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은 국세청에 납부한 803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등록 : 2020년 1월 14일 10:00 | 수정 : 2020년 1월 14일 09:54

출처=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정부가 암호화폐 과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비트코인 거래로 수익을 낸 국내 거주자에게도 과세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는 국내 거주자에게 암호화폐 소득관련 과세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2017년 말에 실명계좌로 거래하도록 하면서 과세기반이 많이 포착됐다”며 “비트코인 같은 가상통화를 화폐가 아니라 자산으로 볼 경우 후속법률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형태의 거래에 수익이 발생하면 과세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올 7월 공개 예정인 정부의 2021년 세법개정안에 암호화폐 소득세 관련 조항을 새로 넣겠다는 얘기다. 동시에 올해까지는 국내 거주자의 암호화폐 매매 수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말 국세청에 803억 원 가량의 소득세를 납부한 빗썸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년 전인 2018년 초부터 빗썸을 세무조사했던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해외 거주자의 소득세 원천징수 명목으로 거액의 세금을 매긴 바 있다.

국세청의 논리는, 해외 거주자들이 빗썸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판매해 원화로 인출해간 경우, 빗썸이 미리 원천징수 해야했던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 걷겠다는 얘기다. 빗썸은 세법에 따라 일단 어쩔수 없이 납부하긴 했지만 해당 세금의 부과는 부당하며 향후 심판 청구,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낸 돈을 환급받겠다는 입장이다.

빗썸이 납부한 803억 원은 국내 암호화폐 소득세 과세 첫 사례다. 정부는 새로운 세원으로 암호화폐 업계를 주목하고 있다. 빗썸은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13일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세법 및 법조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쟁점① 암호화폐는 자산인가 아닌가

국세청은 이번 과세에서 ‘소득세법 119조 12의 마목‘을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거주자가 국내에서 부동산 외 국내 자산을 사고파는 과정 중에 소득이 생기면 과세한다는 내용의 조항이다.

재정경제부 세제실장(2005~2006)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조달청장과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김용민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은 “이 부분이 가장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여행에 앞서 다른나라 화폐를 사고 팔 때 세금을 내지는 않는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암호화폐가 자산인지 화폐인지, 그 밖의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는 암호화폐가 회계상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으로 정의한 바 있다. 국세청 역시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보고 과세했다. 그러나 법원 등 세금 적법성을 판단하는 결정기관이 빗썸의 암호화폐에 대해 국내 자산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빗썸은 납부한 세금 전액을 환급받게 된다.

쟁점② 빗썸에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가

두 번째 쟁점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해외 거주자 기타소득을 원천징수 할 만한 의무가 있느냐하는 부분이다. 중개업자라고 해서 모두가 세금 원천징수의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빗썸은 암호화폐를 사고팔게 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중개업자”라면서 “자본시장법상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중개업자의 경우 원천징수 의무가 있지만 빗썸은 거기에 명확히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원천징수 의무가 없는 상법상 중개업자가 세금 원천징수를 하기 위해서는 소득 발생자(암호화폐 판매자)의 위임이나 대리를 받아야 한다. 즉, 암호화폐를 판 이용자가 빗썸에 대신 세금을 내달라고 권한을 넘기지 않았다면 빗썸에 원천징수 납부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빗썸이 아마 이런 주장을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만약 빗썸의 원천징수 의무가 인정되지 않으면 국세청은 걷은 세금 전액을 환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쟁점③ 비거주자, 거주자는 어떻게 구분했는가

기타소득 과세 대상인 빗썸 사용자의 해외 거주자, 국내 거주자 구분도 실질적으로 매우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앞서 설명했듯이 국내 거주자는 현행법상 아예 소득세 납부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서는 연 183일 이상 국내 거주할 경우 거주자로, 그 미만은 비거주자(해외거주자)로 판단한다. 한국 국적 보유 여부는 비거주자 판단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가령 미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야구선수 류현진은 세법상 비거주자다.

국세청은 빗썸 세무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체 회원 중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분해 과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과세 해당기간인 2015~2018년 기간 동안 빗썸이 수집했던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거주를 연간 183일 이상 했는지 실질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원확인에 활용되는 휴대전화 번호와 인증만으로는 거주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다. 국세청은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에서 이기더라도 실제 소송에서 이 부분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만큼의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

쟁점④ 조세조약이 국내 과세보다 우선한다

빗썸에서 거래한 해외 거주자라는 사실이 판명된다고 해서 바로 기타소득 명목으로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 사람의 모국이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었다면, 국내법보다 조세 조약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경제 활동에 대한 이중과세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가령 중국의 경우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은 상태다. 이 조약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의 기타소득은 일방체약국(중국)에서만 과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암호화폐를 판 돈을 기타소득이 아니라 양도소득으로 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적자가 같은 재산 양도 행위를 할 경우에도 한국 과세당국이 아니라 일본 과세당국이 세금을 걷도록 되어 있다.

다만,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지 않았거나 타방체약국의 과세권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이 빗썸에서 암호화폐를 원화로 바꿨다면, 그에게는 세금을 걷을 수 있다. 따라서 해외 거주자의 국적이 확인돼야 한다.

쟁점⑤ 소득이 아니라 계좌 인출액 전체에 과세?

위에서 언급된 쟁점들을 모두 통과하면, 대체로 국세청 과세가 정당하다는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매매로 인한 소득액이 아니라 원화 인출액 전체에 세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통상 국내 세법에서는 기타소득을 걷을 때 각종 비용을 제외한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증명이 쉽지 않은 경우에는 전체 지급액의 60% 상당을 ‘필요경비’로 인정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소득세법 156조 1항 8호를 보면 국내 비거주자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의 경우 지급금액의 100분의 20을 일률적으로 원천징수하도록 되어 있다. 지급금액이란 실제 소득과 관련없이 일방에서 지급된 금액을 말한다. 김용민 위원장은 “한국 세법에서는 차익은 ‘소득금액’이라는 용어로 쓴다”며 “지급금액이라고 했으니 인출금액 전액이 과세대상으로 간주되는 것이 조문상 맞다”고 설명했다. 과세 근거가 있으니 법원에서도 정당하다고 볼 이유가 높다는 것이다.

다만, 지급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잡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소득세법 156조 1항 8호를 적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쟁점⑥ 진짜 세금내야 하는 사람들에게의 구상권

국세청의 과세가 정당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빗썸은 자신들이 대신 세금을 납부한 해외 거주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낸 세금만큼 돈을 돌려받기는 어려워 빗썸의 납세 금액 전체는 그대로 거래소 손실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변호사는 “해외 거주자에 대한 소장 송달에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한국 법원의 판결문을 받아도 해외 거주자가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그 나라에 집행법원으로 부터 집행결정을 받아야 집행이 가능하다”며 “사실상 외국인 개인을 상대로한 환급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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