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블록체인 드라이브,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등록 : 2019년 10월 30일 08:00 | 수정 : 2019년 10월 29일 17:22

China Seizes the Blockchain Opportunity. How Should the US Respond?

출처=셔터스톡

 

중국 정부는 ‘~한다면’ 하는 식의 가정적 성명의 발표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 뭐가 됐건 막대한 준비 작업과 검토를 거친 뒤에야 계획을 공개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나가듯이 블록체인 기술을 언급하며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비록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없었다 해도, 후속조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 코인데스크 보도에서 보듯이, 중국에는 수많은 블록체인 개발이 이미 진행중이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아무 생각 없이 안주해서는 결코 안 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주 리브라 암호화폐 프로젝트 관련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이 혁신에서 뒤처질 위험에 있다고 했는데, 중국발 뉴스는 이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중국이 치고 나가는 동안, 미국은 시범 테스트 단계에 오랫동안 머물게 될 프로젝트와 관련한 논쟁을 이어가고, 수많은 다른 암호화폐 아이디어의 앞길에 규제의 걸림돌을 던지고 있다.

그곳엔 뭔가 있다

암호화폐 업계의 많은 이들은 분명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을 무시한다. 대부분 허가된 이들만 참여하므로 중앙화 정도가 높을 것이고, 분산 원장이라 해도 규제 아래 놓인 이들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이다. ‘규제 아래’라는 것은 반드시 직접적인 정부의 통제관리는 아니라 해도 컨소시엄이나 당국의 감독 및 개입이 언제든지 가능한 기관들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블록체인 구조는 탈중앙, 무신뢰 등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퍼블릭 블록체인이 기반한 기본 명제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닉 카터는 시진핑의 ‘블록체인’ 발언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그것이 비트코인 폭등의 배경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발언은 뭔가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분산원장에 대한 접근법이 암호화폐의 이상에 미치지 못하고 SQL 데이터베이스로도 잘 관리될 수 있는 이용 사례가 있다고 해서, 그냥 무시하고 눈을 감아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중국이 관련 영역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같은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비밀리에 중앙은행 디지털통화를 개발중이다. 또 새 암호법을 통과시켜 정보 처리를 위한 강력한 수학적 도구의 개발을 위한 길을 열어줬다.(나쁘게 이용된다면 이같은 도구는 중국 당국의 감시 기구에 탑재될지도 모른다.)

스테이블코인과 영(0)지식증명 같은 암호학 도구, 그리고 다자간컴퓨팅(MPC) 지갑 등 준동형(homomorphic) 암호화 등이 중국의 ‘블록체인 플러스(+)’ 틀 안에서 관련 기술과 통합되면, 중국 경제의 진정한 경쟁력에 전에 없던 효율성을 안겨줄 수 있다. 어쩌면 지난달 칼럼에서 소개한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외환거래소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또는 은행 등 규제 대상에게 사람과 기업 등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 준수 해법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또는 더 효율적인 통관 시스템으로 이어져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가속화해줄 수도 있다.

대응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중국에 경쟁에서의 우세를 줄 수 있다. 또 개발이 진도를 더해갈록 경험과 역량도 풍부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묻는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상적으로는 중국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접근법을 수용할 수 있다. 개방적이고 무허가, 탈중앙의 블록체인 기술은 폐쇄적이고 허가형, 중앙화 블록체인 기술을 비판하는 이들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 용어로서 ‘무허가'(permissionlessness)는 누구나 소정의 방식에 의해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사용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상에서 이뤄지는 행위나 거래에 대해 가부를 결정하는 중앙화된 게이트키퍼가 없는 개방적 환경을 일컫는다. 자금세탁 방지와 불법 금융 처벌과 관련된 자금 흐름을 모니터하는데 익숙한 미 금융 규제 당국들은 그 개념에 포함될 수 없겠지만, 어쨌건 ‘무허가’는 경제의 원칙에 관한 한 미국이 견지해온 입장과도 일치한다. 경제적 소득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면서, 더 많은 거래 활동이 허가될수록 더 많은 부와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은 미국식 경제적 사고의 오랜 전통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개방의 가치가, 특히 국제적으로 그렇지만 국내적으로도 미국 경제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중국과의 야만적인 관세 전쟁으로 상징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 태도나 ‘거래의 기술'(트럼프의 저서)에 나오듯 모든 협상을 승자독식 방식으로 처리하기 위해 선호하는 산업을 포상 또는 처벌하려는 성향 등은 제로섬 게임의 내향적이면서도 폐쇄적인 마음가짐을 반영한다.

그러나 미국은 적들보다 더 개방적인 방식을 취해 그들을 물리친 긴 역사가 있다. 냉전에서의 승리도 공화당 소속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몫이 컸다. 냉전 이후 빌 클린턴 시기는 민주당 정권이었음에도 같은 전통이 이어졌다. 당시 전세계적인 자유무역협정과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흐름 속에서 미국의 외교는 개방적인 인터넷의 기초를 놓았다.

미국은 1996년 전기통신법이 만들어 각 지역 전화 사업자들에게 경쟁을 받아들이도록 한 뒤, 다른 나라들도 그 전례를 따르도록 채찍과 당근을 병용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정부 소유로 운영되던 형편없고 낡은 통신기업들은 민영화 수순을 밟았다. 외국 경쟁사들이 진입해 광케이블과 함께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훗날 인터넷이 발전할 수 있는 기술 변화를 실현시킨 것이다.

개방을 향한 새로운 기회

이건 옛이야기다. 문제는 다시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규제 및 기술을 정의하는 국제적 논의가 시작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만약 목표가 서구의 사업 및 정부 모델이 중국식 정부 주도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선다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개방적인 무허가 방식의 접근법이 베이징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폐쇄형 정부는 통제력을 행사할 수 없는 무허가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이론적으로는, 미국이 개방적인 혁신 및 경쟁 모델에 더 익숙할 것이다. 개방형 개발이 폐쇄형을 물리쳤던 1990년대의 경험에서 자신감을 얻어도 좋을 것이다. 당시 온라인 세상의 승자는 AOL이나 프랑스의 Minitel 같은 폐쇄형 인트라넷이 아니라 TCP/IP의 개방형 인터넷이었다. 따라서 무허가 혁신과 개방형 블록체인 모델을 수용하는 미국이 중국을 이길 기회가 있다.

미국이 그런 정책적 입장을 내놓는 것은 비트코인과 리브라 등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 앞에 놓인 장애물을 걷어내는 것을 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첫째, 암호화폐에 대한 수용 입장을 조용히 내놓는다 해도 궁극적으로는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수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 해도 정책 결정 차원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둘째, 앞서 말했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폐쇄적이고 제로섬 게임을 구사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비트코인에 대한 경멸의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정치 환경은 바뀔 수 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건, 맞대응이 아니라 개방으로 중국을 이길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번역: 김외현/코인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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