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초기 인터넷은 정말 닮았을까? 닮았다면 그 미래는?

등록 : 2020년 1월 15일 17:00 | 수정 : 2020년 1월 15일 14:51

세계 최초의 웹서버. 출처=위키미디어 커먼즈

비트코인을 초창기 인터넷에 비유하는 건 어느덧 진부한 표현이 됐다. 떠오르는 기술이라는 공통분모에 근거한 비유지만 정말 맞는 표현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1년 월드와이드웹(WWW)이 첫선을 보인 당시에는 웹이라는 개념 자체도 모호했다. 그러나 월드와이드웹은 그 후 10년 지나는 동안 비트코인의 지난 10년보다 훨씬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표준을 따르는 이용자들을 성공적으로 늘렸다.

뉴욕타임스가 1994년에 쓴 기사를 보면, “여전히 속도는 느리고 사용자 경험도 일정하지 못하지만, 그런데도 기업들은 앞다퉈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웹사이트를 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초창기 인터넷 기업들도 지금 블록체인 엔지니어들이 직면한 확장성(scaling) 문제를 겪었다. “사람들이 인기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면서, 웹은 스스로 일군 성공 때문에 힘들어하는 징후가 보인다”고 지적하는 기사도 있다. 웹상의 콘텐츠를 유료화하려는 움직임은 이때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웹을 통해 이룩할 수 있는 상업적 잠재력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1995년 와이어드매거진 12월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CEO 스콧 맥닐리를 인용해 “사용 횟수 당 비용을 지불하는 자바소프트웨어 기반의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했다.

출시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인터넷은 상업, 대인 간 소통, 마케팅, 교육에 활용되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졌고, 유수의 기업 중에 이미 인터넷을 활용해 괜찮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도 있었다.

블록스트림(Blockstream)을 거쳐 블록체인 커먼즈(Blockchain Commons)를 설립한 크리스토퍼 알렌은 현 단계에서 비트코인 사용이 저조한 것은 우려스럽지만, 그렇기 때문에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확장성 솔루션이 전망이 있다고 밝혔다.

“언젠가는 스테이크를 주문하거나 빵을 살 때 라이트닝 기술을 통해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검열받지 않는 결제수단이라는 점은 분명 비트코인의 장점이지만, 실제로 빵과 스테이크를 비트코인을 내고 사 먹을 수 있는 날이 오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다른 화폐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크리스토퍼 알렌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골드 3.02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물론 암호화폐의 유용성은 이미 국제 협력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일례로 디크레드(Decred)는 디크레드 트레저리에서 35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60명이 넘는 기여자들에게 분배했다. 기여자들 가운데 30%가량은 라틴아메리카, 15%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보다 글로벌한 분배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실험적인 사례를 모아봤자 비트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자립적 화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사용량에는 터무니없이 못 미친다.

 

커뮤니티의 지지

상업적 이용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이 인터넷보다 발전 속도가 느리고 시기별로 뒤처진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 기능 면에서는 이미 인터넷의 성장세에 비견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동영상이나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이미 2001년에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여전히 인터넷 서비스는 이메일처럼 전 직장 동료나 같은 반 친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사용하는 통신 수단이자 플랫폼 정도로 묘사되는 데 그친다.

야후(Yahoo)는 기업 안에서 파산 절차, 건강보험, 연금제도와 관련해 한 달에 수백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600명의 인터넷 이용자들을 사업에 활용했다고 한다. 이는 포럼, 깃허브(GitHub), 트위터 등 SNS에 의존하는 오늘날 암호화폐 커뮤니티들과 유사하다.

일찍이 코어 인터넷 프로토콜 개발자로 활동한 알렌은 비록 대기업 중심으로 프로토콜이 통합되면서 결국에는 좌절됐지만, 인터넷이 본래 이용자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비전 아래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애스크지브스(AskJeeves)의 마크 플랫처, 토픽스닷넷(Topix.net)의 리치 스크렌타, 식스어파트(SixApart)의 메나 트롯(왼쪽부터) 2005년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출처=위키미디어 커먼즈

지캐시(Zcash)의 공동 설립자이자 일렉트릭코인 컴퍼니(Electric Coin Company)의 CEO인 주코 윌콕스도 자신이 초창기에 참여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들은 원래 이용자에게 자유를 줌으로써 갈등을 끝내려는 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치열한 토론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1990년대에 비트코인의 전신인 디지캐시(Digicash)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이 이상주의에 사로잡혀 경제적 유인책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고 고백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시스템이 상업적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조언해줄 것이다. 자원과 기부가 끊임없이 필요했다는 점이 내가 설계한 시스템의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지속적인 경제적 유인이 설계에서 빠져있었다.” -주코 윌콕스

이러한 관점에서는 비트코인은 출시 후 10년 동안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만하다. 물론 비트코인 생태계가 자립적인 모델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유사한 리스크

일부 코딩 전문가들은 자유를 보장해주는 강력한 법적 장치와 전향적인 예방책을 미리 마련할 수 있다면 탈중앙화된 웹 3.0이 초창기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필요한 보안 수준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프로토콜이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20년 뒤 모든 인증기관(CA, Certificate Authority)이 하나로 통합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중앙 인증기관 사업을 시작했다. 신뢰하는 인증기관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앙화라는 건 이상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크리스토퍼 알렌

델(Dell)을 거쳐 현재는 디크레드에서 새로운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리눅스 전문가 마르코 페레붐은 알렌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인터넷은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려던 이상주의적인 젊은이들이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늘날 암호화폐 지지자들과 닮은 점이다.)

“오늘날의 현실이 참 안타깝다. 정부의 간섭이 이렇게 심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암호화 기법을 통해 인터넷을 훨씬 더 발전시키고 지지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마르코 페레붐

그러한 이유로 알렌은 현재 안전하면서도 사용하기 쉬운 키 관리와 블록체인 신원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페레붐은 디크레드에서 오픈소스 펀딩 프로젝트를 개선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알트코인 프로젝트 대시(Dash)와 마찬가지로 디크레드는 일반참여자들의 투표와 네트워크에서 거둬들인 보조금으로 프리랜서들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또 디크레드의 개발자들은 본인의 기여도에 따라서 비공개로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페레붐은 향후 출시될 웹 3.0 모델들에 대한 감시와 기업들의 지배를 우려하며 인터넷이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 창출 모델을 버리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들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비공개 결제가 필요하다.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나는 암호화폐가 세상을 바꿔놓을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마르코 페레붐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 출처=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비트코인 이상

페레붐처럼 현재 알트코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는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어렵다는 게 비트코인이 안고 있는 약점이라고 이야기한다. 페레붐은 수정이 잦은 소프트웨어와 수정이 거의 불가능한 소프트웨어 사이의 어딘가에 안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그가 없는 소프트웨어란 없다. 합의를 이뤄야만 버그를 수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해결할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마르코 페레붐

또한, 페레붐과 윌콕스 같은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의 프라이버시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윌콕스는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거버넌스 체계가 중앙화되지 않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말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윌콕스는 리눅스가 실패한 이유는 사회적인 변화 보다는 기업에서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가 성공의 기준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비트코인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비트코인을 가장 잘 활용하는 주체가 대기업이 되어버리면, 인터넷이 그러했듯 비트코인 이용자들의 자유는 그만큼 더 큰 위험에 놓이게 된다.

“앞으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고 피해 역시 발생할 것이다.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싶다.” -크리스토퍼 알렌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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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