을 모두 익명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일 암호화폐 거래소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특정 거래소에서 모네로의 거래량이 많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최근 일부 거래소들은 이런 코인들의 상장폐지를 준비하고 있다.

다크코인은 거래내역 추적이 어려운 만큼 불법적인 자금을 세탁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빗썸은 지난 3월30일부터 모네로와 대시의 입출금을 정지한 상태다. 적어도 3월 이후의 높은 빗썸 내 거래량은 자금세탁과는 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입출금이 막힌 이 기간 동안 거래소에서 일명 ‘가두리 펌핑’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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