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이란, 레바논…’탈검열’ 비트코인이 비상구가 되지 못한 이유는

등록 : 2019년 11월 25일 17:00 | 수정 : 2019년 11월 25일 16:58

Global Protests Reveal Bitcoin’s Limitations

홍콩 시위. 출처=셔터스톡

요약

  • 홍콩, 레바논, 이란에서 이는 시위 물결에 발맞춰 사이퍼펑크들은 검열하기 어려운 기술을 현실에서 직접 시험해보기 시작했다.
  • 하지만 시위대는 소요 사태가 발생하면 인터넷을 끊어버리는 정부의 결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은 해외에서 송금을 받아 몰래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 레바논과 이란에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서는 유동성이 매우 부족하다. 글로벌 거래소를 사용할 수 없다 보니 디지털 자산이 화폐로 쓰이지 못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는 정부로부터 금융·통신 시스템의 사용을 제한당하거나 검열받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위대는 직접 비트코인 등 탈중앙화된 기술들을 시험해보고 있으며, 그 기술들이 지닌 한계점을 발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한 데 저항해 6개월 전 처음 시위가 시작된 홍콩에서는 최근 시위가 격화된 끝에 지난 18일 경찰이 시위대 1천여 명이 모여있던 홍콩 이공대학교를 봉쇄한 채 ‘고사 작전’을 벌였다.

지금 홍콩은 얼핏 정부의 간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는 오픈액세스 금융 시스템을 시험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례로 얼마 전 HSBC 홀딩스는 시민운동에 앞장서는 비영리기업 스파크 얼라이언스 홍콩(Spark Alliance HK)이 시위 자금을 모으는 데 HSBC의 계좌를 활용했다는 이유로 해당 계좌를 폐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위 참가자는 코인데스크에 중국 정부가 HSBC를 압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위대와 시위 자금을 대려는 시민들 사이에 자금을 비밀리에 거래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홍콩맵 라이브(HKMap Live)나 홍콩 자유신문과 같은 비영리기업들은 일찌감치 비트코인으로 기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시위 현장에서는 통신사에 상관없이 인터넷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시위대는 현재 비트코인을 어떻게 시위에 활용할지 뚜렷한 쓰임새를 찾아내지 못했다. 일단은 당장 현금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는 시위 자금을 해외에서 송금받을 때 유용한 수단으로 쓰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는 또 인터넷에 접속되는 기기를 찾을 때까지 네트워크 안에서 메시지나 트랜잭션을 계속 전달해 보내는 메시 네트워크(mesh-network) 기기를 시도해 본 시위대도 있지만,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이 또한 별로 쓸모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시위 참가자들이 휴대폰 번호를 노출하지 않고도 채팅할 수 있다는 이유로 텔레그램을 많이 쓰지만, 지금처럼 혼란한 시기에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기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홍콩의 소식통들은 비트코인과 관련 블록체인 기술이 신기술에 속하고, 보통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송금이나 거래가 불가능하므로 지금 같은 혼란스러운 정국에서는 비트코인이 쓰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동 상황과도 비슷하다. 같은 맥락에서 검열하기 어려운 기술도 당연히 당국의 검열을 피할 수 없는 ‘신기술’에 속하므로 실험하기 어렵다.

홍콩에 가족이 있는 중국의 한 비트코인 거래자는 “해외로 송금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말은 홍콩 은행 계좌에서 싱가포르 계좌로 보내는 것처럼 실제 은행 간 송금에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본토에서 들여오는 식품이나 현금 등 재화와 서비스를 구하는 일이 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홍콩에 있는 은행 영업점 중 19%가 시위 여파로 지난주 문을 열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시위가 격화되면서 온라인상에서 나누는 대화에 대한 검열과 제약도 한층 더 심해졌다.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달 모든 인터넷 기반 플랫폼과 매체에서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을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를 조장하는 정보의 유포 및 게시를 금지한다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중국 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전 세계 SNS 플랫폼에 접속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웹브라우저 쿠니아오(Kuniao)가 중국 본토 방화벽에 차단됐다.

 

테헤란

이란에서는 휘발유 가격 폭등과 부패한 정치권에 항의하는 전국 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직속 군 조직인 혁명수비대가 시위 진압에 나서면서 시민 200여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

이란 정부는 닷새 가까이 (현지에서 호스팅하는 웹사이트와 서비스를 제외하고) 글로벌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가 지난 21일에야 제한적으로나마 다시 접속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한 비트코인 이용자는 시위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고 말했다. 체포 당시 경찰은 SNS 채팅 메시지, 앱, 사진 등 휴대폰 내역을 샅샅이 조사했으며, 이후 그는 다른 비트코인 이용자에게 받은 트위터 개인 메시지를(DM) 수시로 지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에 개인 서버를 두고 있어 제한적이나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국가별 비트코인 채굴량을 보여주는 비트노드(Bitnodes)에 따르면 이란에서 운영 중인 비트코인 노드 수는 고작 6개밖에 되지 않는다.

안전상의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이 이용자는 “데이터 센터와 모바일 네트워크 사이에 안전한 암호 프로토콜을 만들었다”며, “마지막 서버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서버와 네트워크를 우회했다… 지금은 인터넷 속도가 100Mbps”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나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지만, 비트코인 지갑이나 텔레그램과 같은 모바일 앱은 여전히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 인터넷 이용자들이 해외 서버나 인프라에 접속하기는 특히 어려운데, 이는 많은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까 두려워 이란 이용자들의 접속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정부가 만든 감옥에 갇혀 있다. 블록스트림(Blockstream)의 비트코인 위성이나 메시 네트워크 기술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한, 힘들게 거래 정보를 보내더라도 디지털 거래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수신자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는 “기기들을 쉽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반 이용자에게 안전하고 접속 가능한 통신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레바논 시위대가 얻은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그 교훈이란 바로 암시장의 가장 큰 약점이 내부로부터의 침입이라는 점이다.

 

베이루트

지난 19일 레바논 시위대는 수도 베이루트의 네이메광장을 점거하고 의회 소집을 막았다. 레바논에서는 금융 시스템 위기와 부패한 정부에 반발해 시위가 시작됐다.

레바논에서 비트코인 거래는 주로 왓츠앱, 텔레그램, 페이스북 단체 채팅방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시위가 시작된 이후에도 약간의 웃돈만 주면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레바논 비트코인 이용자들에게는 국내 은행과 금융 기관에서 현금을 인출하기 어려워진 점이 비트코인 거래에 걸림돌이 됐다.

1주일간 영업을 중단했던 레바논 은행들은 지난주 영업을 재개하면서 현금 인출 한도를 1천 달러로 정했다. 시위대는 21일 중앙은행 건물로 진입해 이 모든 것이 통화위기가 닥쳐도 뒷짐만 진 채 미온적으로 대응한 정부 탓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한 익명의 제보자는 “유동성이 바닥났다”고 말했다.

2주 전 몇몇 비트코인 거래자들이 휴대폰을 해킹당해 그 안에 있던 비트코인을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익명의 거래자 계정 가운데 어떤 계정을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레바논 라디오 방송국 VDL 뉴스에 따르면 통신사 차원에서 관리되는 메시지를 중간에서 가로챈 해커는 피해자들의 위치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고, 해당 통신사인 터치(Touch)가 운영하는 네트워크에도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피해자와 관련된 거래소 두 곳은 자사 시스템이 직접 해킹당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왓츠앱과 텔레그램 계정도 해커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즉 모바일 계정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해커들은 이용자 사이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계정을 허위로 만들고 일반 이용자 행세를 할 수도 있다.” – 스스로 해킹 피해자라고 밝힌 제보자

이번 해킹은 레바논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실제로 직접 쌓은 인맥과 오래 지속한 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결론이 났다. 현실 세계에서 맺은 단단한 인간관계 없이는 가상세계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무정부 기술’의 한계

홍콩, 이란, 레바논의 상황을 종합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한마디로 비트코인의 인프라가 여전히 매우 부족하고 취약하다는 점이다. 물론 신기술이 안은 태생적인 한계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비트코인 이용자들이 지금보다 네트워크에 더 쉽고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앞서 중국과 이란의 제보자는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이른바 ‘무정부 루트’를 찾아갈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또 홍콩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제보자는 “시위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비트코인을 시위 자금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제보자는 홍콩 시민들이 여전히 가능한 한 전통적인 금융 기관을 이용하고 있고 설명했다. 개인간 직접거래(P2P) 플랫폼 로컬비트코인스(LocalBitcoins)가 조사한 홍콩과 이란 내 P2P 비트코인 거래 동향에서는 레바논 장외거래에서 나타난 급등세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테헤란에 사는 한 비트코인 거래자는 요즘 당국이 미심쩍은 비트코인 거래자를 잇달아 체포하고 있어 대부분 비트코인 거래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거래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으면 유동성이 부족해진다. 다소 혼선이 있는 환경일지라도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시스템의 가용성도 높아지고 프라이버시도 강화되기 마련이다.

만약 비트코인이 처음부터 테헤란에서 더 많이 사용됐다면 이용자들은 당국의 이목을 끌까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이란 제보자는 현재 이란에서 인터넷 검열을 피하도록 돕는 현지인에게 당국의 수사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자신이 현재 이란에 거주하고 있지 않지만, 테헤란의 비트코인 커뮤니티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털어놨다.

“이란 당국은 텔레그램 등 당국이 차단한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VPN 서비스나 프락시 서버를 호스팅하거나 판매 또는 유통하는 행위가 모두 불법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받은 이들은 이란에서 호스팅 웹사이트 등 서버를 보유한 사람들로,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알면 제보하라는 당부까지 있었다. 기지국 타워의  SMS-CB 기술로 특정 지역 사람들에게 퇴거를 명령하는 문자 메시지도 전송됐다.”

이런 예를 통해 자산을 보유하거나 해외에서 송금을 받기에 가장 유용한 수단이 비트코인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현지 거래는 위험이 크다. 해킹 공격을 받았다가 위기를 모면한 레바논의 한 비트코인 거래자는 다행히 자산의 절반을 비트코인 하드웨어 지갑에 넣어두어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유를 준다고 말하지만, 실제 소외계층은 비트코인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가끔은 비트코인이 신기한 물건, 아니면 특권처럼 느껴진다.”

레바논 기업가인 대니 무사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레바논 사람들은 주로 현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레바논 사람들이 모인 채팅방에서 나온 말에 따르면 하드웨어 지갑도 고장 나기 일쑤라서 이용자들이 서로 도와 고쳐가며 쓰는 실정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레바논에서 암호화폐를 진지하게 도입하기까지는 아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레바논 중앙은행의) 제약과 (해외) 거래소들의 서비스 제공 부족으로 레바논 사람들은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다.” – 대니 무사

이란과 레바논 사례에서 보듯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와 서비스 공급업체가 제재를 받거나 규정을 준수하지 못할까 두려워 특정 국민이나 지역 거주자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때에는, 글로벌 커뮤니티가 도와줄 수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를 막론하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연결성과 접속 문제다.

돈은 사회적인 성격을 띤다. 무정부주의를 따르겠다고 선언하더라도 기존 사회 안에 머물면서 추구하는 무정부주의란 공염불일 뿐, 그 사회를 떠나야만 한다. 테헤란에 사는 비트코인 거래자는 이렇게 말했다.

“블록스트림 위성으로 두세 명끼리만 데이터를 주고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굳이 비트코인을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 모든 이용자가 해커나 네트워크 전문가가 아니다… 결제 네트워크라면 우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네트워크여야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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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