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전설’ 소리바다의 ‘이상한’ 블록체인 사업…그것도 두번째

등록 : 2019년 9월 23일 09:00 | 수정 : 2019년 9월 23일 08:43

올해 진행된 소리바다어워즈 모습. 출처=소리바다

한때 국내 음원 유통 시장을 장악했던 소리바다가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신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첫 번째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자금 조달 실패로 무산되고 소송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소리바다가 또다시 블록체인 프로젝트 개발을 발표한 것은 주가를 띄우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14일 소리바다는 블록체인 기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을 위한 메인넷 개발이 완료됐다면서, 이를 토대로 새로운 음원 유통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리바다는 비트코인 재단 의장이자 EOS ‘고래’로 잘 알려진 브록 피어스(Brock Pierce)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리바다가 과연 블록체인 사업을 펼칠 역량이 있는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다. 소리바다는 지난해 4월17일 설립한 블록체인 사업 관련 자회사 소리바다벤처스가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사업도 진행된 바 없다. 블록체인 메인넷 개발이 완료됐다고 발표한 지 한달이 넘었음에도, 여태껏 백서나 소스코드 등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리바다가 8월5일 블록체인 기반 음원 유통 플랫폼을 만든다면서 이 사진을 공개했다. 소리바다는 브록 피어스(오른쪽) 비트코인 재단 의장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며, 열흘 뒤인 14일 플랫폼 완성 및 서비스 개발을 선언했다. 왼쪽은 ‘소리바다 회장’으로 불리는 오아무개씨. 출처=소리바다

1년 전 사업 흐지부지…엔젤투자자들은 소송중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소리바다의 미심쩍은 전력이다. 지난해 10월 시작했던 블록체인 사업이 시작도 못한 채 소송에 휘말려있기 때문이다.

당시 소리바다는 비공식적으로 엔트리움(ENTRIUM)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리바다 관계자들이 주도한 프로젝트로, 투자자 대상 설명 자료의 관계자 명단을 보면 소리바다의 관계사(포인터허브)에서 마케팅 이사를 맡고있던 홍아무개 씨가 맨처음으로 나온다. 소리바다의 대주주 제이메이슨의 오아무개 이사(전 대표)도 이름을 올렸다. 오 이사의 직함은 ‘소리바다 회장’이라고 나온다. 엔트리움 사무실은 강남구에 위치한 소리바다 건물에 입주해 있다.

엔트리움은 애초 디지털 음원의 불법 복제 탓에 크리에이터들이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며, 블록체인 기반 엔터테인먼트 유틸리티 프로토콜을 선언하고 나섰다. 백서에 공개된 로드맵에 따르면, 엔트리움은 ETR 토큰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공연 티켓 결제 서비스 등을 차례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엔트리움은 계획만 세웠을 뿐 발을 떼지 못했다. 프라이빗세일에 앞서 진행된 엔젤투자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엔젤투자는 벤처 기업이 창업하기 전에 개인으로부터 초기 운영비를 투자받는 형식의 자금 모집이다. 당시 소리바다는 만성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복수의 투자자들이 수십 억 원대 투자금을 엔트리움에 넣었다. 그러나 엔젤투자는 목표했던 금액만큼 진행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투자 한달 뒤인 11월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엔트리움 홍씨도 반환을 약속했다. 그러나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투자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결국 홍씨 등을 횡령 혐의로 고소하고 투자금 반환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소리바다의 새로운 블록체인 사업에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엔트리움 토큰(ETR)을 활용한 서비스 구조. 출처=엔트리움

주가 조작? 감사 조작? 소리바다의 ‘수상한’ 사람들

수면 위로 드러나있는 소리바다 관련 인물들과 관련해서는 주가 조작, 감사 조작 등 의혹도 제기된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입수한 녹취를 보면, 엔트리움 홍씨가 제이메이슨(소리바다 대주주) 오 이사와 함께 소리바다 재무제표 감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나타난다.

“(소리바다가)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넘겼지만, 다행이지만 회장님(오씨)이 (감사보고서에) ‘한정’을 빼겠다고 그러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정이라도 나오면 회사가 살았으니까 돈을 바로 뺄 줄 알았다.” – 엔트리움 홍아무개씨, 3월5일(녹음파일명 기준)

결국 ‘회장님’이라고 언급되는 오씨가 감사보고서에 제시된 ‘한정 의견'(회사가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을 바꾸려 든다는 내용이다. 실제 열흘 뒤인 3월 15일 공시된 감사보고서는 “회사(소리바다)는 보고기준일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00% 이상 초과하고 있고, 지속적인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적정의견’을 냈다.

또다른 녹취를 보면, 엔트리움 투자금 반환 자금 마련을 위한 주가 조작 의혹도 제기된다. 홍씨는 지난 3월19일(녹음파일명 기준) 한 투자자에게 소리바다 관련 공시가 나오면 주식을 팔아서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원래 어제 우리가 (소리바다 주가를) 상 보내고(상한가를 기록하고), 오늘도 상 보내야 했어, 근데 어제(18일) 막판 2분 남겨놓고 500만 주를 던지더라고, 그래서 상한가가 풀렸어, 원래 오늘 10% 이상 올렸어야 했는데 못 그랬어. 아침에 10% 찍은 다음에 내보내면 돼.” – 엔트리움 홍아무개씨, 3월19일

실제 홍씨가 언급한 3월 18일 소리바다 주가는 21.36%가 오른 1210원에 장 마감했다. 녹취가 이뤄진 19일에는 소폭 하락한 1170원에 장이 끝났다.

엔트리움 백서에 공개된 홍씨와 오씨 내용. 출처=엔트리움

2000년대초 MP3 공유서비스의 전설

소리바다는 지난 2000년 P2P(Peer to Peer) 방식 파일 공유 서비스를 시작해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음악 파일에 널리 이용되면서 음원 저작권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듬해인 2001년 국내 음반 제작자들이 소리바다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소리바다 서비스는 1년 만에 중단됐다. 2002년 저작권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중개 서버를 제거하고 필터링 기능을 강화한 버전을 공개하며 서비스를 재개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다수 음반사와 음원 저작권 소송에 휩싸였다. 결국 사용자가 빠르게 이탈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이후 다운로드 방식이 아닌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의 음원 사용이 대세를 형성하면서 소리바다는 타격을 입었다. 2012년부터는 매해 적자에 빠지며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소리바다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였던 양정환·양일환 형제는 2016년 3월 중국 상하이투자청이 홍콩에 설립한 전문 투자기업 ISPC리미티드에 지분을 모두 넘기며 손을 뗐다. 소리바다의 대주주가 된 ISPC리미티드는 보유 주식을 같은 해 12월 제이메이슨이라는 한국 기업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넘겼다. 제이메이슨은 현재 소리바다 지분 14.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제이메이슨은 2015년 충남 아산시에서 경영컨설팅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이 기사에 등장한 오씨와 김아무개씨가 대표와 이사를 번갈아 맡고 있다. 소리바다의 회장으로 불리는 오씨는 2016년 12월 제이메이슨 대표를 맡고 있었다. 현재 제이메이슨 대표는 오씨가 아닌 김씨다. 즉, 오씨의 공식 직함은 소리바다 대주주(제이메이슨) 이사다. 그럼에도 오씨가 소리바다 회장으로 소개되는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오씨가 직책상 블록체인 사업을 포함한 소리바다의 경영에 여전히 관련된 인물이란 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소리바다의 새로운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지난해 사업의 논란에 대해 해명을 듣고자 홍씨와 오 이사에게 각각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홍씨는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소리바다 회장’ 오 이사는 첫번째 연락 때 “지금은 미팅 중이니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답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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