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정장’ 저커버그, 워싱턴에서 선물 커녕 숙제만 떠안았다

9월 24일 워싱턴브리핑 by Fintech Beat

등록 : 2019년 9월 24일 16:00 | 수정 : 2019년 9월 24일 15:42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미국의 기술·언론 기업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동향을 소개하는 콘텐츠 ‘워싱턴브리핑 by Fintech Beat’를 주1회 발행합니다. 피스컬노트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통해 각종 정책 자료와 관련 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IT 서비스 기업으로, 산하 매체인 씨큐앤롤콜(CQ and Roll Call)이 엄선한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를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제공합니다.

저커버그, 워싱턴에 가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주 미국 정부와 의회, 규제 기관이 모여 있는 수도 워싱턴을 방문했다. 페이스북은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규제 당국의 강도 높은 비판과 반발에 직면했다. 규제 당국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리브라 출시는 고사하고 기존 페이스북의 사업마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가운데 저커버그가 직접 규제 당국을 설득하러 워싱턴을 전격 방문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18~20일 사흘간 워싱턴에 머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의원들, 규제기관 담당자들을 잇달아 만났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좀처럼 입을 일 없는, 지난해 의회 청문회 때 입었던 정장에 타이 차림이었다.

 

저커버그가 만난 사람들

저커버그가 워싱턴에서 만난 주요 인사의 목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은 따로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공화) 하원 원내대표
  • 더그 콜린스(Doug Collins, 공화) 하원 법사위원회 간사
  • 그렉 월든(Greg Walden, 공화)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간사
  • 마크 워너(Mark warner, 민주) 상원 정보위원회 간사

 

효과 있을까?

이미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페이스북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연방통상위원회(FTC)는 고객 개인정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어 페이스북에 5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의회는 가상화폐는 물론 소셜미디어의 콘텐츠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금지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발표하자 의회와 행정부 고위 관리, 외국 정부는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리브라와 암호화폐를 비판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많은 대기업이 워싱턴과 규제 당국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페이스북도 미리 규제 당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조율하지 않은 채 덜컥 리브라 백서를 발표한 대가를 치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회와 규제 당국은 예상보다 훨씬 더 완강히 반발했다. 저커버그가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해 직접 나섰지만, 페이스북을 향한 워싱턴의 시선이 워낙 곱지 않던 탓에 이번 방문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CEO들은 의회나 규제 기관과 규제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워싱턴을 찾는다. 올해만 해도 이미 구글, 애플, 트위터의 CEO가 모두 워싱턴을 다녀갔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실리콘밸리 대기업 CEO 가운데서도 특히 워싱턴에 잘 오지 않는 CEO로 유명하다. 지난 2017년 의회가 이른바 페이스북을 이용한 외국 정부의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 관련 청문회를 열었을 때 저커버그는 끝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저커버그는 이듬해인 2018년 봄에야 증인으로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고, 이후 공식적으로 워싱턴을 찾은 건 지난주가 처음이다.

저커버그가 워싱턴에 자주 오지 않을 뿐 페이스북은 다양한 경로로 워싱턴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리브라와 관련해 규제 당국을 설득하기 위해 로비스트를 확충하고, 로비 회사와 추가로 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에는 저커버그가 직접 워싱턴포스트에 테크 분야 규제에 대한 제안을 담은 칼럼을 쓰기도 했다.


 

미 상원의원, 저커버그에 “인스타그램·왓츠앱 당장 매각하라”

페이스북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 온 조시 홀리(Josh Hawley, 공화, 미주리) 상원의원이 페이스북에 대표적인 자회사 두 개를 매각하라고 권고했다. 홀리 의원은 지난주 워싱턴을 찾은 저커버그에게 직접 이 말을 전했다.

 

말말말

“(저커버그에게) 페이스북이 진정으로 고객의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신경 쓴다면 이를 행동으로 증명하라고 말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당장 매각하라고 했죠. 두 서비스를 팔고 페이스북이라는 핵심 서비스와 제품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시장의 원칙을 지켜가며 사업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잠재적인 경쟁사와 경쟁 서비스를 사들여 시장에서 경쟁 요소를 지워내며 독점적 위치를 다지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반대로 페이스북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페이스북은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달라고 말했습니다.” – 조시 홀리 상원의원

저커버그는 홀리 의원에서 뭐라고 답했을까? 홀리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저커버그가) 제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과 반독점법

홀리 의원은 워싱턴에서 이미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를 저커버그에게 했을 뿐이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는 대형 테크 기업을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이 바닥에 떨어진 워싱턴 규제 당국의 신뢰를 얻으려면 자회사를 일부 매각하는 것이 결자해지의 자세라는 주장이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자회사를 매각하더라도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차원의 반독점법 조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페이스북이 야심 차게 준비한 리브라를 출시하는 데 필요한 의회와 규제 당국의 협조를 얻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게다가 암호화폐 관련 규제는 이제 막 틀을 잡아가는 단계이므로, 규제 당국이 페이스북의 계획대로 내년까지 리브라에 대한 심사를 마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리브라 출시에 필요한 규제 당국의 신뢰를 얻지 못해 고전하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워싱턴 정가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규제 당국이 페이스북을 신뢰할 수 없다며 리브라를 강도 높게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신뢰를 회복하고 리브라를 안정적으로 출시,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인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전 세계 여러 나라 규제 당국과도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 소셜미디어 내 혐오 발언 차단위원회 신설 검토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에 소셜미디어상의 해로운 콘텐츠를 차단하는 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이 이르면 이번 주 발의된다. 새로운 법안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혐오 발언을 비롯한 해로운 콘텐츠를 어떻게 걸러내고 차단하는지도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으로서는 새로운 ‘전선’이 생기면서, 리브라를 향한 규제에만 신경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을 비롯한 폭력 사건을 촉발하는 원인 가운데 특정 집단을 향한 편견을 조장하는 온라인상의 혐오 발언이 특히 문제로 지목됐다. 의회는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의 혐오 발언을 규제하고 차단하는 방법을 고심해 왔다.

논의 중인 법안에 따르면, 국토안보부 산하에 설치될 새로운 위원회에는 청문회를 열고 증인을 소환하며 미국인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법안을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특히 소셜미디어 전담 태스크포스를 별도로 꾸려 국가 안보와 관련된 혐오 발언이나 사건에 관해서는 국토안보부에 직접 상황을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콘텐츠 관리는 페이스북의 또 다른 약점

페이스북은 그동안 혐오 발언이나 가짜뉴스 등 해로운 콘텐츠를 관리하고 차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콘텐츠와 이용자를 관리하는 문제는 고객의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혐오 발언이나 해로운 콘텐츠와 관련해 페이스북이 규제 당국의 조사에서 수세에 몰리면 내년으로 예정된 리브라 출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상원 상업과학교통위원회는 지난 18일 ‘디지털 책임성(digital responsibility)’ 청문회를 열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임직원이 증인으로 나와 해로운 콘텐츠를 어떻게 차단, 관리하고 있는지 의회에 증언했다. 특히 해로운 콘텐츠를 자동으로 감지해내 적발하고 즉시 삭제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어졌다.

 

말말말

“사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처음부터 더 확실히 해야 했던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럴 만한 기술력을 충분히 갖춰놓고도 이 문제를 소홀히 해온 점은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 리처드 블루멘탈(Richard Blumenthal, 민주, 코네티컷) 상원의원 청문회 발언

“귀사의 서비스와 제품이 시민들의 인권을 비롯한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며, 귀사의 서비스로 인해 역사적으로 약자인 소수 집단을 향한 편견이 강화되거나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도록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시민단체 연합이 9월 17일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유튜브 CEO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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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