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슈퍼마켓, IBM 식품 블록체인 합류

등록 : 2019년 4월 13일 15:00 | 수정 : 2019년 4월 13일 14:47

World’s Second-Largest Grocer Joins IBM Food Trust Blockchain

이미지=셔터스톡

매출액 기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슈퍼마켓 체인 앨버트슨(Albertsons Companies)이 IBM의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에 합류했다. 푸드 트러스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식품 생산자와 도·소매상을 연결하는 식품 이력 추적 시스템이다.

앨버트슨은 우선 배추상추(romaine lettuce)에 푸드 트러스트를 시범 적용할 계획이라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지난해 유통된 배추상추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오염된 상추를 먹고 총 96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5명은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한 것을 염두에 두고 배추상추를 시험 대상으로 고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본점을 둔 앨버트슨은 세이프웨이(Safeway), 본스(Vons), 주얼오스코(Jewel-Osco), 쇼즈(Shaw’s), 애크미(Acme) 등 미국 전역에 슈퍼마켓 체인 점포 2300여 곳을 보유하고 있다. 앨버트슨의 2017년 매출액은 570억 달러로, 크루거(Kroger)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앨버트슨의 합류로 IBM 푸드 트러스트를 이용하는 브랜드는 8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IBM이 만든 대표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인 푸드 트러스트는 식료품 유통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재빨리 짚어내고 유통 과정에서 오염된 제품이나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제품을 찾아내 제거할 수 있게 되면서 소매상들은 일부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도 재고를 전부 다 폐기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소매상들은 푸드 트러스트의 출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에는 유럽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 까르푸가 푸드 트러스트에 합류하면서 월마트, 네슬레, 돌푸드, 타이슨푸드, 크루거, 유니레버와 한배를 타게 되었다. IBM은 현재까지 푸드 트러스트를 통해 이뤄진 식품 이력 추적 건수만 50만 건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단일 품목을 조사한 회수를 한 번으로 집계한 통계로, 추적한 식품의 규모는 업체마다, 품목마다 다르다.)

앨버트슨의 IT 부문 부사장인 루카 나나바티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숫자의 힘을 믿는다. 식품업계 대기업들이 뜻을 모은다면 생산자들도 푸드 트러스트에 동참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유통망과 관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새로운 데이터를 사용해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나바티는 식품업계가 언제나 식품안전 부문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문제 있는 상품을 효과적으로 회수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분명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방법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IBM과 월마트는 상품 추적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기술을 지난 2016년부터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칭화대학교에서 중국의 방대한 돼지고기 시장을 대상으로 개념증명을 했고, 그 결과 수일이 걸리던 추적 소요 기간이 몇 분 단위로 단축할 수 있었다.

IBM 푸드 트러스트의 판매 책임자인 수잔 리빙스턴에 따르면 지금은 이력 추적에 드는 시간이 초 단위로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상품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리기도 했고, 그조차 불가능해서 전량 회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나바티는 앨버트슨이 향후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를 어느 상품군에 확대 적용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배추상추의 시범 운영을 성공리에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배추상추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는 상품 이력을 추적하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푸드 트러스트 시스템 안에서는 이력 추적에 드는 시간이 몇 주 단위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월마트의 의무조항

앨버트슨보다 한발 앞서 IBM 푸드 트러스트에 동참한 월마트는 월마트에 푸른잎 줄기채소를 납품하는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9월 말까지 푸드 트러스트에 참여할 것을 의무화했다.

앨버트슨도 월마트처럼 공급자들에게 푸드 트러스트 참여를 의무화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나나바티는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의무화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권고 사항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대형 소매상들이 공급자들에게 세세한 품질 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나나바티에 따르면 앨버트슨의 공급자 가운데 푸드 트러스트에 참여할 뜻을 먼저 밝힌 곳도 있다.

IBM의 수잔 리빙스턴은 월마트의 의무화 조치와 관련해서, 의무조항으로 만들면 관리가 확실해지기는 하지만, 일부 소매상들은 공급자에게 더 이상 짐을 지우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의무적으로든 자율적으로든 함께 식품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소비자뿐 아니라 유통망에 관여한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관심사와 맞아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나바티는 푸드 트러스트 블록체인 사용을 간편하게 만들기 위해 앨버트슨과 IBM이 함께 노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내가 바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조그마한 농장을 운영하는 소규모 공급자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단하게 상품 이력을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한 앨버트슨은 연간 110억 달러 규모의 자체 브랜드 상품 이력을 관리하는 데도 블록체인 기술이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까르푸가 앱을 통해 자체 브랜드 유기농 닭고기의 생산과 유통 이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담처럼 하는 얘기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오늘 요리할 닭이 어디 출신인지 고향까지 궁금해한다.”

나나바티의 말이다.

 

선의의 경쟁

IBM 푸드 트러스트에 식품 유통업계의 경쟁사들이 비교적 순조롭게 참여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리빙스턴은 이것이 데이터 보안 관련 기술에 신경을 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푸드 트러스트를 사용하는 기업들 가운데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했고, 그것은 (경쟁 기업이 우리 데이터나 영업 비밀을 볼 수 없는) 철저한 비공개 시스템이었다. 그들은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매우 엄격히 통제하고, 모든 거래 기록, 시스템 접속 기록에 대한 접근 권한이 확실하게 규정된 시스템을 원했다.”

또한, 리빙스턴은 ‘푸드 트러스트 거버넌스 위원회’를 설립한 것이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은행 컨소시엄을 비롯해 다른 업계의 블록체인 컨소시엄들은 아무리 암호화된 데이터라고 해도 이를 공유하는 건 극히 꺼린다. 또한, 해운 업체들은 서로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서 아예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쓰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식품 생산∙유통 업계는 서로에게 우호적이라는 뜻일까?

나나바티는 식품업계 특유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품 유통은 결국 사람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식품 업계에는 궁극적으로 치열한 경쟁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경쟁 업체들이 결국에는 소비자를 위해 건강한 먹을거리를 함께 공급하는 곳인 만큼 다른 무엇보다도 식품 안전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매일 먹고 마시는 식료품에서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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