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뉴스 안 보셨으면 보셔야 하는 이유

[미니칼럼]

등록 : 2019년 11월 27일 09:00 | 수정 : 2019년 11월 27일 08:46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우여곡절 끝에 국내 암호화폐 법제화가 걸음마를 뗐다.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지금까지 2년 넘게 무법지대에 붕 떠 있던 암호화폐가 국내법의 관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특금법은 원래 범죄자금의 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불법의심 거래를 파악하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게 되어 있는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게도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고객이 누구인지 항상 알고 있어야 하며, 자금세탁 방지나 테러자금 조달 방지를 위해 항상 거래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은행과 비슷하게 대우해준다니 언뜻 보면 좋은 얘기 같지만 거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 발효되면 국내의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는 나라에 신고를 한 후 영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은 실명 거래가 가능하도록 시중 은행과 실명 가상계좌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또 적절한 보안 역량을 갖춘다는 측면에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350~400개 정도의 거래소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 ISMS 인증을 확보하고 있는 거래소는 고팍스, 빗썸, 업비트, 한빗코, 코빗, 코인원 등 6개에 불과하다. 그중 실명 가상계좌를 가지고 있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4개다.

거래소가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쉽게 맞출 수 있는 조건들도 아니다. ISMS 인증의 경우 컨설팅과 운영에 필요한 장비구입 등 초기 비용만 1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전체적으로 암호화폐 거래량이 말라붙은 상황에서 운영 비용도 못 맞추고 있는 중소형 거래소들이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돈이다. 더구나 실명 가상계좌는 일정 조건을 맞춘다고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행령에 추가될 조건을 만족하면 은행에 가상계좌 발급 요청을 할 수 있게 되는 정도다. 앞서 실명 가상계좌를 터 놓은 4개 거래소도 지난해 1월부터 신규 계좌 개설은 못 하는 상태다.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게 극도의 불확실성이라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결국 특금법 이후,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거래소가 문을 닫고, 위에 언급한 6개의 업체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가장 우려되는 건 암호화폐 소액 투자자들이다. 국내 중소형 거래소들은 무너질 때, 고객 돈 출금을 막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 결국 예치해놓은 자신의 자산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소액 투자자들이 현재 자신이 거래하는 거래소가 계속 영업의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특금법 법안의 향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올해 글로벌 암호화폐 업계의 뚜렷한 추세는 암호화폐 파생상품의 약진이었다. 암호화폐 현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진 선물, 마진거래 등이 이제는 암호화폐 현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도 자주 보인다. 디파이(De-Fi) 영역에서는 각종 스테이킹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물론 합법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일들이다. 한국에서는 도박죄 적용 가능성이 있어서 이런 투자는 특금법 이후에도 불가능하다. 국내 암호화폐 규제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떼려 하고 있을 뿐이니까.

부디 앞으로는 정부와 국회의 규제 걸음마가 더 빨라지길 기원해본다. 많이 늦었다 지금.

이 글은 11월26일 발송된 뉴스레터에 실린 미니칼럼입니다. 뉴스레터 구독신청은 아래 배너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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