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는 어디까지 탁월할 것인가

등록 : 2019년 4월 15일 07:00 | 수정 : 2019년 4월 15일 01:09

The Unbelievable Brilliance of Binance

바이낸스 설립자 자오창펑. 사진=코인데스크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출범 이후 걸어온 길과 그 길에서 이룬 업적들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기발하고, 앞으로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추구하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 암호화폐 업계의 무수한 기업들은 암호화폐 기술의 우수성을 뽐내는 일에만 열중할 뿐, 실질적으로 그들이 주창하는 혁신적 기술의 미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치밀하게 세우는 일은 게을리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근 바이낸스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순간의 기회를 포착하고 적시에 결단을 내리는 능력, 그리고 새로운 제품과 개선된 서비스를 끊임없이 출시하는 추진력 등 그동안 바이낸스가 보여준 남다른 행보는 암호화폐 분야에서 지속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영향력 있는 기업이 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수많은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발도 제대로 떼보지 못한 상태에서 진로를 변경하거나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고전하고 있지만, 바이낸스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또 다른 차원의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라는 것이 수시로 호황과 불황을 넘나들고 그만큼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한순간에 찾아왔다가 금세 사라져버리는 곳이기 때문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재빠르게 사업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늘 신중한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 기업들 상당수가 번번이 기회를 놓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그만큼 바이낸스가 이룬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지난 1년간 바이낸스가 걸어온 길을 자세히 살펴보자. 2017년 출범한 바이낸스는 운영진의 빈틈없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기회로 삼고 적극 활용했다. 이는 지금껏 다른 어떤 암호화폐 거래소도 시도하지 못했던 일이다.

바이낸스가 걸어온 길은 크게 다음 세 가지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1. 시황이 좋지 않아 고객 기반을 넓히기 불리한 상황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15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진출, 효과적으로 암호화폐를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 제공.
  2.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수많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실적이 부진해지기 시작하자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신규 암호화폐 판매 플랫폼 바이낸스 런치패드(Binance LaunchPad) 출시 및 적극 홍보.
  3. 암호화폐 기술의 본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분산형 거래소인 바이낸스 DEX 출시에 박차를 가하며 운영진이 스스로 물러나기 위한 발판 마련.

 

유비무환

암호화폐 세계에는 극과 극의 두 계절, 건기와 우기만 있는 것 같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는 점에서는 단순명료해서 좋은 비유이기도 하다.

암호화폐 업계에 우기가 찾아오면 마치 장마철에 비가 쏟아지듯 새로운 고객들이 넘쳐난다. 암호화폐 거래 경험이 없는 초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비용 대비 가치가 높아 시도할 만하다. 반면 건기에는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메마르듯이 신규 고객의 수도 메말라간다. 여기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커져 대부분 거래소는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바이낸스는 암호화폐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2017년 여름에 출범했다. 파도가 치면 바다 위에 있는 모든 배가 함께 떠오르듯이 업계 전체가 솟아오르고 있었고, 어쩌면 그래서 물밑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던 일에는 다들 눈이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바이낸스의 CEO 자오창펑은 암호화폐 기업 블록체인(Blockchain.com)과 오케이코인(OKCoin)에서 일하며 암호화폐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두 기업 모두 초반에는 승승장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력을 상실했다. 오늘날 자타가 공인하는 암호화폐 업계의 거물인 자오창펑은 세월과 함께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게 됐다.

바이낸스 출범 당시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은 미국 달러화를 취급했다. 자연히 미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제약도 많아 대체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자오창펑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수년간 암호화폐뿐 아니라 일반적인 금융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경험이 풍부했던 자오창펑은 ICO로 자금을 조달해 그동안 그가 겪어온 수많은 기술의 단점들을 보완한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바이낸스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자오창펑이 내린 결정 중 특히 두 가지가 매우 탁월했다.

첫 번째는 법정화폐를 취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다. 이를 통해 바이낸스는 제도적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플랫폼을 운용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다양한 종류의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축하면서 시장 수요를 곧장 충족할 수 있는 인재들을 갖추게 된 것이었다.

두 가지 결정 덕분에 바이낸스 플랫폼이 취급하는 암호화폐의 종류는 빠르게 늘어났다. 바이낸스는 불과 반 년 만에 고객 300만 명 규모의 대형 거래소로 자리매김했다.

코인베이스(Coinbase)의 사례는 바이낸스와 여러 면에서 대조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시작한 코인베이스는 2017년 기준 고객 2천만 명을 둔 대형 거래소로, 표면적으로는 바이낸스를 앞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면에서는 바이낸스에 미치지 못한다.

2017년 당시 코인베이스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폐는 네 가지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장이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플랫폼의 이용 편의성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코인베이스의 고객층은 한동안 굳건히 유지됐다. 하지만 이듬해 암호화폐 시장에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코인베이스에 새로 유입되는 고객의 수는 급감했다. 코인베이스는 뒤늦게 다른 암호화폐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고객들의 관심은 멀어진 뒤였다.

결국 코인베이스는 고객들이 바이낸스로 옮겨가기 전 잠시 이용하는 초보자용 플랫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법정화폐를 취급하기는 하지만 지원하는 암호화폐의 종류가 워낙 제한되어 있다 보니 고객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 이탈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들 거래소는 취급하는 자산의 가짓수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운영하는 인력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잘 나가는 바이낸스 코인

달러를 취급하지 않기로 한 자오창펑의 결정은 그 자체로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그러나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오창펑은 언젠가는 경쟁사들이 그의 전략을 모방해 재빠르게 뒤따라오면 기존의 고객층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오로지 바이낸스 플랫폼을 이용할 때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제공해 고객의 이탈을 막기로 전략을 세웠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자체 암호화폐가 바이낸스 코인(BNB)이다.

바이낸스가 BNB를 처음 출시했을 때는 ICO를 추진하기 위한 구실이라는 비판도 있었다.그러나 지금 BNB는 고객층을 유지하기 위한 최상의 전략으로 인정받는다.

고객은 시장에서 BNB를 거래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거래 수수료도 BNB로 지불할 수 있다. 굳이 바이낸스 플랫폼을 떠날 이유가 없다. 고객들이 바이낸스를 꾸준히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BNB의 시가총액은 무려 23억 달러에 육박한다. 오랫동안 내림세가 이어진 암호화폐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며 나홀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주: BNB의 현재 가치나 앞으로 그 가치가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단지 BNB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는 혁신이란 점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못한 바이낸스는 BNB를 접목한 서비스와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이낸스 런치패드다. 바이낸스 런치패드는 신규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ICO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BNB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낸스 고객층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됐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직원 수만 300명이 넘는 대형 기업이 된 뒤에도 순간의 기회를 포착하는 바이낸스의 감각은 분명 남다르다.)

후오비(Huobi), 오케이코인 등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소규모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바이낸스의 기발한 고객 유지 전략을 모방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결국, 바이낸스가 구축한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의 모범적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인 것 같다. 바이낸스가 개발한 플랫폼을 보고도 그 성공 사례를 연구하지 않고 자체 플랫폼에 접목할 방법을 고민해보지 않은 거래소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바이낸스의 전략을 도입했을 때 이득을 볼 수 있는 암호화폐 플랫폼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라켄(Kraken)은 최근 거래소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해 총 1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의 미래에 투자하는 고객은 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해 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운영에도 참여해 값진 의견과 조언을 제시하면서 오랫동안 그 회사의 고객으로 남아있게 된다는 사실을 크라켄은 간파한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크고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고객 이탈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이 뒤늦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일찌감치 이런 문제가 닥칠 것을 예견하고 대비한 바이낸스는 이제 미래를 향해 또 한 번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야심 찬 미래

앞으로 바이낸스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만족하고 IPO를 준비하면서 현상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바이낸스 답게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바이낸스는 조만간 싱가포르에서 법정화폐를 취급하는 새로운 암호화폐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법정화폐를 취급하게 됐으니 바이낸스도 이제 영향력 있는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는 기업이 되는것이다. 이 정도면 CEO가 트위터를 통해 대대적으로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허리를 숙여 제도권에 들어오는 것은 자오창펑에겐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드라마틱한 전환이랄까? 현재 바이낸스는 분산형 거래소인 바이낸스 DEX의 조기 출범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낸스 플랫폼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바이낸스 DEX는 지난 2월 테스트넷을 출시했다.

분산형 거래소는 바이낸스와 같은 한 기업의 경영진이 개입하지 않고 개별 이용자들이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이용해 직접 서로 거래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기술의 산물이다. 이제까지 대규모로 운영된 분산형 거래소는 없었다. 그만큼 바이낸스 DEX가 실제로 출범했을 때 정확히 어떤 난관에 부닥치게 될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바이낸스가 택한 이 길은 다른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의 행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월스트리트에서 오래 일한 금융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기관투자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는다. 반면 바이낸스는 현재 사용하는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훨씬 가치 있는 일로 여기고 있다. 바이낸스가 구상하고 있는 분산형 거래소는 첨단 기술을 접목하면서 기관이 아닌 개인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바이낸스가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길이 매우 당연하면서도 동시에 상당히 극단적인 결론, 곧 운영자가 손을 떼고 오직 이용자들이 스스로 운영해 나가는 플랫폼을 향한다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지 않았기에, 이 길을 택하는데 있어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도 자유롭다.

바이낸스 운영진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그 효과는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거래소를 만들어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더 큰 혁신으로 이어져 암호화폐 방식의 ‘출구 전략’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진들이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팔고 손을 떼는 출구 전략에 대안을 내놓을수도 있다.

물론 이 모두 너무 앞서간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바이낸스가 이룬 결실들을 본다면, 그 누가 바이낸스의 도전을 허풍이라 일축할 수 있을까.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