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준비하는 ‘통제용’ 디지털 화폐

등록 : 2019년 5월 27일 13:00 | 수정 : 2019년 5월 27일 12:53

출처=셔터스톡

 

도비 완은 암호화폐 자산 투자 펀드 프리미티브 벤처스(Primitive Ventures)의 파트너입니다.


많은 사람이 중국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비트코인을 비롯해 민간에서 발행하고 유통되는 암호화폐가 금융 사기나 자본 도피를 부추길까 봐 우려할 뿐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런민비(RMB, 인민폐, 위안화) 발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71건의 특허를 발행했고, 은행 간 디지털 결제 청구 플랫폼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자국과 해외 경제에 대한 인민은행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화폐의 지정학과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민은행의 의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법정 화폐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 of fiat currency)와 디지털 법정 화폐(digital fiat currency)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둘은 엄연히 다르며, 화폐 공급과 중앙은행 및 상업은행 간의 권력 균형에 각각 다른 영향을 끼친다.

먼저 화폐의 디지털화는 은행 사이에 IT 시스템이 잘 정립돼 전자 결제나 청산을 체계적으로 잘 진행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화폐를 디지털화하면 상업은행은 스스로 화폐 공급과 M2(지폐나 동전 등 민간이 보유한 현금에 여행자수표, 요구불예금, 기타 수표 가능 예금, 저축성 예금, 정기예금 및 단기자금 예금계좌를 더한 넓은 의미에서의 통화)를 확대하는 신용 흐름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법정 화폐는 M0이라고 부르는 민간 보유 현금에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기본 통화의 발행과 폐기를 직접 관리하지만, 신용 흐름을 통한 통화 공급에는 간접적으로만 개입할 수 있다. 디지털 법정 화폐가 있으면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을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생기고 화폐의 발행과 공급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구조적으로 권한을 중앙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화폐 디지털화에 대한 중국 인민은행의 관심은 무현금·무신용카드 경제를 만들어낸 알리페이와 위챗 등 고도화된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 알리페이와 위챗은 상업은행 계좌 네트워크상에서 개발된 화폐 디지털화의 한 형태이며 M2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반면, 디지털 런민비는 M0에 통합될 수 있고, 인민은행의 통제와 영향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다. 인민은행의 판이페이 부총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점차 디지털 런민비의 발행과 유통을 시행할 것이며, 민간 부문을 효과적으로 감독할 것이다.”

 

M2 공급 급증, 거대한 그림자 금융

중국의 M2 공급은 2007년 40조 위안에서 2017년 170조 위안(약 2경 9천조 원)으로 연평균 15%씩 가파르게 늘었다. 상업은행들이 부동산 개발과 지방 정부의 인프라 프로젝트, 국영 기업에 대출을 지나치게 많이 제공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명목 GDP 성장률은 10%에 그쳤다.

이로 인해 은행 시스템은 큰 레버리지 부담을 안게 되었고, 중국 경제는 엄청난 부채 리스크를 떠안게 되었다.

또한,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으로 인해 중국 내의 실질적인 화폐 성장률이 과소평가 되어있다. 은행들이 제공하는 고수익 자산관리 상품과 예금, P2P 대출 같은 인터넷 금융 등이 70조 위안 규모에 이르는 독자적인 금융 산업을 이루고 있다.

자산관리 상품도 2007년 5천억 위안에서 2017년에는 30조 위안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림자 금융은 M2에 합산되지 않고, 은행 대차대조표상에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추적이 어려워 인민은행이 중국의 경기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엄격한 보고와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 디지털 런민비의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 화폐는 금융 안정을 위해 통화 규제를 새로 확립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인민은행이 네트워크 설계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인민은행과 다른 주요 중국 은행이 노드를 통제하는 허가형 네트워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은행과 정부는 거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 사용자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 리서치 센터장 야오첸의 말에 따르면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시스템의 핵심 요소는 다음 같다.

  • 인민은행이 관리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IT 인프라로 보유
  • 인민은행이 통화 발행과 원장 관리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도록 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상의 데이터베이스
  • 인민은행이나 기타 은행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운영되고 상업은행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 인민은행이 발행하고 관리하며 모든 단체와 개인이 사용하는 디지털 런민비 월릿 클라이언트
  • 인민은행이 기관과 사용자 식별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인증센터
  • 화폐 소유권 등록을 기록하고 디지털 화폐의 생성, 유통, 재고 관리원장을 보유하는 등록 센터
  • 자금세탁방지, 결제 행동 분석, 규제 신호 분석에 사용되는 빅데이터 분석 센터

노드의 탈중앙화율이 높지 않다면 왜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 기술이 필요한지를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유는 블록체인 모델이 기록 보관에 크게 의존하는 전통적인 통화 공급 관리보다 더 나은 공조 패러다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조작이 어려운 특성을 지닌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키 암호화폐는 허위 거래나 위조를 예방하는 한편 인민은행이 더 쉽게 유통 흐름을 관리하도록 해준다.

 

국내외 영향

디지털 런민비가 발행되면 현금과 동전이 쓸모 없어질 뿐만 아니라(중국에서는 이미 현금이 사라지고 있다) 상업은행과 M2를 통제하기도 쉬워진다. 인민은행이 과도하게 팽창한 부채 시장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규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블록체인은 추적과 프로그램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차대조표에서 은행 상품과 서비스를 숨기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디지털 런민비가 발행되면 통화정책을 펴기가 쉬워지고, 정책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더 정확한 화폐 공급, 유통 속도, 통화 승수, 분배 측정도 가능해진다. 인민은행은 디지털 런민비의 흐름을 코드 수준에서 규칙을 정해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 이를 식히고자 한다면 간단히 디지털 런민비가 부동산 부문에 유입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개인 감시의 문제에서는 개인의 지출 명세와 자산 잔고가 곧바로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정확한 신용도 평가, 자금 세탁 적발, 탈세 및 자본 도피 예방도 훨씬 수월하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비판의 수위를 더 높일 것이다. 그들은 가뜩이나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 도입이 거대한 감시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런민비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 구상이 성공한다면, 안정적인 초국경 디지털 화폐가 60개가 넘는 회원국과의 무역을 촉진할 수 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이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채의 14%를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런민비는 신흥시장 경제의 새로운 기축 통화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위에 언급된 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영향력을 일부 중국 위안화에 넘겨야 할 것이다. 위 국가들은 미국보다 중국에 영향력을 넘기는 것을 선호할까?

이 질문에 사실 정답은 없다. 어쨌든 디지털 런민비는 중국의 철저한 탈(脫) 달러 노력과 합쳐져 시너지를 낼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외화 보유고에 있는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고를 크게 늘리는 동시에, 미국 국채를 상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감은 심화할 것이다. 미국이 하는 수 없이 비슷한 디지털 달러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변화는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 런민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 10년 정도 관찰과 수정이 이루어지고 조금씩 디지털 런민비가 채택되고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선전 같은 경제특구에서 다양한 실험이 먼저 이뤄질 것이다. 현금 거래에 드는 비용을 높이는 등 디지털 화폐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결국, 현금은 사실상 사라질 것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점이 있다. 디지털 런민비가 비트코인 같은 탈중앙화 암호화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애초에 검열에 저항하기 위해 도입된 비트코인 기술이 중앙은행의 권한과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는 것이 모순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디지털 런민비는 국제 무역의 효율을 증대시키고 자금 세탁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화 기관의 감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고, 통화 정책 관리가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와 비슷한 화폐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프로그램 때문에 탈중앙화 암호화폐가 사라질 이유는 없다. 오히려 프라이빗 암호화폐의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돈이 감시당하고 통제당하는 환경에서는 비트코인이나 프라이버시 코인 같은 민간에서 발행한 익명의 대안 화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화할 수 있는 법정 디지털 화폐는 법정화폐와 암호화폐간 거래를 매끄럽게 해줄 수 있다. 아이러닉하게도 화폐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강화되면 비트코인 같은 화폐 시스템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각종 제보 및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으로 보내주세요.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