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 암호화폐로 사면 999원? 그런데 물건이 없다

등록 : 2019년 11월 15일 09:00 | 수정 : 2019년 11월 15일 19:24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암호화폐 투자자 고인대(30)씨는 한 거래소를 이용한다. 고인대씨는 어느날 이 거래소의 쇼핑몰 서비스에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1잔 교환권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너무 저렴했다. 이 거래소의 쇼핑몰에서는 4100원짜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약 999원에 해당하는 거래소토큰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고인대씨는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 들어가자마자 품절을 뜻하는 ‘판매대기’ 또는 ‘Sold Out'(매진) 표시만 보일 뿐 실제 구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고인대씨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4100원짜리 커피를 999원에 판매한다 하니 당장 구입하는 게 합리적 소비생활이다. 문제는 거래소와 쇼핑몰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국내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로 실제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암호화폐 실사용 사례’라고 홍보하고 있다. 비트소닉, 캐셔레스트, 코인빗, 업사이드 등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의 ‘크립토샵’, ‘캡페이몰’, ‘샵’ 등이 해당된다. 이들 거래소는 암호화폐의 실물 거래를 지원한다며, 커피를 비롯해 게임기, 암호화폐 채굴기 등을 암호화폐로 판매한다.

가격을 보면 카드 할인이나 온라인 구매가보다 훨씬 싸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유한 암호화폐로 실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암호화폐 거래소의 설명처럼 훌륭한 암호화폐 실사용 사례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물건은 거의 없어요, 마케팅이거든요

거래소의 쇼핑몰에는 구매 가능한 물건이 없다. 계정당 1개까지 구매 가능하다는 설명은 요식 행위에 가깝다. 고객이 사려고 해도 순식간에 품절이라고 메시지가 뜬다. 거래소가 고객에게 판매할 물건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구입한 것이다. 예컨대 4100원짜리 커피를 거래소가 구입해서 999원에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판매 상품을 많이 확보하기도 어렵지만, 거래소 입장에서 부담도 크다.” – 익명의 거래소 관계자

다시 말해, 거래소가 손해를 보면서 염가 판매에 나섰던 셈이다. 이런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거래소가 이런 행태를 보인 이유는 마케팅이다. “손님이 없는 식당보다 손님이 많은 식당에 발길이 가기 마련”이라며 각종 불법과 편법에 눈감으려는 사람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암호화폐로 실제 상품을 구입하는 서비스는 사실 마케팅을 위한 것이다. 후발주자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고객을 모아야 한다. 실제 판매가보다 암호화폐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는 신규 고객을 모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기존 고객들도 암호화폐로 물건 구매에 나선다면, 암호화폐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 또다른 익명의 거래소 관계자

대부분 상품이 품절이다. 출처=캐셔레스트

게다가 캐셔레스트와 비트소닉 등 거래소토큰이 있는 거래소들은 쇼핑몰에서 거래소토큰만 쓸 수 있게 제한한다. 하지만 거래소토큰은 궁극적으로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쇼핑몰 마케팅은 거래소토큰 거래량을 늘리면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받고 물건을 파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보인다.

“암호화폐 거래소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암호화폐는 아니더라도 포인트 등으로 다양한 콘텐츠나 실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이 경우 시중의 가격보다 저렴하게 팔더라도 당사자끼리 그 가치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면 민사적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실제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행정 절차를 지켜야 한다. 만약 행정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 김한가희 변호사(법무법인 솔론)

그러나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이 많다. 제대로 상품을 갖춰놓지도 않은 채 떠들썩하게 허울만 좋은 ‘할인’을 하는 것은, 암호화폐 업계에 부정적 인식과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란 비판이다. 또 이같은 ‘낚시성’ 이벤트가 거래소토큰의 가격 방어 등에 이용되는 것은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규제와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건을 사면 보유한 거래소토큰이 현재가에 팔리고 가격은 더욱 폭락할 수 밖에 없다. 거래소토큰 홀더 입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산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하락해 더 손해를 본다.”

“거래소가 물건 수량 채워두고, 살려고 하면 물건이 없고. 믿을 수가 없다. 품절, 입고 예정으로 장난치는 것 같다.” – 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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