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특금법 소위 통과 “4대 거래소 외 실명계좌도 발급 조건 만든다”

금융위 미신고 거래소는 5년 이하의 징역

등록 : 2019년 11월 21일 18:33 | 수정 : 2019년 11월 22일 08:24

국회의사당. 출처=한겨레 자료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면 형사처벌받는 법안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그동안 무법지대에 놓여있던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첫발을 뗀 셈이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개정안은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가상자산 사업자(VASP)로 정의했다. 그동안 금융 당국이 사용해온 용어로 법안 원안에도 쓰였던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부정적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자 대표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사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동안 쟁점이었던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실명가상계좌)’ 의무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포함됐다. FIU는 실명가상계좌가 없는 사업자의 신고는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실명가상계좌가 없는 거래소들은 사업을 접게돼 국내 암호화폐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소위는 실명가상계좌는 법에 포함하되, 국회와 금융위가 협의해 시행령에 들어갈 실명가상계좌 발급 조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은행과 계약해 실명가상계좌를 보유한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4곳뿐이다. 2018년 1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발표한 이래, 은행은 거래소와 추가로 실명가상계좌를 계약하지 않았다.

아직 실명가상계좌가 없는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는 “시장이 건전화될 계기라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명가상계좌를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집행만 공정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쟁점이었던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의무는 인증 실패시 재취득을 위한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특금법이 개정되는 것은 암호화폐 관련산업이 제도권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소나 장외거래중개기업 등 VASP들이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에서 운영돼온 그동안과는 달리 법적 지위가 마련되고, 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비슷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게 된다. 특히 지난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위원회(FATF)의 권고가 나온 뒤 1년 안에 제도를 마련해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한발 내디뎠다는 의미도 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8월 인사청문회 당시 “특금법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며 “최소한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활성화를 위한 법이 아닌) 규제법안이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화가 최초로 마련됐다. 소비자 보호, 안정적 시장을 만들기 위한 발전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김재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사무국장

업계에서는 특금법 개정으로 암호화폐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그동안 산업의 법적 근거가 취약했던 만큼, 관련기업들은 ‘규제가 있으면 지키면 되지만 규제가 없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줄타기를 해온 게 현실이다. 제도권 내 ‘합법 운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암호화폐 산업에 드리운 부정적 인식을 떨치고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란 낙관론인 셈이다.

21일 소위 회의는 사실상 20대 국회 임기 내 특금법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져왔다.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음달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면, 여야가 모두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개별 법안 처리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는 오후 2시 시작해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오후 4시께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중단됐다. 지 의원은 빅데이터 활성화 관련 신용정보법 개정안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때 회의 재개 및 의안 처리가 모두 불투명해졌지만, 지 의원이 복귀해 회의가 다시 열리면서 오후 5시30분께 특금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특금법 개정안이 소위를 통과하면서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가 특금법 개정을 완료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이번에 통과한 개정안이 앞으로 정무위, 법사위, 본회의를 거치면 특금법은 최종 개정된다. 오늘 소위 결과를 논의하는 정무위 전체회의는 오는 2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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