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허용 후규제’ 홍콩 암호화폐 규제가 선진적인 이유

2019년 블록체인 규제 동향⑧ 홍콩

등록 : 2019년 11월 8일 14:20 | 수정 : 2019년 11월 8일 14:50

홍콩.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의 세계도시 홍콩은 전통적으로 외국기업들에게 아시아를 들어가는 관문이고 중국을 들어가는 관문이다. 또한, 홍콩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금융시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홍콩에는 다양하고 많은 금융상품이 거래되며 큰 자본이 유통되고 전세계의 인재가 유입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수년간 전세계 IPO(Initial Public Offering)의 메카로 자리잡았고 2018년에도 뉴욕을 제치고 전세계에서 가장 큰 IPO 시장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블록체인 산업은 육성하지만 암호화폐 유통은 막는다’는 정책 탓에 수많은 중국의 블록체인팀들이 2017년경부터 홍콩에 와서 ICO(암호화폐공개)를 위한 자금 모금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대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설립되었고 OTC(Over The Counter) 시장이 형성되었다. 서울과 항공편으로 불과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점이 더해져 한국의 수많은 블록체인팀들도 국내 암호화폐 규제를 피해 홍콩에 와서 ICO를 진행하기도 했다.

홍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전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법률 중 하나이고, 홍콩정부와 금융당국은 새로운 투자방식에 대해서 선 허용, 후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도 규제보다는 허용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을까 예상하며 아시아의 많은 블록체인팀들과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홍콩을 찾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과도한 규제는 없지만 최근 홍콩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관련해서 적극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기관들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관련 자산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기준

홍콩에서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ecurities and Futures Commission: SFC)가 금융관련 규제를 총괄한다. SFC는 ICO, STO(Security Token Offering) 및 암호화폐 펀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규제의 틀과 폭을 정하는 주무기관이다.

현재 홍콩에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 틀로 정해진 것은 해당 암호화폐가 유가증권이나 선물계약의 정의 밖에 존재할 때 증권선물거래법에 의해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간단한 규제 틀이지만 어떠한 암호화폐가 유가증권이나 선물계약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하려면 프로젝트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복잡한 증권선물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법률자문을 받고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유틸리티 토큰과 유가증권

일반적으로 ICO를 통해 발행되는 디지털 토큰은 유틸리티 토큰의 특징을 갖지만 유가증권으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토큰이 토큰 발행사의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면, 즉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주어지고 발행사의 자산을 분배 받을 수 있는 권리 등 주주로서의 권리가 주어진다면 이런 디지털 토큰은 유가증권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토큰 발행사가 구매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고 투자 원금을 상환하는 경우라면 이는 회사채로 볼 수 있다.

끝으로, 디지털 토큰 발행사에서 토큰 판매 자금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토큰 구매자는 수익을 낼 목적으로 ICO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라면 CIS(Collective Investment Scheme), 집합투자기구로 볼 수 있다. 위에 나열한 세가지 경우 암호화폐의 모양을 갖고 있으나 결국 유틸리티 토큰이 아닌 유가증권으로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증권선물거래법이 적용된다.

홍콩 증권 디스플레이.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포트폴리오 매니저, 펀드 유통자, 플랫폼 운영자

2017년, 2018년 수많은 블록체인팀들이 발행한 토큰을 통해 ICO로 자금 모금했는데 80% 이상의 ICO는 결국 사기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따라 2018년 11월1일 SFC는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화폐 포트폴리오 매니저, 펀드 유통자 및 거래 플랫폼 운영자를 규제하는 틀을 발표했다.

이 규제 틀은 크게 3가지 기둥으로 나누어진다. 첫번째로는 가상자산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허가 받은 회사에 적용되는 규제표준이고, 두번째로는 가상자산 펀드를 유통하는 중개자 관련 규제, 그리고 세번째로는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플랫폼 운영자에게 적응 가능한 개념적 규제 틀이다.

암호화폐 투자 펀드 규정

2019년 10월4일, SFC는 ‘가상자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취급하는 자격이 있는 기업을 위한 기본 조항’이란 제목으로 37개장의 규정을 발표했다. 2018년 11월 규제 틀을 제시한 후 1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지켜야 하는 구체적인 규칙을 마련하여 규제 망에 들어오는 펀드에게 명확한 운영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을 충분히 분석했다는 표시이고 규제환경을 정비하고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발표된 기본조항에 따르면, 암호화폐 펀드는 최소 300만 홍콩달러(약 4억4700만원)의 유동자본을 유지해야 하고 직무상 독립된 자산운용사를 두어야 하며 펀드 자산을 기업 보유 자산이나 투자자 기타 자산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또한, 법정화폐로 투자금을 수령할 경우 분리된 계좌를 개설해서 운용해야 하고 펀드 자산 운용 계좌는 필히 홍콩 내 자격을 취득한 금융기관에 개설해야 한다. 펀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인프라, 키 생성, 스토리지, 블록체인 포크의 보안 수준에 관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니터링해야 하고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등의 국제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증권형 토큰 발행(STO) 규제

점점 유가증권과 선물계약의 모습과 비슷하고 유사한 특징을 가진 디지털 토큰이 발행되면서 SFC는 이런 겉모습만 유틸리티 토큰인 디지털 토큰 발행사들을 규제하기 위해 2019년 3월28일 STO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유가증권 특징이 있는 시큐리티 토큰을 유통하는 자들은 SFC에 등록해야 하고 유가증권을 다룰 수 있는 관련 자격증(Type 1 License – dealing in securities)을 취득해야 한다. 또한, 시큐리티 토큰에 투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자들은 유가증권 자산운용을 할 수 있는 관련 자격증(Type 9 License – asset management)을 취득해야 한다.

단 해당 펀드가 가상자산, 즉 유틸리티 토큰 성격의 자산에만 투자하는 경우나 운용하는 경우에는, SFC의 관리감독 하에 있지 않고 자격증 취득 요건도 적용되지 않는다.

홍콩에서 STO를 진행할 경우에는 증권선물거래법과 투자설명서(Prospectus) 관련해서는 회사법에 의해 규제된다. STO를 진행하는 (발행사, 시큐리티 토큰 지갑 보유자, 플랫폼 운영자 등) 주체는 SFC의 해당 규정과 규칙을 준수해야 하며, 자격요건이 되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STO를 위해 발행된 시큐리티 토큰의 경우 전문투자자들(전문기관투자자 포함)에게만 판매해야 한다. 즉, 일반 대중에게는 시큐리티 토큰을 판매할 수 없다.

플랫폼 운영자들은 또한 시스템 상 자료나 암호화폐 도난, 해킹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KYC(고객신원확인)의 일부분으로 고객의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를 측정하고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한 위험을 알릴 의무가 있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암호화폐 상품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할 의무 또한 주어진다.

홍콩의 SFC와 정부당국에서는 암호화폐를 선 허용, 후 규제 정책으로 대하면서 처음에는 금융당국에게도 생소했던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가운데 규제의 틀을 마련했다. 일단 규제부터 하기 보다는 암호화폐의 정의부터 내리고 규제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했다. 이후에 시장에 혼란이 야기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 따르도록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이 아시아 최대 금융허브인 이유가 이렇게 신중하면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전문 금융관리인력이 있고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완기 리버티 체임버스(Liberty Chambers) 홍콩 법정변호사

박완기 법정변호사(barrister)는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제 분쟁해결 변호사입니다. 주로 아시아에서 발생하는 국제중재 등 크로스보더 기업소송 사건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관련 자문도 하며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국제중재/소송 및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발표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각국에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전문가들의 기고를 통해 2019 상반기 각국별 블록체인 규제의 동향을 알아보고 하반기를 전망하는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①싱가포르 2019년 하반기, 싱가포르에 암호화폐 규제법이 생긴다
②일본 암호화폐 규제, 일본도 결코 널널하지 않습니다
③중국 익명성 탓 규제 불가피…중국, 1월 블록체인법 도입
④미국 미국 SEC는 어떻게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할까
⑤몰타 '암호화폐 선진국' 몰타의 법제도
⑥한국 한국(엔 없는…) 암호화폐 규제의 모든 것
⑦프랑스 프랑스는 암호화폐 ICO를 이렇게 허가했다
⑧홍콩 ‘선허용 후규제’ 홍콩 암호화폐 규제가 선진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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