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테린 “이더리움 2.0 스테이킹 보상 연 3.3%로 높이자”

"참여자들 적정한 보상과 네트워크 보안 유지에 필요한 균형점 찾아야"

등록 : 2019년 5월 1일 18:00 | 수정 : 2019년 5월 2일 11:02

Vitalik Proposal Could Turn Ethereum Staking Into $160 Million Industry

이미지=셔터스톡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 2.0에서 채택할 지분증명 합의 알고리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걸어두는 지분(이더, ETH)에 대한 보상을 늘리자고 주장했다.

시가총액 175억 달러(20조 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블록체인인 이더리움 역사상 가장 큰 업그레이드가 될 예정인 이더리움 2.0은, 현재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네트워크 전체의 운영 비용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채굴자들이 거래를 검증한 내용을 블록에 기록해 계속 늘어나는 사슬처럼 쌓아가는 작업증명 합의 알고리듬 대신, 이더리움 2.0은 완전히 새로운 합의 프로토콜인 지분증명 방식을 채택한다. 지분증명 프로토콜은 참여자가 자신의 자산을 걸어두고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검증해 블록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자산을 걸어두는 행위를 스테이킹·staking이라고 한다)

작업증명 방식의 보안이 방대한 양의 컴퓨팅 능력과 전력에 달렸다면, 지분증명 방식을 채택하는 이더리움 2.0의 보안은 참여자들이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걸어둔 이더의 양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지분증명 합의 방식을 채택한 네트워크에서는 네트워크를 검증하기 위해 걸어둔 자산의 양이 곧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데 드는 비용이 된다. 현재 걸린 자산을 압도할 만한 돈을 쏟아부을 수 있다면 그 네트워크는 이론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바꿔 말하면 걸려있는 돈이 너무 많으면 공격할 엄두도 낼 수 없게 된다.” – 이더리움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 패리티(Parity) CTO 프레드릭 해리슨.

이더리움 재단의 연구원 저스틴 드레이크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참여자들이 지분증명 방식의 이더리움 2.0에 약 3200만 개의 이더를 걸어둬야 한다고 계산했다. 이더 3200만 개는 현재 시가로 하면 약 50억 달러, 5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액수다.

작업증명 프로토콜에서 채굴자들이 거래를 검증한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받았던 것처럼 지분증명 프로토콜에서 자산을 걸고 거래 검증과 네트워크 운영에 이바지한 참여자들도 보상을 받는데, 드레이크는 이더 3200만 개 정도가 거래를 검증한다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1년에 1억 6천만 달러, 약 1860억 원어치 이더가 참여자들에게 지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테이킹 보상의 원리와 적정 비율을 둘러싼 논의

앞서 설명했듯이 거래를 검증하고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 쓸 수 있는 자산은 항상 어느 정도 있어야 네트워크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참여자들의 스테이킹을 유도하기 위해 적당한 보상 비율을 정해야 했다. 은행에 돈을 맡겨두면 이자를 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콘센시스(ConsenSys)의 프로토콜 엔지니어 조니 리아는 이렇게 설명했다.

“적당한 보상 비율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록체인의 보안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쓰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반대로 너무 적은 돈을 들여 보안이 취약해지는 상황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네트워크 운영 비용과 보안의 가치를 추산한 뒤 스테이킹을 통해 거래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간단히 계산해 제안했다.”

처음에는 3천만여 개의 이더에 연간 2.2% 정도의 이자를 지급하면 적당하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2.2%는 일종의 기준값이다. 거래 검증에 걸린 이더가 줄어들면 더 많은 스테이킹을 유도하기 위해 이율이 올라가고, 반대로 이더가 너무 많이 걸리면 이율이 내려가 이더를 걸어둔 유인이 떨어지게 된다.

“네트워크에 걸린 이더의 양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현재 네트워크에 걸려 있는 이더의 양이 너무 적으면, 더 많은 이더가 걸릴 수 있도록 유도해 공격에 드는 비용을 높임으로써 보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 해리슨

한편, 콘센시스의 토큰 전문가 콜린 마이어스는 지난 1월에 이더리움 2.0을 원활히 운영할 만큼 스테이킹을 유도하기에는 현재 보상 비율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주장했다. 스테이킹에 참여하려면 최소한 이더 32개를 걸어야 하는데다 컴퓨팅 비용, 코드에 따라 진행되는 데 따르는 위험, 기본적인 운영 시간과 유지 비용 등을 따지면 2.2%의 이자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로 스테이킹에 참여하고자 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려보고는 발걸음을 돌릴 것이 뻔하다.”

콘센시스의 조니 리아도 마이어스의 지적에 동의했다. 채굴자들과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재정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진행한 계산 결과 마찬가지로 보상이 너무 적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이 보상 비율을 연 이율 3.3%로 올리자고 새롭게 제안했다. 이더 3천만 개가 걸린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보상 기준이 연이율 2.2%는 너무 낮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부테린은 3.3%가 기준이 되면 이더를 걸어두고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연간 총 10만여 개의 이더가 지급될 것으로 계산했다. 이더 10만 개의 가치는 현재 시가로 1억 6천만 달러, 약 1860억 원이다.

현재 작업증명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더리움의 채굴 보상 규모는 연간 7억 달러, 약 8150억 원에 이른다.

 

누구 계산이 더 정확할까?

1억 6천만 달러와 7억 달러의 차이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작업증명 프로토콜의 채굴 방식보다 스테이킹을 통한 지분증명 프로토콜의 합의 방식은 거래를 검증하는 데 드는 비용이 훨씬 낮다. 이더의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다.

저스틴 드레이크는 부테린의 제안을 분석해 “기본 인플레이션이 약 1%, 기본 보상은 연 3.2%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작업증명 방식 하에서 이더리움의 기본 인플레이션은 연 4%를 조금 웃돈다. 드레이크는 또한,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는 사실상 채굴된 블록에 거래를 기록하는 비용으로 여겨지는 가스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스의 절반가량은 거래를 실제로 기록하는 데 쓰일 것이므로 이더리움 2.0의 실제 인플레이션은 연간 0.5% 정도가 되고, 검증에 참여하는 이들이 받는 보상은 연간 5%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정도면 대체로 괜찮아 보인다!”

부테린의 제안에서 네트워크에 걸어둔 참여자들의 이더가 100만 개일 경우 보상 비율은 연 18.1%까지 치솟을 것이고, 반대로 이더가 너무 많이 걸려 1억 개에 이르면 보상 비율은 연 1.56%까지 내릴 것이다. 해리슨은 코인데스크에 두 지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에 일종의 행동경제학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은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얼마로 설정하는 게 적정한지를 토대로 각자 주관적인 계산 결과를 내놓고 커뮤니티의 선택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보안의 가치, 즉 잠재적인 공격자가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얼마로 설정하느냐가 관건이다.”

부테린이 내놓은 계산과 제안은 물론 최종안이 아니다. 적당한 보상 비율을 계산하는 과정 자체가 결국, 거래 검증에 참여하는 이들의 수익률과 네트워크의 보안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라고 리아는 말했다.

“일단 부테린이 3.3%로 보상 비율을 높이자는 제안을 낸 만큼 한동안은 이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겠지만, 부테린의 제안은 말 그대로 제안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더리움 2.0의 제반 환경을 고려해 세워둔 나름의 공식에 부테린이 제시한 숫자들을 대입해볼 것이다. 당장 콜린 마이어스가 부테린의 제안을 대입해본 뒤 피드백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커뮤니티 안에서 진행될 논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