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정말로 전면 금지할까?

등록 : 2019년 4월 16일 07:00 | 수정 : 2019년 4월 15일 18:42

이미지=Getty Images Bank

 

지난 2017년 9월 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중앙정부 기관, 금융 기관 여섯 곳과 공동으로 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같은 달 말 중국 규제 당국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지난 4월8일, 중국의 최고 거시경제 계획 기관이자 행정부인 국무원의 26개 부처 가운데 하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ssion, 이하 발개위)는 산업 구조조정 지도 목록의 수정안 초안을 펴냈다. 수정안 초안에는 바람직하지 않고 중단해야 할 산업 목록이 적시돼 있는데, ‘비트코인의 생산 절차와 같은 가상화폐 채굴’도 목록에 있었다.

발개위의 산업 구조조정 지도 목록 수정안을 보도한 많은 매체는 중국 정부가 2017년에 ICO를 금지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한 것처럼 암호화폐 채굴 자체도 조만간 전면 금지할 거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암호화폐 채굴 금지’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적절하지 않다. 실제로 이번 사안은 발표가 나온 배경과 과거 비슷한 사례를 참조해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코인데스크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금까지 내놓은 산업 지도의 내용과 실제 산업에 미친 영향력에 관해 과거 사례를 중심으로 자세히 분석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지침이 곧바로 암호화폐 채굴 전면 금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도 목록의 정확한 내용과 눈여겨봐야 할 부분

발개위는 2005년부터 산업 구조조정 지도 목록을 통해, ▲장려해야 할 산업 ▲제한해야 할 산업 ▲근절 혹은 중단해야 할 산업 등 세 가지 유형을 나누어 각 유형에 속하는 분야를 발표해왔다. 낡은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이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아 뒤처진 분야, 법에 저촉되는 산업이나 안전 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산업, 자원을 낭비하거나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산업 등이 근절 혹은 중단해야 할 목록에 들게 된다.

발개위가 산업 구조조정 지도 목록을 발표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거시 수준의 경제 정책을 제공해 지방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알맞게 배분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고 전반적인 경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국무원은 이 지침이 법적 구속력을 지닐 수 있도록 ‘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임시규정’을 정해 지난 2005년 12월부터 시행했다. 구체적으로 규정 제 19조를 보면 발개위가 중단해야 할 산업으로 분류한 산업에 지방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나와있다.

“중단할 산업 프로젝트에는 정부 투자가 금지된다. 금융 기관은 이러한 산업 프로젝트에 신용 대출을 제공해서는 안 되며, 이미 제공한 신용 대출이 있다면 이를 회수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중단할 산업으로 분류된 기업이 생산 기술, 장비 또는 제품을 처분하지 않으면, 지방 정부와 관련 행정 부서가 관련 법률과 국가 규제에 따라 생산을 중단하거나 폐업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규정상 지방 정부는 발개위의 지침을 의무적으로 행동으로 옮겨야 하지만, 여기서 “관련 법률과 국가 규제”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와 규제를 전문 분야으로 하는 중국의 쉬카이 변호사는 지방 정부가 ‘바람직하지 않은’ 기업에 폐쇄 명령을 내릴 때는 임시 규정이 아니라 관련 법률과 국가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최근 인터넷 광고나 전자상거래 분야의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정 처분을 명시한 규정을 최근 새로 개정해 발표했다. 규정은 규제를 위반하는 기업들에 강제로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행정처분은 무엇이고 어떻게 실행되는지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쉬 변호사는 “행정처분은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비트코인 채굴에 어떤 법률이 적용되어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쉬는 발개위 정책의 법적 성격이 2017년 인민은행의 ICO 금지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은 ICO가 불법 행위라고 명시했고, ICO를 강행하는 단체에는 인민은행의 발표와 관련법을 근거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발개위의 산업 구조조정 지도는 산업 정책에 해당한다. 인민은행의 ICO 금지는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이 있는 정부의 규제 발표였다.”

 

지방 정부의 이해관계

국무원이 2005년 펴낸 임시규정을 보면, 지방 정부들은 산업 정책을 이행할 때 정부 지침과 시장의 기능, 지역의 이익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련 정부와 부처들은 ‘임시규정’을 이행할 때 정부 지침과 시장 규제 간의 관계를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자원을 할당할 때 시장이 기본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개발과 안정의 균형을 맞추며, 부분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 그리고 즉각적인 이익과 장기적인 이익의 균형을 맞추어 빠르고 안정적인 경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쉬카이는 비트코인 지도 목록 최종안이 채굴을 중단할 산업으로 확정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이행하는 이행하는 것은 지방 정부와 관계 부처의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을 중단하는 조치가 실제로 취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책 이행을 하는 것도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이행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행하는 동안 정보 획득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고 정책이 지역 이익에 반한다는 판단이 서면 지방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암호화폐 채굴 커뮤니티도 채굴을 중단 또는 폐쇄할 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지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데서, 이번 지도 목록이 작성된 배경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채굴 장비 제조 업체 이노실리콘(Innosilicon)의 창립자 알렉스 아오는 네이멍구, 신장 또는 쓰촨이나 윈난 등 서남부 지방에서는 매년 과잉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내 수요만으로는 생산한 전력을 다 소비하거나, 중앙 전력망을 통해 다른 지역까지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쓰촨성 간쯔현 정부는 2017년에 장마철에 풍부한 유량 덕분에 수력 발전으로 총 415억kWh의 전력을 생산했다. 그러나 지역 내 소비가 충분하지 않아 163억kWh는 유실되고 말았다. 지역 수력발전 기업들은 이로 인해 약 40억 위안, 우리돈 6770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집계했다.

채굴 풀과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를 운영하는 빅신(Bixin)의 최고마케팅경영자 타일러 슝도 아오의 말에 동의했다.

“비트코인 채굴은 오염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사용하지 않으면 낭비되는 유휴 전력을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역 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매출도 발생한다. 채굴 산업을 중단하는 것은 지역 경제의 이익에 반대되는 일이다.”

발개위의 초안은 다음 달 7일까지 공개 의견을 받는다. 최종안이 언제 확정돼 발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초안은 공교롭게도 중국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이 여름에 생산될 저렴한 전기를 활용해 채굴량을 늘리려고 한창 준비하던 때 발표됐다.

 

취소된 적 있었나? 뒤집힌 적은?

발개위가 지난 10년간 지도 목록을 여러 번 발간하고 수정해왔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암호화폐 채굴보다 앞서 바람직하지 않은 산업으로 분류돼 중단되거나 폐쇄돼야 할 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산업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확한 통계 자료는 따로 없지만 몇 가지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먼저 2006년 인민일보의 기사를 보면, 허베이성 지방 정부들은 2005년 지도 목록에 따라 시멘트 제조업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폐쇄하려다 몇 가지 난관에 직면했다. 기사에는 지도 목록이 기업을 폐쇄하는 데 필요한 법적 강제력은 없다고 말하는 발개위 관료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는 정책을 이행하는 데 근거가 되는 건 발개위의 지침이 아니라 관련 법률이나 국가 규제여야 한다는 쉬카이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많은 지방 정부는 실제로 시멘트 제조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발개위의 지도 목록을 이행하기 위해 토지 자원 및 환경 관리와 관련한 법률과 규제를 근거로 삼았다.

애초 중단될 산업으로 분류됐다가 이후 지방 정부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목록에서 빠진 사례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11년에 건축 자재인 냉간 압연 리브형 철근을 제조하는 장비 생산이 중단될 산업으로 분류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발개위는 2년 뒤 생산성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장비만 제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정책을 수정했다. 발개위는 수정 사유와 관련해, 냉간 압연 리브형 철근에 대한 수요가 아직 상당히 많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관련 정부 부처와 여론을 수렴해 분석한 후 생산성과 효율이 높은 장비는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듯 발개위의 지도 목록을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발개위가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암호화폐 채굴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낸 발개위의 정책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최종적으로 발개위가 비트코인 채굴을 바람직하지 않은 산업으로 분류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또한, 실제로 비트코인 채굴이 중단 혹은 폐쇄해야 할 산업에 포함되더라도 입법 당국과 지방 정부들이 이 지침을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어디까지 이행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지역 사회의 이익에 반한다는 점이 소명될 경우 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요약

  •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산업 구조조정 지도 목록 초안에서 비트코인 채굴을 ‘중단해야 할 산업’ 목록에 올렸다. 그러나 초안이 그대로 최종안으로 확정되더라도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 지방 정부는 발개위의 지침을 따를 의무가 있지만, 산업을 중단하는 구체적인 조처는 산업 정책이 아니라 관련 법을 따라 취하게 된다.
  • 예전에 ‘바람직하지 않은 산업’으로 분류돼 단계적으로 폐지되었다가 지역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판명돼 결국 분류 자체를 다시 하게 된 산업도 있었다.
  • 채굴자들은 채굴 산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지역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실제로 암호화폐 채굴 산업은 낭비되는 유휴 전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