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프로스트로 댑(Dapp) 속도 10배 빨라져”

[인터뷰] 박도현 파이랩(PiLab) 대표

등록 : 2019년 5월 15일 07:00 | 수정 : 2019년 5월 15일 16:13

블록체인을 대표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세상에 등장한 지 각각 10년, 5년이 지났다. 이들을 필두로 저마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EOS, 트론, 리플 등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가 봇물터지듯 나타났다. 그 결과는 어떨까. 다수의 전문가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하는 댑(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전 세계 댑 현황. 출처=스테이트 오브 더 댑스

스테이트 오브 더 댑스(State of the Dapp), 댑(dapp) 등 전 세계 댑 리스트를 볼 수 있는 사이트에 따르면, 14일까지 만들어진 댑은 약 2660여 개다. 전 세계 댑 이용자는 12만8990여 명이고, 하루 거래량은 약 1876만 달러(약 222억 원)이다.

언뜻 댑 이용자나 거래량이 많아 보이지만, 암호화폐 전체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암호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자료를 보면 14일 기준 등록된 암호화폐는 모두 2173개로, 이 중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암호화폐가 861개(39%)다. 이들이 거래소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규모는 886억 달러(약 105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견주면 댑의 하루 거래량은 0.02%에 불과하다.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 중 대다수가 거래소에서 거래만을 위해 사용되고, 댑에는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박도현 파이랩 대표. 출처=박근모

 

지난 9일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파이랩(PiLab) 사무실에서 만난 박도현 대표는 그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했다.

“현재 제대로 돌아가는 댑은 없습니다.”

박도현 대표는 가천대 경영대학 금융수학과에 재직 중인 현직 교수다. 지난 2017년 9월 같은 대학에서 함께 근무하던 이종협 교수와 블록체인 기술 개발 업체 파이랩을 설립했다. 박 대표는 파이랩이 개발한 ‘바이프로스트(BIFROST)’를 활용하면 제대로 돌아가는 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바이프로스트에 대해,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을 연결해 실제로 서비스 가능한 댑을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댑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지 않았던 원인이 퍼블릭 블록체인의 느린 처리 속도(트랜잭션, TPS)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퍼블릭 블록체인과 빠른 처리가 가능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하나의 블록체인처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의 이론상 처리 속도는 약 7TPS다. (비트코인의 1블록 생성 시간은 평균 600초, 1블록 사이즈는 1MByte, 1거래당 사이즈는 250Byte이므로, 1블록 거래 수는 1MByte / 250Byte, 곧 4194.3건이다. 초당 거래 처리 수는 4194.3건 / 600초로 약 7TPS가 된다.) 이더리움은 15~20TPS다. 전 세계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자와 마스터의 초당 거래 처리 수는 4000TPS다.

“현재 가장 많은 댑이 개발된 블록체인 플랫폼은 이더리움으로 전체 댑 중에 90% 이상이 이더리움에서 개발되고 있다. 댑은 만들어졌지만,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댑은 없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느린 처리 속도로 인해 한번 클릭하면 몇 초에서 몇 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을 어느 사용자가 기다려주겠나? 그럴 바에는 기존 중앙화된 앱을 사용하고 만다. 바이프로스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빠른 거래 처리가 가능한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데이터 신뢰도를 담보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박 대표가 바이프로스트를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이랩을 공동 창업하고 현재 CTO를 맡고 있는 이종협 교수와 2015년에 이더리움을 처음 접한 후 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전국적으로 아파트 관리비의 불투명한 운영을 두고 말이 많았다. 그래서 2016년 초 아파트 관리비를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댑을 프로토타입으로 개발했다.”

당시 박 대표와 이 교수가 개발한 아파트 관리비 댑은 입주자가 낸 관리비를 블록체인에 기록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은 자동으로 처리했다. 남은 충당금은 다시 블록체인에 기록했다. 관리비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식이다. 개발한 댑을 갖고 국토부와 LH공사 등에 찾아갔지만, 충분한 사례가 없고 박 대표가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구현한 댑이 원활히 동작할지 의문이라는 이유로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진 못했다.

2017년 9월 가천대로부터 교수 겸직허가를 받은 박 대표와 이 교수는 벤처기업 파이랩을 창업했다. 파이랩은 첫 번째 블록체인 프로젝트 과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한 수입 식품관리 프로젝트 PoC(Proof of concept, 개념증명)를 맡게 됐다.

“그동안 수입 식품관리는 수출국에서 수입국에 제출하는 종이 혹은 전자 문서로 된 위생증을 받아서, 실제 물건과 눈으로 식별 후 이상이 없으면 통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이 위생증이 위변조하기 쉽다는 데 있다. 블록체인에 위생증을 기록한다면 임의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만큼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꽃게 속 납 검출 사건이나 멜라민 유제품 파동 등 그동안 식품 및 식재료 수입 과정의 불투명성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같은 문제는 대부분 위생증의 내용을 임의로 위변조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정상적으로 위생 검사를 받은 꽃게 1톤에 대한 위생증 내용을 10톤이라고 위변조해 위생 검사를 받지 않은 꽃게 9톤까지 가져온다는 소리다. 이를 검사하는 우리나라 식약처는 위생증 내용만 보고 착각할 소지가 많다는 의미다.

“아파트 관리비 댑과 마찬가지로 수입 식품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민이 있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수많은 노드에 분산원장으로 기록해 데이터 위변조를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지만, 자체 처리 속도(TPS)가 느린 만큼 실시간으로 처리 결과를 얻기 힘들었다. 제한된 노드를 운영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처리 속도는 빠르지만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었다.”

바이프로스트 구조. 출처=파이랩

 

바이프로스트의 구조는 간단하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하나로 통합해 댑과 연결해준다. 댑은 데이터 저장이나 트랜잭션 처리를 퍼블릭 블록체인이나 프라이빗 블록체인 등 원하는 형태로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어찌 보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이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각각의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스마트컨트랙트를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 또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내부 처리 속도가 다른데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동시에 이뤄져야 정확한 결과값을 얻는다. 그러니 서로 다른 처리 값을 동일하게 동기화해야 한다. 기존 IT 기술 중 클라우드에서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공용 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특정 사용자만 접속 가능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나로 결합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로 다른 환경을 연결하기 위해서 ‘가상화(virtual)’ 기술을 활용한다. 바이프로스트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통합하기 위해서 ‘모듈화(Modularization)’를 이용한다.

“바이프로스트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기능을 모듈화해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삽입한다. 이를 통해 댑 개발사는 퍼블릭 블록체인이나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댑 개발사는 개발에만 집중하면 된다. 댑 서비스에 필요한 블록체인 플랫폼은 바이프로스트를 활용해 이더리움이든, 이오스든, 트론이든 연결해 사용하면 된다.”

바이프로스트는 약 50% 정도 개발이 진행됐다. 현재는 이더리움 만을 지원한다. 곧, 이더리움 퍼블릭 블록체인과 이더리움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결합이 가능하다. 파이랩에 따르면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엔진 역할을 담당하는 EVM(이더리움 가상 머신) 기반의 블록체인 플랫폼 결합 기술은 완성 단계에 있다. EOS, 트론 등 EVM을 사용하지 않은 블록체인 플랫폼 간의 결합 기술 개발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바이프로스트 로고. 출처=파이랩

 

파이랩의 바이프로스트는 지난달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40억 원 규모의 시드(Seed) 투자 유치를 받았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원동력을 물었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결합해 기존보다 훨씬 빠른 댑을 실제로 보여줬다. 작년 6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이더리움 재단, 싱가포르 펀드 운용사 시그넘 등을 대상으로 3가지 종류의 댑을 만들어서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댑보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줬다. 우리 시연을 지켜본 이들은 지금까지 블록체인 프로젝트팀들을 수없이 많이 만났지만, 실제로 구현이 되는 댑을 개발해 기술 시연을 한 팀은 바이프로스트가 처음이라며 감탄했다.”

파이랩이 이날 시연한 3가지 댑은 스팀잇(Steemit)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 블로그 댑, 크립토키티와 같은 수집 댑, 도박 게임 댑이다. 모두 이더리움 퍼블릭 블록체인과 이더리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바이프로스트로 결합한 댑으로 구현했다. 파이랩이 실제 시연한 영상에 따르면,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댑 대비 처리 속도는 10배 이상 빠르고, 가스비는 75% 이상 줄어든다.

“기존 댑들은 모든 과정을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돌린다. 이 경우 처리속도가 느린 만큼 글 하나를 올린 후 수초에서 수분을 사용자가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 이용 수수료인 가스비(gas fee)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바이프로스트를 활용하면, 기본적인 데이터 처리는 빠른 처리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할당하고, 결과값만을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기록해 처리 속도는 올리고, 가스비는 줄일 수 있다.”

파이랩은 바이프로스트의 수익 구조도 퍼블릭과 프라이빗의 결합을 통한 성능과 속도의 향상에서 찾고 있다.

“바이프로스트를 댑들이 사용하면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가스비는 줄어들게 된다. 우리는 줄어든 가스비 일부를 바이프로스트 사용료로 받을 계획이다.”

파이랩은 이를 위해 IEO를 준비중이다. 바이프로스트의 유틸리티 토큰 ‘BFC’ 약 20억 개를 발행해 댑 개발사들이 바이프로스트 서비스를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산이다. IEO를 통해 투자받은 자금은 향후 바이프로스트 재단으로 이어가, 댑 생태계 확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올해 연말에는 바이프로스트 파트너 댑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 블록체인 생태계 확산이 더딘 이유는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해서가 아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인 댑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2000년대 초 IT버블 시대에 홈페이지만 있으면 수백억 원씩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지 않아 수많은 IT기업이 사라졌다. 현재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2016년부터 블록체인 열풍이 불며 백서(White paper)만 있으면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댑은 없다. 결국 IT버블 시대를 지나며 네이버, 카카오 등 실제 서비스를 보여준 기업들이 살아남았다. 블록체인에서도 실제 사용 가능한 댑을 선보인다면 누구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 바이프로스트와 함께 한다면 누구나 실제 사용 가능한 댑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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