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혐의 체포’ 그리피스 보석 풀려난다…비탈릭도 ‘무죄’ 호소

등록 : 2019년 12월 3일 11:00 | 수정 : 2019년 12월 3일 11:06

버질 그리피스의 북한 입국 비자. 출처=트위터

북한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에 참석해 제재 회피 방안을 교육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던 버질 그리피스가 일단 보석으로 풀려날 전망이다.

2일 로스앤젤리스 법원 공판 뒤 그리피스의 변호인은 성명을 내어 보석 결정을 알렸다.

“버질이 구속 재판 상태로부터 석방돼야 한다고 오늘 결정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고소장의 검증되지 않은 혐의에 이의를 제기한다. 버질은 모든 스토리가 나오게 될 재판정에서의 그날을 고대한다.”

변호인은 다만 보석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보통 몇주가 걸린다”며 즉각적인 석방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피스는 지난달 28일 로스앤젤리스 공항에 도착하던 중 체포됐다. 그는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참석해 강연을 했는데, 고소장에 따르면 그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부터의 독립’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암호화폐 교환을 통한 남북 교류’ 등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온다.

대북제재 위반 혐의가 확정되면 그리피스는 최대 20년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은 핵·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북한에 각종 제재 조처를 취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국적자가 북한에 기술을 전수하는 것을 전면 금지시켰다.

2일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그리피스는 평양을 다녀온 뒤 다른 미국인 전문가들에게 내년 2월 다시 열리는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 참석을 권유했다. 고소장을 보면 그리피스는 미 국무부의 방북 불허 방침이 있었음에도 뉴욕의 북한대표부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았으며, 다녀온 뒤에 페이스북에 “이상하리만치 많은 관련 뉴스가 거짓”이라고 쓰는 등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평양 현지에서 그리피스를 만난 북한 관료는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 방안에 대한 강연을 요청하면서 “그런 주제가 청중의 공감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고 고소장은 적시한다. 그러나 그리피스는 북한 관료들에게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있는 기본 개념을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고소장은 그리피스가 법 위반 가능성을 인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방 수사관들이 입수한 그리피스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한 동료에게 남북한 사이에 암호화폐를 송금해야 한다고 말했고, 동료가 미국 제재 위반이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다.

버질 그리피스가 7월23일 서울에서 열린 비들2019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그리피스의 무죄를 호소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더리움의 공동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2일 트위터에 올린 연속된 8개의 글에서 “버질이 북한에 나쁜 짓을 할 만한 실질적 도움을 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공개된 정보에 기반한 프리젠테이션을 했을 뿐, 기이한 해킹 ‘고급 과외수업’ 같은 건 없었다”고 밝혔다. 아래는 부테린이 올린 글 전문이다.

“나는 버질을 외면해버리는 편리한 길을 거부한다.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굳게 믿는다. 나도 (석방 서명에) 동참한다.

먼저 2가지를 밝힌다.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해, 버질은 내 친구라는 것을 밝혀둔다. 이 모든 것은 이더리움재단과는 무관하다. 이더리움재단은 아무런 돈도 지불하지 않았고, 어떤 도움도 제공하지 않았다. 버질의 개인적인 여행이었고, 많은 이들이 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지정학적인 오픈마인드는 미덕이다. 누군가 자신이 어릴 때부터 최대의 적이라고 믿도록 배워온 집단을 향해 다가가고, 그들에게 귀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여러 편으로 갈라진 세상에서 각 집단으로부터 더 많은 이들이 그렇게 했더라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됐을 것이다.

버질의 이같은 미덕은 이더리움 클래식, 하이퍼레저 등과 관계를 개선하는 등 여러 면에서 효과를 보여줬다. 북한보다는 온화한 집단들이지만, 이 점은 여전히 중요하다.

버질이 북한에 나쁜 짓을 할 만한 실질적 도움을 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공개된 정보에 기반한 프리젠테이션을 했을 뿐, 기이한 해킹 ‘고급 과외수업’ 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가려는 조짐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나는 훨씬 강하게 반대했을 것이다.

버질이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얻은 것도 없다.

그러므로 나는 미국이 나약함보다는 강함을 보여주기를, 또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맞서싸워야 할 진짜 해로운 부패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공개된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래머들을 뒤쫓기보다는 말이다.”

에마누엘 골드스타인이라는 필명을 쓰는 해커잡지 2600의 편집장은 트위터에서, “암호화폐 개념을 설명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이는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고 분개했다. 골드스타인은 그리피스가 자신의 방북과 관련해 지난 5월 연방수사국(FBI) 요원과 만나기 전날 밤 그를 만났다면서, “함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술과 모험을 사랑하는 전형적인 해커일뿐”이라고 적었다. 그리피스는 이 잡지의 필진이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그리피스는 앨러배마 출신으로 앨러배마대 1학년 재학 시절 대학 학생증 관리 시스템의 결점을 발견해 해킹한 뒤 발표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피스는 위키피디아에서 편집 기록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위키스캐너라는 데이터마이닝 도구를 개발했고, 위키피디아에서 선전성 게시물을 걸러내는 도구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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