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블록체인 ‘클레이튼’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까

27일 클레이튼 메인넷 공개...34개 블록체인 앱 3분기 순차 공개

등록 : 2019년 6월 18일 09:10 | 수정 : 2019년 6월 18일 10:19

비트코인 백서가 나온 지 10년, 이더리움과 이오에스(EOS) 등 지급·결제를 넘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플랫폼을 지향하는 많은 블록체인 플랫폼이 등장했다. 그러나 탈중앙화와 보안, 확장성 가운데 어느 한 가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블록체인 트릴레마’를 극복한 플랫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엑스(GroundX)가 오는 27일 공개하는 자체 개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은 탈중앙화를 다소 희생하고 서비스 친화성을 높이려는 대표적 시도다.

지난 3월 열린 클레이튼 기자간담회에서 한재선 그라운드엑스 대표는 “탈중앙화는 블록체인의 여러 특징 중 하나이지 전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어떤 플랫폼도 완전한 탈중앙화를 이루면서 2~3초 내외의 트랜잭션 처리 속도를 구현하긴 어렵다”며 “지금 당장은 실제로 쓸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탈중앙화라는 목표는 2~3년 뒤 추구하는 게 그라운드엑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지난 3월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제공

그라운드엑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34곳의 초기 서비스 파트너사를 발표했다. 그라운드엑스는 ‘서비스 중심’ 철학에 걸맞게, 클레이튼 메인넷 공개 후 최대 3개월 안에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기업들 위주로 협력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9월에는 최소 34개 서비스가 클레이튼 플랫폼에서 돌아간다는 의미다.

당장 쓸 수 있는 34개 서비스

현재까지 공개된 34개 서비스 파트너사 대부분은 광범위한 이용자층을 확보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게임과 웹툰, 브이오디(VOD) 등 콘텐츠 산업부터 헬스케어, 금융, 이커머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온라인 서비스가 안고 있는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하려 한다.

그라운드X는 지난해 10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34개 서비스 파트너 기업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올해 3분기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 앱을 내놓을 예정이다. 출처=그라운드X

 

지난 3월 3차 파트너사를 공개하면서 그라운드엑스 쪽은 “카카오와 파트너사들이 확보한 이용자를 합하면 클레이튼은 이미 전세계에서 약 4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의 기존 서비스와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 앱이 시너지를 낼 경우, 블록체인 기술 대중화가 한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블록체인 앱들이 토큰 형태로 제공하는 경제적 보상은 블록체인 또는 암호화폐와 친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올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토큰을 주는 건 물론 아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한 데 대한 보상으로 토큰을 받는다. 왓챠와 도도포인트, 해먹남녀 등 국내의 유명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진행하는 리버스 아이시오(ICO)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모두 클레이튼의 초기 서비스 파트너사들이다.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로 잘 알려진 왓챠의 블록체인 신사업 콘텐츠 프로토콜은 이용자의 동영상 시청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수집하는 대신 암호화폐 시피티(CPT) 토큰을 지급한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올해 1월 자사의 기존 서비스 이용자 450만명 중 활동 기여도가 높은 100만여명에게 CPT 토큰을 지급했다. 이어 지난 5월 초 CPT 토큰으로 왓챠플레이 이용권, 메가박스 영화관람권, 인터파크·알라딘 등 온라인서점 상품권, <씨네21> 구독권, 엘지전자 노트북 등을 교환할 수 있는 CPT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콘텐츠 프로토콜 쪽은 “CPT 스토어 론칭을 통해 유틸리티 토큰을 상품과 교환하도록 해 암호화폐의 첫 대규모 실사용 사례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왓챠의 리버스ICO 프로젝트 콘텐츠 프로토콜은 지난 1월 CPT 토큰과 왓챠플레이 이용권 등 상품을 교환할 수 있는 CPT스토어를 오픈했다. 출처=CPT스토어 홈페이지 캡쳐

 

태블릿피시를 이용한 전화번호 기반 멤버십 적립 서비스 도도포인트로 잘 알려진 스포카 창업팀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기반 멤버십 적립 서비스 캐리프로토콜은 17일 국내 최대 외식업 프랜차이즈 기업 에스피씨(SPC)그룹의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 해피포인트와 협업을 발표했다. 에스피씨와 캐리프로토콜은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에스피씨그룹 계열 브랜드에서 구매 후 해피포인트를 적립하면, 원하는 고객에 한해 동일한 가치의 암호화폐 캐리(CRE)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18일부터 새달 1일까지 진행한다. 기존 멤버십 포인트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암호화폐 기반 멤버십 포인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약 1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음식 레시피 공유 앱 해먹남녀 운영사 바이탈힌트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힌트체인은 오프라인 실물 매장에 암호화폐 결제를 접목한 사례다. 바이탈힌트는 최근 암호화폐 힌트(HINT) 토큰이 활용되는 가맹점 개념인 ‘힌트멤버십’을 출범했다. 지난 1일 최현석 셰프의 ‘쵸이닷’, 오세득 셰프의 ‘레스토랑 오세득’이 힌트멤버십의 첫 파트너로 합류해 힌트 토큰의 활용이 가능해졌다. 정지웅 바이탈힌트 대표는 “이더리움 등 기존 블록체인들이 가치나 철학은 좋지만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불편하고 제약이 많다. 사용자 경험이 우선돼야 하는 프로젝트들 입장에서 이점이 많다고 보고 클레이튼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탈힌트는 최현석 쉐프의 ‘쵸이닷’을 비롯한 레스토랑에서 암호화폐 힌트체인을 사용할 수 있는 힌트멤버십을 이달 초 출범했다. 출처=힌트체인 제공

 

아직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은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 가운데도 클레이튼의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사 파트너사에 합류한 기업들이 있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템코(TEMCO)가 대표적이다. 템코는 애초 비트코인의 사이드체인인 ‘아르에스케이’(RSK) 플랫폼을 활용해 공급망 관리 시스템(SCM, supply chain management)과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을 개발 중이었다. 올해 초 RSK에서 이더리움으로 전환한 템코는 지난달 클레이튼이 공개한 네번째 이니셜 서비스 파트너사에 합류하면서 다시 이더리움에서 클레이튼으로의 전환을 택했다.

윤재섭 템코 대표는 “RSK와 이더리움 모두 개발 환경은 나쁘지 않았으나, 앱을 개발하는 회사 입장에서 이용자 확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암호화폐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많지만, 아직은 그렇지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서, 클레이튼이 대중화를 가장 선도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무엇보다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합이 잘 맞는다고 보고 클레이튼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도 기업도 쓰기쉬운 블록체인

그라운드엑스는 클레이튼 플랫폼의 사용자 친화성을 높이기 위해 알파벳 대소문자와 숫자가 복잡하게 얽힌 기존 지갑 주소를 이메일과 같이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주소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 친화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진다. 클레이튼은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특징을 적절히 섞는 하이브리드 블록체인 구조를 지향한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위에 공개하기를 꺼리는 데이터는 일종의 사이드체인 개념인 ‘서비스체인’에 기록한다. 예를 들면 인증과 같은 부분에 기존 데이터베이스의 사용자 프로파일을 활용하고, 엔터프라이즈 프록시(EP)를 이용해 이를 블록체인과 부분 연동하는 방식이다. 그라운드엑스는 또한 블록체인 개발이 낯선 기존 웹·모바일 서비스 개발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개발 도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클레이튼의 자체 발행 암호화폐 클레이(Klay)의 향방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라운드엑스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토큰 판매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클레이튼 생태계에 기여한 구성원들에게만 사후보상 형태로 암호화폐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라운드엑스는 이런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구조를 ‘기여 증명’(Proof of Contribution) 방식이라고 부른다.

클레이튼 플랫폼을 활용해 블록체인 앱을 개발하는 서비스 파트너와 그라운드엑스에 대한 투자에 참여한 인베스트 파트너, 클레이튼 노드 운영에 참여하는 거버넌스 카운실 등이 토큰 지급 대상이다. 생태계 기여자들이 확보한 토큰은 클레이튼 플랫폼에서 앱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트랜잭션 비용 지불 등에 사용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6월18일치 한겨레 19면과 인터넷한겨레에도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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