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레포시장 위기와 비트코인의 가능성

등록 : 2019년 9월 26일 09:00 | 수정 : 2019년 9월 26일 06:55

What Billions in Fed Repo Injections Reveal About the Promise of Bitcoin

출처=셔터스톡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레포(Repo) 시장에 278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했다. 레포는 시중은행이 하룻밤 동안 사용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 자산을 담보로 구매하는 환매조건부채권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 이후 연준이 레포시장에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과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채권 시장의 상황과 기업의 법인세 납부 기간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 유동성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만큼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7조 달러 규모의 채권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경기가 곧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놀랍지 않게도 암호화폐 옹호론자 중 일부는 이러한 암울한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이미 많은 호들러(HODLer)들은 트위터를 통해 지금이야말로 비트코인을 사야 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당분간은 지금의 상황이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견하기 쉽지 않다.

2008년과 같은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면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전자산’으로 보고 대량으로 사들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많은 리스크를 동반하는 ‘투기자산’으로 취급해 투매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시장은 급등할 수도, 반대로 급락할 수도 있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들이 실질적으로 전통적인 채권 시장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증권형 토큰이 보편화하면 결제 절차가 단축돼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메이커다오(MakerDAO) 등이 추진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금융(DeFi)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탈중앙화 프로토콜을 이용해 담보를 관리할 수 있어 마찬가지로 신뢰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이 솔루션들은 해킹이나 소프트웨어 오류 등에 취약해 대규모 담보 인출과 부도 사태가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성을 지닐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기존 금융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하고,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주 중요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보자.

 

마이너스 금리

돈을 빌려주면서 그 돈을 빌려 가는 대가로 사례금까지 얹어주는 현상은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마이너스 금리가 유지된다는 건 그만큼 대출 수요가 안전자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에 대한 수요가 너무 높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극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이런 심리를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실제로 투자할 만한 좋은 기회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일 수 있다. 물론 경제 전망이 지속해서 나빠지고 있어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기회가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있는데도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투자가 어려운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이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담보를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개발도상국의 토지, 원자재, 에너지 등에 대한 대출과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아울러 기존의 무역금융 체제에서는 중소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받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매출채권 토큰화 등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다면 이런 장벽들도 제거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자산과 담보물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고,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 소토가 말하는 것처럼 세계 빈국에 존재하는 20조 달러 규모의 ‘죽은 자본(dead capital)’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투자 기회가 생겨난다는 점이다. 채권에 투자해 저조한 수익에 만족할 수밖에 없던 날들은 모두 지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세계 경기 둔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 분쟁의 여파로 제조업 분야 지표가 전방위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특히 재고와 장비에 대한 기업의 현재와 미래의 지출 동향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오는 소비재 물품의 수입을 가로막으면서 미국 수입회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고, 중국 정부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두 강대국의 싸움으로 세계 경제활동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그런데 애초에 왜 이런 분쟁이 시작됐는지 되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불만은 충분히 타당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유리한 중상주의적 정책을 중앙에서 계획하고 집행하면서 해외 기업들이 보기에는 불공평한 경쟁 환경을 만들었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과 기업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여기도 암호화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암호화폐 등 탈중앙화 기술이 보편화하면 중국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 통제할 수 있는 여력도 그만큼 줄어든다. 수많은 중국 기업과 중국 국민 수억 명이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비트코인을 사용한다면 중국 정부는 자본도피 위험을 제거하고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개방적인 경제 정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자들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중국과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레포시장 개입

레포 등 단기 금융시장에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위기와 그 기반이 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은 이미 곳곳에서 검토되고 있다. 분산원장 기술은 은행 간 대출 시장에서 채권과 담보 증권을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월등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JP모건에 있다가 2014년에 디지털에셋(Digital Asset)을 창립한 금융 전문가 블라이스 마스터스는 결제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보편적으로 검증 가능한 장부를 활용하면 복잡한 관계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세계 금융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이를 통해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불신과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 디지털에셋은 물론, 백오피스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성공한 사례는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금융기관들과 이들을 규제하는 금융 당국이 자신들의 역할을 불필요하게 만들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분산원장의 특성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비싸고 폭넓은 도입이 어려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는 혼합형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기존의 백오피스 업무를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줄기 빛

그렇다면 시장은 애초에 왜 이토록 취약한 금융 시스템을 그대로 놔두고 용인해온 것일까?  중앙은행이 은행 간 대출 시장에 개입하는 유일한 이유는 현금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시장의 결제 체계가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고, 필요할 때 중앙은행이 일시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고객이 맡긴 돈을 찾으러 올 때 바로 지급할 수 없을 만큼 은행이 보유한 현금이 부족해지면 대량 예금인출 사태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세입자는 집세를 내지 못하며 현금인출기에 든 돈이 바닥 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가 완전히 마비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은행들이 바로 이런 이유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정치권이 결국에는 은행을 구제해주리라는 점을 너무나도 잘 안다는 것이다. 대마불사의 논리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은행이 장기 대출 업무만 담당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입출금 계좌나 현금카드, 신용카드 등을 모두 없애고 각 개인이 자체 보관하고 있는 현금이나 디지털 통화를 거래상대방과 직접 교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금전적 가치를 교환할 때 근본적으로 취약한 지급 준비 제도에 근간을 둔 채권이나 어음 등을 이용하는 대신 비트코인이나 법정통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또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 등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부족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은행에 가장 많은 돈을 대출해주는 기관들은 타격을 입고 그들의 주가는 하락하겠지만, 연준을 비롯한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은 별다른 여파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기자이자 논평가인 하이디 무어가 지난주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미국 레포시장의 위기는 현존하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부족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적어도 블록체인 기술은 오늘날 금융 시스템에 나타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할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 준다.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과 힘의 불균형, 그리고 구조적 리스크는 결국 그 중심에 신뢰 부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이러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들이 나올 수 있으므로 가벼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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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