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암호화폐 국제공조 가능할까

등록 : 2018년 3월 29일 15:25 | 수정 : 2018년 4월 13일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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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검토하는 위원회를 구성합시다!”

지난주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암호화폐에 관해 여러 제안이 나왔고,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회의 결과를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아리송한 위의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다소 가혹한 처사일 것이다. 어쨌든 전 세계 지도자들은 마침내 오랫동안 바라던 통일된 암호화폐 정책을 만드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여러 나라가 서로 협조해 가며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것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긍정적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널을 뛰는 비트코인 가격을 시시각각 확인하느라 지난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 관한 소식을 챙겨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G20 회원국들은 기본적으로 암호화폐에 관한 철저한 연구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구체적인 규제안을 내고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뜻을 같이했다. 이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장인 프레데리코 스투르제네거(Frederico Sturzenegger)가 기자 회견에서 한 말이다.

얼핏 보면 특별한 의미 없는 상투적 수사 같기도 하지만, 회원국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모아 검토에 착수할지 그 목록을 올 7월까지 제안해 공유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허투루 넘길 사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소개한 대략적인 얼개를 이해하셨다면, 좀 복잡한 이야기 한 가지만 더 같이 짚고 넘어가 보자. 또 다른 정부 협의체인 OECD는 G20에 보낸 보고서에서 암호화폐에 과세하는 문제를 각국이 함께 연구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규제 당국은 지금껏 시시각각 급변하는 암호화폐 시장의 변화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여기에 G20이 공동의 규제책을 마련하는 데는 명백한 제약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G20이 정하는 방안은 권고 사항일 뿐 주권국가인 각 회원국이 따를 의무가 있는 최종 결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G20 회원국 명단에 잘 사는 나라, 강대국이 대부분 포함됐지만, 여전히 스위스나 싱가포르, 지브롤터, 버뮤다처럼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모범적인 블록체인 환경을 만든 나라들은 G20 회원국 명단에 없다. 적어도 블록체인에 관한 한 중요한 나라 대접을 받아야 할 이 나라들을 빼고 논의하는 공동의 규제책이기에 그 영향력이 더욱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모델

그렇다면 트럼프나 브렉시트 이전에 국제적인 협력이 꽃 피우던 좋은 시절에는 과연 여러 나라가 공조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든 적이 있었는지부터 살펴보자.

컨설팅 업체 레드 플래그 USA의 회장이자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정책 부문 사장을 역임했던 존 콜린스(John Collins)는 국제적인 규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반감을 갖는 나라도 늘 있기 마련이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같은 규정을 적용받으며 경쟁하는 것도 매력적이므로, 이런 식의 국제적인 규준을 지지하는 세력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민족주의 내지 국수주의가 부활하면서 국제적인 협조의 동력이 여러모로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콜린스는 암호화폐가 원래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우리나라 안에서, 우리나라 사람에만” 관심을 두는 국수주의 현상과는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암호화폐에 관한 국제적인 규준을 만드는 데 국수주의자들도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콜린스는 돈세탁과 테러단체 자금 지원을 감시하고 추적해 적발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를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는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돈세탁 방지나 테러단체 자금줄 차단을 위해 정한 상당히 포괄적인 규준을 따르지 않는 나라들은 “비협조 국가”로 분류돼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그저 체면을 좀 구기는 정도를 넘어 해당 국가 국민이 외국 은행에 계좌를 열거나 해외로 돈을 보낼 때 상당한 제약이 따르며, 돈을 빌릴 때도 대개 훨씬 높은 이자를 치러야 한다. 규준의 정식 명칭은 권고안이지만, 이렇게 실질적인 벌칙이 따르는 점을 고려하면 권고안이라는 이름은 너무 완곡한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인 재무장관들은 앞으로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관련 자산에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규준을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

해당 규준을 이미 적용하기로 했다는 표현(As they apply to)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현재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규준에는 암호화폐에 관한 언급이 없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암호화폐 문제에 관해 지침을 발표하긴 했지만, 지침(guidance)과 규준(standard)은 절대 같지 않다. 규준이 아닌 이상 강제성을 띠기 어렵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규제하고자 만든 규준을 완전히 새로운 암호화폐에 그대로 적용하면 G20은 돈세탁에 악용되거나 테러단체의 돈줄로 악용되는 디지털 화폐부터 단계적으로 에둘러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디지털 화폐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디지털 화폐가 악용되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듭니다.”

캐나다의 돈세탁 방지 전문 변호사이자, 디지털 화폐 회사들에 법률 자문을 하는 크리스틴 두하이메(Christine Duhaime)의 지적이다.

다만 암호화폐는 처음부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어떤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래서 미국의 소형 은행들이 2000년대 초 금융 관련 국제적인 규준이던 바젤 II 협약의 미국 내 인준을 강력한 로비를 통해 막아냈던 것처럼 암호화폐 업계가 정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로비를 벌여 국제적인 규준의 도입을 막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블록체인의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인가, 정부의 개입을 받아들일 것인가

지금껏 살펴본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론적으로는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전 지구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공동체가 이러한 규제를 반길지는 별개의 문제다.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던 콜린스는 기업의 수익 모델이 무엇이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거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안이 세세하고 분명하게 규정돼 있는 나라에서 성공하려면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세세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만 고객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콜린스도 블록체인의 근본적인 특성상 다른 업계와 같으리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블록체인의 가장 핵심적인 미션 가운데 하나가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데 있잖아요. 그래서 업계 전체가 인위적으로 정한 규제를 따르고 원만하게 협조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권력을 분산하고 분권화하는 기본 원칙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으로서 콜린스가 예견한 가상의 시나리오는 한편으로 조금 섬뜩하기도 하다.

“결국, 관건은 어느 시점에 구체적인 규제 대상이 거래의 결과나 속성 등 표면적인 분야에서 바탕에 깔린 프로토콜 그 자체로 옮겨가느냐가 될 것입니다. 즉, 정부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거래를 바로잡기 위해 특정 거래에 시정 명령을 내리는 것과 암호화폐 프로토콜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죠. 그렇게 되면 그때는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무엇이든 지금과 같은 블록체인 사업, 혹은 암호화폐 관련 사업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겁니다.”

프로토콜 자체를 규제하겠다니, 정말 섬뜩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여러분이 스티브 배넌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 않지만, 그런 섬뜩한 상황이 정말 오게 된다면 그때는 스티브 배넌 같은 독설가가 암호화폐 편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 :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