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동남아시아, 암호화폐 가이드라인 마련 박차

암호화폐 산업 활발한 국가들 기존 법 수정해 암호화폐에 적용

등록 : 2019년 9월 24일 09:00 | 수정 : 2019년 9월 24일 07:59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연구소 아폴린 블랑댕 연구원이 지난 3일 부산에서 열린 ‘댁스포 2019’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이정아/한겨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 6월 암호화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국제기준을 발표했다.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내년 6월까지 이 기준에 따라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 4건을 비롯한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머물러 있다.

암호화폐를 섣불리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는 건 한국뿐이 아닌 듯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연구소가 지난 4월 실시한 조사에서, 전세계 규제기관의 65%는 “다른 나라가 암호화폐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참고하려고 지켜보고 있다”고 응답했다. 아폴린 블랑댕 대안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3일 ‘디지털자산거래소박람회(DAXPO·댁스포) 2019’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대안금융연구소는 세계 108개 사법권이 지금껏 내놓은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크게 네 유형으로 분류했다. △기존 법·규제 적용 △기존 법·규제 수정 적용 △암호화폐 맞춤 규제 신설 △암호화폐를 포함한 신기술 기반 금융 관련 맞춤형 규제 체계 신설 등이다. 해당 지역에서 암호화폐 관련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가에 따라 각 사법권의 대응 유형이 갈렸다. 연구소에 따르면 암호화폐 관련 활동이 활발한 사법권의 절반 가까이(47%)가, 증권법과 같은 기존 금융 관련 법을 일부 수정해 암호화폐에도 적용했다.

에스토니아는 2017년 10월 자금세탁방지법과 테러자금법을 일부 개정해, 암호화폐 거래소 및 지갑과 관련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독일은 금융감독원(BaFIN)이 기존 증권법에 따라 개별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권’ 발행을 승인한다.

업비트가 지난 4~5일 인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9’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두나무 이석우 대표, 발렌틴 쇤딘스트 악셀슈프링거 수석 부사장, 알렉산더 횝트너 슈투트가르트증권거래소 대표,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 김국현 업비트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출처=두나무

댁스포에 이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지난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인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개최한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9’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독일에서 둘째로 큰 증권거래소로, 지난 1월 모바일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비존(Bison)을 출시한 슈투트가르트 증권거래소(Boerse Stuttgart)의 알렉산더 횝트너 대표는 5일 패널 토론에서 “독일에서는 새로운 증권 상품을 (기존 규제 체계 가운데)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할지만 정해지면, 그에 따른 규제는 명확하다”고 소개했다. 횝트너 대표는 독일에서는 블록체인에서 발행되는 토큰의 증권성 여부만 가려진다면 기존 증권법에 따라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당국은 기술이 아닌 기능을 규제한다”며 새로운 기술이 전통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하면서도 기존과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면 굳이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만드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국현 업비트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대표는 “팜오일과 석탄 등 상품시장이 발달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자산도 상품으로 보고 선물 규제 당국이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비트가 처음 해외 사업을 시작한 2017년만 해도 중앙은행 차원의 신중론 이외에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있는 국가가 거의 없었으나, 최근 들어 동남아시아의 많은 규제당국이 다른 규제당국이나 중앙은행, 그리고 산업 종사자들과의 논의 필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산업 종사자들은 규제당국이 적절한 규제를 내놓도록 하기 위해선,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질 좋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대안금융연구소는 정보의 접근성이 낮고, 공개된 정보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 각 규제당국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특히 토큰 생성과 분배, 그리고 2차 거래와 관련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24일치 한겨레 19면과 인터넷한겨레에도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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