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생사 걸린 FATF 총회 열흘 앞으로

[암호화폐 규제①] 자금세탁방지 세부기준 발표

등록 : 2019년 6월 7일 15:00 | 수정 : 2019년 6월 11일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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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업계는 이달 중순 열리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총회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대한 세부 기준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한국 등 36개국이 참여하는 FATF는 자금세탁, 테러자금조달 방지를 위한 국제 기구다. FATF 국제기준이 회원국 내에서 바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FATF 기준에 미달하면 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각국 금융당국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앞서 G20은 FATF에 암호화폐에 적용할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FATF는 연구를 시작했고, 2018년 7월 암호화폐는 ‘가상자산(Virtual Assets), 암호화폐 거래소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Virtual Assets Service Provider)로 용어를 통일했다.

FATF는 암호화폐에 대한 기조도 이미 확립했다. 2019년 2월 총회에서 주석서(Interpretive Note)를 통해, “가상자산이 불법거래에 악용되지 않도록 관할당국이 금융회사에 준하는 조치를 (암호화폐 거래소에) 적용하라”고 결정했다.

이 주석서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 등록제를 도입해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고 영업하는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내용을 반영해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 개정안을 지난 3월 대표 발의했다. 사실상 금융위원회의 청부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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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FATF 총회는 6월 16~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 2월 총회에서 FATF는 “다음 총회에서 주석서와 가이던스(Guidance) 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확정하지 않았던 ‘거래소는 암호화폐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한 세부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기준은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의에 앞서 8~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G20 중앙은행총재·재무장관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예상된다. G20 정상들이 새 기준을 채택하면 각국 금융당국은 빠르게 관련 법과 제도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특금법 개정 의지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월부터 한국에 대한 FATF의 상호평가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FATF 회원국 각국은 서로의 국제 기준 이행 현실을 평가해 보고서를 낸다. 이행 수준이 미흡하면 불이익 우려가 커진다. 금융위는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중점 입법 과제 8개 법안 중 하나로 특금법을 넣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호평가 기간이 내년 2월까지”라며 조속한 국회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국회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위의 입장과 무관하게 국회에선 특금법이 그리 시급한 법안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의 보좌관은 “중요한 법안이 많이 쌓여있는데 특금법은 민생법안도 아니라서 우선 순위에서 뒤쳐진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특금법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은행에게 실명가상계좌를 발급받은 대형 거래소 등은 드디어 거래소 제도화의 물꼬가 트인다며 조용히 환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소 거래소는 특금법이 시행되면 은행이 거래소의 법인계좌 해지할 가능성도 있어 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FATF가 도입을 검토하는 ‘송금 시 정보 보고 의무’에 대해서는 거래소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송금하는 사람의 실명 정보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신인 정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화인 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은 “거래소가 디지털 자산 거래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은행에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암호화폐 성격에 맞지도 않고,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를 막겠다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라고 조심스런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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