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TON 가처분 그 이후…’충분한 탈중앙’ 포기하고 ‘직상장’ 택할까

등록 : 2019년 11월 4일 16:00 | 수정 : 2019년 11월 4일 15:00

Crypto Convergence: From Decentralization to Direct Listings

출처=셔터스톡

이 글을 쓴 노엘 애치슨(Noelle Acheson)은 기업분석 전문가로 코인데스크의 리서치 팀장이다. 이 칼럼은 기관 투자자들을 위한 코인데스크 주간지 ‘Institutional Crypto’에 실렸다. 칼럼의 견해는 애치슨 개인의 의견으로, 코인데스크의 편집 방향과는 관련이 없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윌리엄 힌만 기업금융팀장은 “처음에는 증권으로 출시된 디지털 자산이라도 ‘충분한 탈중앙화’를 거치고 나면 증권이 아닌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암호화폐 발행기관과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면 ‘충분한 탈중앙화’로 볼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정확한 기준이 정의되기를 고대해왔다.

최근에 SEC의 제지로 출시가 막판에 미뤄진 텔레그램(Telegram)의 블록체인 TON(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을 보면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록 정답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통 금융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암호화폐 금융이 출현해야 한다.

 

모든 것을 탈중앙화하라?

2018년 6월, 힌만 팀장은 ‘처음에 증권으로 출시된 디지털 자산이 향후 다른 자산 형태로 판매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비트코인은 충분히 탈중앙화되었다고 할 수 있고,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증권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는 탈중앙 네트워크나 시스템이 앞으로도 출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힌만 팀장은 이날 연설에서 ‘탈중앙화’ 또는 이와 유사한 용어를 7번이나 사용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및 전문가들은 ‘탈중앙화’라는 용어를 규제 관련 문맥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지난 2월 안젤라 발치 교수는 ‘탈중앙화’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법적 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대단히 복잡한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발치 교수는 ‘탈중앙화’가 노드의 물리적 분포 및 관리 방식의 절차적 분포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정량화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의미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 특히 탈중앙화할수록 –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발치 교수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규제 당국의 공식 문건에서 ‘탈중앙화’라는 말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해부터 텔레그램은 자체 블록체인 TON 출시를 준비해왔다. 그램(Gram) 토큰은 TON에서만 사용되는 토큰으로, 텔레그램은 그램 토큰이 충분히 탈중앙화된 만큼 SEC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SEC의 생각은 달랐다.

이달 초, SEC는 법원에서 텔레그램에 TON 출시와 그램 토큰 발행을 중단하라는 가처분명령을 받아냈다. 법원의 명령문을 보면 토큰 발행사인 텔레그램과 텔레그램의 ICO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영리 추구 의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31쪽에 달하는 명령문에서 ‘탈중앙화’라는 말은 딱 네 차례 언급되었다. 두 번은 TON의 마케팅 문건에서 인용됐고, 나머지 두 번은 텔레그램이 투자자들에게 그램 토큰은 TON에서 사용하는 토큰이지 투자자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할 때 인용됐다.

“사실 그램 토큰의 최초 구매자들을 제외한 이용자들이 그램을 거래하지 않고 보유, 즉 스테이킹하는 경우에만 TON 블록체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탈중앙화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텔레그램의 ICO에 참여해 그램 토큰을 받게 된 최초 구매자들이 그램 토큰을 쓰지 않고 전부 스테이킹하면, TON 블록체인은 ‘중앙집중화’될 것이고, 그 결과 51% 공격에 노출되는 등 악용될 수 있다.” – 법원이 텔레그램에 발급한 TON 출시 중지 가처분명령문 중

‘탈중앙화’에 대한 언급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지난 3월 SEC의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은 디지털 자산이 증권인지 아닌지는 네트워크 환경에 달려있다는 힌만 팀장의 의견을 공식화했는데, 힌만 팀장의 발언과 대부분 표현은 동일했지만, 한 가지 중대한 차이점이 있었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탈중앙화’라는 표현을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이달 초,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히스 타버트 위원장이 이더(ether)는 증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할 때도 ‘탈중앙화’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토큰의 속성을 따지다

자신들이 발행한 디지털 자산이 ‘탈중앙화’ 과정을 통해 증권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기를 원하는 암호화폐 발행 기관들은 이번 텔레그램 사태에서 ‘의도’가 중요한 척도로 다루어졌다는 사실에 분명 크게 실망할 것이다. 지난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은 자신이 관찰한 모든 ICO는 증권이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러한 의견에 맞서는 대신, 기준을 받아들이고 규제 기관과 협력하여 암호화폐 등록 요건을 간소화하고자 노력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복잡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레귤레이션 D’ 조항보다, 유동적이고 광범위한 암호화폐 출시 방법으로 선호되는 ‘레귤레이션 A+’ 등록 절차는 진행 속도가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규제 기관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한다. 다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느릴 뿐이다. 하지만 이는 관계자들의 관심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통용되는 규칙 안에서도 새로운 토큰 출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전통적인 금융에서의 ‘직상장(direct listing)’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직상장은 신주 발행과 일반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존 주주들이 증권거래소를 통해 자신들의 주식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거래하는 상장 방식으로, 일반적인 기업공개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직상장 방식을 사용한 첫 번째 기업인 스포티파이(Spotify)는 약 3천만 달러의 수수료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텔레그램이 그램 토큰을 증권으로 등록하고 출시를 마쳤다고 치자. 직상장 방식을 택하면 그램 토큰 소유자들은 지정된 증권거래소에서 보유한 토큰을 아무런 제약 없이 판매할 수 있다. 물론 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소송에 사용되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또한, 시간이 흘러 수요가 증가하고 표준화가 이루어지면 토큰 가격도 안정될 것이다.

전통적인 IPO 시장이 변화를 맞을 때가 된 것은 분명하다. 수요는 감소하는데 비용은 그대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통 금융시장이 변하는 속도는 느리다. 스포티파이 외에 직상장을 택한 기업도 현재까지는 슬랙(Slack) 하나밖에 없었다.

시장의 변화를 최전방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월스트리트는 이러한 변화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번 달 실리콘밸리 최초로 직상장 이벤트를 열었다.

SEC와 입법 기관들이 암호화폐 직상장에 우호적인 태도를 나타낸다면 명확한 지침에 목마른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는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암호화폐 금융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상장 암호화폐의 증가는 전통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암호화폐 업계를 본받아 일반 상장 절차를 간소화하려 할 것이고, 이는 증권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이처럼 비공개 기업투자나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유동성이 높은 암호화폐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은 금융업계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신구 시스템과 사용자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전통과 최신 금융이 좀 더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면 암호화폐 생태계도 한층 더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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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