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준비’ KB국민은행 “스테이블코인도 실험중”

[인터뷰] 이우열 KB국민은행 IT본부 대표

등록 : 2019년 11월 18일 16:00 | 수정 : 2019년 11월 18일 21:12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서울이더리움밋업과 여의도에서 대형 콘퍼런스를 열고 디지털자산 수탁,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있다고 발표했다. 국내 금융사가 암호화폐가 포함된 구상을 밝힌 건 처음이다.

허인 국민은행 행장은 이 자리에서 “(블록체인을) 전사적 핵심기술 중 하나로 보고 중장기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허 행장은 9월엔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을 직접 만나 금융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내용을 논의하기도 했다.

여러 우려도 있지만, 외국에선 전통 금융사들이 블록체인을 넘어 암호화폐를 도입하는 실험이 늘어나고 있다. JP모건웰스파고는 스테이블코인을 테스트하거나 개발 중이고,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자회사를 통해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 중에는 KB국민은행이 암호화폐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5일 국민은행의 디지털전환을 지휘하는 이우열 KB금융지주 IT총괄(CITO) 겸 국민은행 IT본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앞서 “세상 자산들이 토큰화되면 중앙화가 아닌 분권화로 세상을 바꿀 것이다. 시점은 언제인지 모르지만 이걸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우열 KB국민은행 IT본부 대표. 출처=KB국민은행 제공

-블록체인이 국민은행 디지털전환의 핵심 기술 중 하나라고 했는데, 국민은행은 블록체인을 어떻게 바라보나?

“블록체인을 기술보다, 하나의 사상으로 보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참여하고 공유하는. 그 사상을 이해하고 은행이 어떻게 사업화하거나 지원할 수 있을까로 접근하는 게 더 중요하다.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암호화폐만 말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자산을 봐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크라우드펀딩도 많이 하는데, 자기 아이디어나, 재능을 블록체인 기반 코인으로 발행해서 유통할 수도 있다. 미래엔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민은행이 블록체인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방금 말한 디지털자산이란 무엇인가?

“유무형 자산을 디지털화하는 거다. 예를 들어 각종 서류를 스캔해서 디지털화할 수 있다. 개인은 집 등기권리증, 회사는 각종 계약서를 디지털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신분증, 마이데이터, 유언장도 포함한다.

미래에 많은 거래가 블록체인으로 확장된다면 반드시 (접근권한을 위한) 키가 필요하다. 그러면 키 관리가 중요해진다. 컴퓨터나 휴대폰에 저장할 수도 있는데, 분실하면 다 날라간다. 그러면 가장 안전한 곳에 맡기게 된다. 보안은 은행이 제일 좋지 않겠나.

은행은 다른 데 비해서 보안에 엄청나게 신경 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해킹되기도 하고 불안하지 않나. 안전한 은행이 있는데 왜 거기에 맡기나.

우리가 가진 모든 권리관계가 앞으로 다 디지털화되지 않을까. 은행 지점에서 그런 증권을 디지털화해주고, 수탁도 해주고, 확인·입증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예금통장에서 돈 찾듯이, 지점에 가서 디지털자산을 찾으면 된다.

예를 들어, 미술품을 공동소유하고 블록체인으로 소유권 인증하고 거래할 수도 있다. 공유, 참여, 소유 같은 개념이 가능해진다.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법이 정비되면 열릴 수 있다. 소상공인 거래도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자기들끼리 좀 더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진행 중인 블록체인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정부 정책이 확정된 게 없어서 준비하는 거지 사업하겠다는 건 아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바로 할 수 있도록 기술 테스트하고, 아이디어 모으고, 관련 업체와 제휴하면서 준비 중이다. (한국 규제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다. (미래 변화를) 염두하고 지켜보면서 내부 준비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 센터에서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앤드 레볼루션 인 뱅킹 서밋 2019’을 열었다. 이우열 KB국민은행 IT본부 대표 발표자료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들어있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스테이블코인도 준비 중인가?

“IT본부 내부에서 해보려는 게 하나 있다. 직원들이 도움을 주고받으면 ‘KB IT 코인’을 주고 정산하는 걸 테스트하려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칭찬스티커 주는 것과 비슷한가?) 그렇다.”

-포인트로 주면 되지 않나?

“기술적 문화의 변화를 위해서 하는 거다. 물론 다 알지만 머리로 아는 거랑 생활 속에서 체험하는 건 다르다. 이 코인은 원화로 환전은 안된다. 많이 쌓이면 연수, 콘퍼런스, 포상에 반영할 수 있다. 많이 모은 사람도 있지만, 협력해서 잘 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로 배려, 협조를 말로 하는데 코인으로 하면 근거가 남는다.”

-외국 금융사의 블록체인 사업 중에 관심을 끌거나, 흥미롭게 본 게 있나?

“JP모건, 씨티그룹, 피델리티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각종 리스크는 없을까 고민이다. 그리고 홍콩이 뭔가를 하고 있어서 지켜보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실제 비즈니스와 연계해서 잘 성장한 건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나만의 이득이 아니라, 같이 가자고 하는 철학이 블록체인이다. 그 철학이 좋다고 본다. 좋은 철학은 반드시 그 방향으로 가는 게 역사다. 그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다만 시기는 모르겠다. 근데 반드시 간다. 그건 준비한 자가 이긴다.”

-블록체인은 신뢰기관인 중개인을 없애는 프로토콜이다. 비트코인은 P2P로 개인들이 직접 송금하자며 은행을 없애려는 시도였다. 이런 것들이 국민은행의 위치를 위협할 수도 있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은행이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다르다. 이런 유사 금융업, 신기술이 생기면 은행이 또 거기 연결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길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실물 돈은 은행에 있을 거다. 결국 지급결제를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그러면 국민은행의 스타게이트 플랫폼을 사용할 수도 있는 거다. ‘BBQ치킨’의 BBQ페이처럼 여러 회사가 페이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런 걸 잘 준비한 은행과 준비 안한 은행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 걸 염두하고 ‘더케이 프로젝트(국민은행의 새 전산시스템)’를 준비 중이다. 기술은 계속 바뀐다. 바뀐 기술이 인프라에서 커버가 돼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에 부정적인데 이런 준비를 하기로 어떻게 결정했나?

“내부에서 테스트하고 준비하는 거니까 그냥 하는 거다. 윤종규 그룹 회장님, 허인 행장님이 IT를 너무 잘 알고 미래를 계속 고민하니까 가능한 거다. 기술, 인허가가 이슈가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권고따라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라이센스를 받으라는 건데, 만약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기존 금융사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할 수도 있나?

“사실 거기까진 모르겠다. 은행이 ‘한다 안 한다’를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런데 변화 속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하는 거다.”

-서울이더리움밋업과 세미나를 공동 주최했다. 여러 블록체인 중에 왜 이더리움을 선택했나?

“잘 모르지만 블록체인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술면에서는 이더리움이 대세라고 한다. 그래서 이더리움과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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