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 2’의 포스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크다

등록 : 2018년 6월 9일 23:40 | 수정 : 2018년 6월 10일 00:28

casey, token economy

“어서 오세요. 제2 레이어(Layer 2) 시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기존의 블록체인을 넘어 제2 레이어 블록체인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제2 레이어란 두 번째 층위 혹은 별도의 단계나 장소를 뜻하는 말이다. 곧 제2 레이어 블록체인이란 기존의 블록체인 안에서가 아니라 바깥에 있는 별도의 레이어에서 연산을 수행하고 거래를 기록, 검증한 뒤 그 결과를 원래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기존 블록체인의 데이터 부담을 줄여 이른바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함께 정보를 처리해 공유하는 기술을 구현하기도 훨씬 쉬워진 솔루션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프로그램 솔루션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첫선을 보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제2 레이어 기술은 당장 개별 거래나 스마트 계약을 처리하는 작업이 대부분 블록체인 밖에서(off-chain) 이뤄질 때 보안과 신뢰를 담보하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갈 길은 멀지만, 여전히 기존 블록체인의 합의 알고리듬을 바탕으로 이뤄진 거래 기록과 결국 똑같은 기록을 남기되 이를 계산하고 처리하는 복잡한 과정을 블록체인 밖에서 수행함으로써 원래 블록체인의 짐을 덜어준다는 점만으로도 제2 레이어는 어떻게든 구현해서 모두가 혜택을 누려야 하는 기술 대접을 받고 있다.

(필자가 속한 조직이기도 한) MIT 미디어랩의 디지털화폐연구소의 네하 나룰라(Neha Narula) 소장은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거나 혹은 CPU 용량을 아끼기 위해 연산 처리를 블록체인 위가 아니라 바깥에서 하는 것”이 제2 레이어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의 모든 컴퓨터가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작업을 수행하는 대신 제2 레이어에는 컴퓨터 두 대 정도만 참여해 거래를 처리한다. 그러나 나룰라 소장은 이어 “메인 블록체인이 신뢰를 담보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밖에서 거래를 처리하고 연산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거래의 보안 수준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제2 레이어 블록체인의 기반 기술은 완성됐다. 이제는 전체 플랫폼을 뒤흔들 만한 대단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돼 블록체인 분야 전체를 한 단계 끌어올릴 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면 된다. 모든 코드가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참고할 만한 사례나 과거의 경험이 전혀 없지는 않다. 1990년대 월드와이드웹(www)이 개발되던 때는 여러모로 지금과 비교해보고, 필요한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이때도 핵심적인 기본 프로토콜이 먼저 개발된 뒤 그 위에서 지금의 제2 레이어 블록체인과 같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그저 학자들 사이에서나 쓰이던 투박한 계산, 통신 수단은 제2 레이어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인류의 삶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지금의 인터넷으로 발전했다.

나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제2 레이어 시대에는 우리 삶을 실제로 바꿔놓을 혁신과 개발이 그야말로 쉼 없이 쏟아져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주춧돌 놓기

시계를 잠시 뒤로 되감아 1989년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가 하이퍼텍스트 트랜스퍼 프로토콜(HTTP)을 처음 도입했던 때를 생각해보자. 인터넷 데이터 통신 규약의 일종인 HTTP는 기본 레이어(또는 제1 레이어)인 인터넷 연결시스템 TCP/IP(Transmission Control and Internet protocols)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HTTP가 있었기에 5년 뒤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이 모자이크 웹 브라우저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등장한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든 온라인 서비스들의 시초가 결국은 HTTP였다.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 양상은 어떤 면에서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지난해 제2 레이어 시대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ICO 열풍 내지 광풍이 불면서 1990년대 닷컴 버블에 필적하는 암호화폐 버블이 한 차례 휩쓸고 갔다는 분석도 있다. 거품은 급격히 꺼질 때 문제이긴 하지만, 일단은 ICO와 토큰 판매에 몰린 많은 자금 가운데 적지 않은 돈이 제2 레이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다듬는 데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술의 보급을 앞당길 수 있는 신호다.

또한, HTTP는 사실상 도입과 동시에 모두의 표준이 되었지만, 블록체인에 관한 한 제2 레이어 시장을 둘러싸고 엄청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결제 채널은 처음에는 비트코인 거래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상호 운용(interoperability)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까지는 스마트 계약도 구현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흔히 2세대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이더리움의 제2 레이어 솔루션인 플라스마(Plasma), 레이든(Raiden) 등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거래를 구현하는 폴카돗(Polkadot), 코스모스(Cosmos), 인터레저(Interledger) 등도 있다.

MIT 디지털 화폐연구소와 피델리티 연구소(Fidelity Labs)가 주최한 L2 회의(L2 Summit)에서 볼 수 있었듯이 블록체인 밖에서 연산을 처리해 메인 블록체인을 가볍게 유지함으로써 거래 용량을 늘리는 방법도 이미 여러 가지가 연구,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브라(Abra)라는 스타트업의 개발자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이미 존재하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다른 화폐나 토큰으로 선물(先物) 계약을 맺고 진행하기도 한다.

만개하는 제2 레이어 시대

이미 라이트닝 네트워크에만 2천 개 넘는 노드가 있으며, 돌아가는 거래 채널만 해도 7천 개가 넘는다. 여전히 전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라이트닝 커뮤니티 덕분에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라이트닝 백서를 썼고 현재 MIT 미디어랩 디지털 화폐연구소에 몸담고 있기도 한 태지 드리자(Tadge Dryja)가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 형태를 개발한 덕분에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제2 레이어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베를린에서 열린 블록체인 에너지 콘퍼런스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에서는 폴카돗과 슬록잇(Slock.It)이 선보인 오프체인 거래, 기기대 기기 거래가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하이퍼레저 컨소시엄에 리플(Ripple)이 합류하면서 리플 개발자들은 자사의 인터레저 프로토콜을 활용해 기업용 블록체인에 쓸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트닝 랩(Lightning Labs), 블록스트림(Blockstream), 리플, 패리티(Parity) 같은 스타트업을 비롯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백여 명의 개발자들이 제2 레이어 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 제2 레이어를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존 대기업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결국에는 시장의 표준이 정립되면서 승자가 나타나고 W3C로 잘 알려진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 같은 연합체가 구성돼 전반적인 과정을 주도하고 관리하게 될 것이다. 산업별로 따져보면 경제적으로 어느 분야가 각각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까? 지난 1990년대 인터넷의 개발과 보급 과정을 떠올려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 분야는 손해를 보거나 아예 해체되고 재편될 수도 있다.

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결제 채널은 앞서 비트코인이 약속했지만 구현하는 데 실패했던 낮은 수수료, 빠른 거래 속도를 약속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 두 가지만 구현해도 기존의 은행, 신용카드 회사, 송금 회사가 필요 없어질 만큼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아직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에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사안들이 너무나 복잡하다. 당장 하루가 멀다고 널 뛰는 암호화폐 가격부터 설명하기 쉽지 않다. 또한, 규제 당국이 추적하고 관리하기 무척 까다로운 거래 시스템을 과연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사실 대기업들이 달려들 만한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한 오프체인 솔루션을 제대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규모의 개발이 이뤄질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런 대기업이 등장한다면 만만찮은 개발비용을 전체 시스템에 전가할까? 아니면 초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필요한 돈이 돌 수 있도록 할까? 이 또한 아직 알 수 없다.

암호화폐 커뮤니티 안에서 승자와 패자가 어떻게 갈릴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누군가는 (작업증명 방식으로) 계속 비트코인을 채굴해야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유지가 되는데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제2 레이어 솔루션이 채굴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이 문제를 놓고 최근 라이언 셀키스와 제임슨 롭이 트위터에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1990년대 월스트리트에서 얻은 교훈을 떠올려보자. 인터넷 기반 전자거래가 활성화되면 기존의 중개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던 투자은행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우리가 알듯이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식시장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확장됐고, 기존의 은행과 금융회사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됐다. 거래 한 건당 수수료는 크게 낮아졌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의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물론 역사가 늘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밖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작업을 처리하게 되면 채굴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 문제는 우리가 걱정해야 할 사안이 아니기도 하다.

비트코인 메인넷에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론을 낸 세그윗 논쟁에서 우리가 정의한 간단하지만 분명한 목표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 바로 최적의 탈중앙화와 최대한의 보안을 구현하는 것이다.

진짜 혁신은 기존의 판을 깨고 새로 짜는 과정이다.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혁신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마이클 케이시는 코인데스크 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MIT 디지털 화폐 연구모임의 블록체인 연구 선임 고문이다. ‘Token Economy’는 마이클 케이시의 고정 칼럼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