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경제위기로 드러난 비트코인의 한계와 기회

등록 : 2019년 11월 1일 11:28

How Lebanon’s Economic Crisis Highlights Bitcoin’s Limitations

레바논의 시위대. 이미지=셔터스톡

 

레바논은 암호화폐를 도입하기에 결코 이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레바논 주요 은행들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전 세계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레바논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레바논 국민은 달러, 유로 등의 외화를 해외로 송금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 업무에 대한 접근성이 극도로 제한되고 기존 은행들이 공급하던 유동성까지 줄어들면서 대부분 레바논 국민은 비트코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현재 레바논에 거주 중이며 오랜 기간 비트코인 거래를 해온 알리 아스카르는 레바논 내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코인데스크에 말했다. 레바논에는 비트코인 관련 텔레그램(Telegram)과 왓츠앱(WhatsApp) 그룹이 몇 개 안 되는데 지난해에만 회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한 비공개 그룹은 지난 주말 회원 수가 약 300명을 돌파했다. 은행 업무가 제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베이루트에 있는 자동차 대리점 알케인 모터스(Rkein Motors)는 이번 주부터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레바논 안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은 널리 퍼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경제적 갈등이 심한 레바논에서 비트코인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일반 대중의 간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레바논에 가족이 있는 한 익명의 비트코인 거래자는 “비트코인이 일반 국민에게는 별 도움이 되진 못할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이익을 보는 건 부유한 정치인들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은행 계좌로 비트코인을 구매해 레바논으로 송금하고 있다.

“집에 있으면서 24시간 동안 전기와 인터넷을 쓸 수 있다거나 온라인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에게는 비트코인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레바논에서 그런 삶을 사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인터넷 사용료는 너무 비싸고, 전기도 항상 들어오는 게 아니다. 어떨 땐 하루에 전기를 쓸 수 있는 시간이 6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접근성도 문제다. 비트코인 거래소 대부분은 레바논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또한 현지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연루됐다는 이유로 최근 한 레바논 은행에 제재가 내려져 암호화폐 기업들이 레바논 은행으로부터 송금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레바논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려는 거래자들은 각종 서류와 디지털 메시지에 ‘암호화폐(cryptocurrency)’란 말 대신 ‘디지털 재화(digital goods)’라고 기입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비트코인 거래자는 사정이 이란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은 제재로 어려움을 겪지만, 소수 엘리트 계층은 대안을 물색해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아놓고 별 타격을 입지 않는다.”

 

그럼에도 거스를 없는 흐름

레바논 은행 계좌를 받아주는 몇 안 되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매기는 것도 비트코인의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레바논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레바논 파운드로 비트코인을 사려면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레바논 사람들은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려면 환전 수수료보다도 훨씬 비싼 ‘프리미엄’을 치르는 셈이다.

비트코인 개인 간 거래(P2P) 플랫폼인 로컬비트코인스(LocalBitcoins)에 등록된 레바논 현지 거래자 4명은 1천 달러 이상의 거래만 취급한다. 레바논에서 비트코인을 팔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이 1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매긴다고 한 익명의 거래자가 설명했다.

베이루트의 한 비트코인 거래자는 지난 8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모르는 이용자들의 수요는 충족하진 못해도 레바논 내의 “비트코인 장외거래(OTC)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 거주하는 레바논 교민 엘리 코페이는 레바논에 있는 그의 가족들이 부동산을 사려던 때 은행에서 해외송금 자체를 차단했다. 그래서 현재 그는 먼 핀란드에서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하루아침에 해외로 돈을 보낼 수 없게 됐다. 가족들은 비트코인을 갖고 있지도 않고 아버지는 옛날 분이셔서 비트코인 자체를 믿지 못하신다. 지금 비트코인을 살 수라도 있다면 좋겠다.” – 엘리 코페이, 핀란드 거주 레바논 국민

이 모든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익명의 비트코인 거래자는 레바논 현지 친구들에게 정부의 자본 통제 움직임에도 가능한 한 비트코인을 사두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아스카르는 레바논 내 비트코인 시장 전망을 밝게 내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비트코인 매수세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매일 밤 시위 현장에서 정치 토론을 했는데, 그때마다 어김없이 비트코인은 토론의 화두였다.” – 알리 아스카르, 레바논 거주 비트코인 거래자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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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