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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시 나카모토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누구인가

비트코인의 창시자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이름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필명일 뿐이다. 비트코인 채굴이 처음 시작 된 2009년 1월 이후 9년여간 전세계 유수 언론과 정보기관 등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신원을 추적했지만, 여전히 그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그가 일본인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 사람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개인인지 집단인지 등도 모두 미스터리다. 비트코인의 창시자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시기도 2년 6개월 정도 밖에 안 된다. 나카모토는 2008년 10월에 나타나 2011년 4월까지 인터넷 공간에 흔적을 남겼고, 그 뒤론 아예 사라져 버렸다. 결국 그가 누구인지 알려면 2년 6개월 동안의 행적을 좇을 수밖에 없다.

2008년 10월 31일 미국 뉴욕 시각으로 오후 2시10분, 사토시 나카모토가 세상에 처음 자기 이름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을 내려받을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수백 명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수신자는 주로 암호학 전문가였고, 더러 천체물리학자와 공상과학 작가 등도 있었다. 나카모토가 쓴 논문은 ‘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란 제목을 단 9쪽짜리였다. 이 논문은 그가 주창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기본 구조를 설명했다. 나카모토는 논문의 개념을 구현한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2009년 1월3일부터 가동했다. 10분에 한 번씩 거래 내역을 모아 블록을 생성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날 비트코인의 ‘최초 블록’(Genesis Block) 이 탄생했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혼자만의 네트워크로 가동되는 시스템에 불과했다.

두 번째 비트코인 사용자는 일주일 뒤인 1월10일에 나타났다. 나카모토는 하 루 전인 9일 또다시 암호학 전문가들에게 “첫 번째 비트코인이 만들어졌음을 발표합니다”라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고, 당시 55살의 중년 남성인 할 핀니라는 암호학 전문가가 이 전자우편을 받고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았다. 두 사람만 비트코인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소프트웨어 코드상의 오류가 발견되고 수정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비트코인이 실제 구동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기였다.

이때부터 비트코인 사용자가 점점 늘었고, 사토시 나카모토는 자신이 논문을 올려둔 홈페이지(bitcoin.org)와 전자우편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그가 사용한 홈페이지와 전자우편은 그의 행적을 확인하는 주요한 수단이지만, 이것만으로 그의 신원을 밝히기 어렵다. 2008년 8월18일 일본에서 등록된 홈페이지 주소는 익명으로 등록된 도메인이었고, 그가 보낸 전자우편 역시 암호화 기술이 적용돼 발신자 추적이 불가능했다.

2008년부터 2년6개월 활동 뒤 잠적

그나마 나카모토의 공개 활동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는 2010년 12월12일 홈페이지에 개설한 비트코인 포럼에 “분산공격(DOS)에 대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우선 이럴 경우를 대비해 작업해둔 걸 손보는 중이고, 그 버전이 0.3.19이다. 이걸 우선 마친 뒤 제대로 시스템을 갖춰 작업해볼 생각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때만 해도 이 글이 나카모토의 마지막 메시지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그는 더 이상 공개적인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잠적한 것이다. 개발자들과 주고받은 전자우편은 2011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다만 그는 잠적하기 전 개빈 앤드리슨을 비트코인 소프트웨어의 수석개발자로 지명해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다. 앤드리슨도 나카모토의 정체를 모른다고 밝혔다.

여기까지가 간략히 기술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공개 행적이다. 이 행적을 바탕으로 수많은 언론이 나카모토의 신원을 추적해왔다. 2011년 10월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기자 조슈아 데이비스는 나카모토가 구사하는 영어의 특성과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암호학적 전문성 등을 근거로 아이랜드 더블린의 트리니 티대학에서 암호학을 전공한 마이클 클리어를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지목했다. 하이퍼텍스트 개념을 고안한 인터넷의 선구자 테드 넬슨은 2013년 5월 암호학에 정통한 일본인 수학자 모치즈키 신이치 교토대학 교수가 나카모토라고 주장했다. 2014년 3월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비트코인의 얼굴’이라는 주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일본인 도리안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의 창시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이 지목한 인물들은 모두 비트코인 개발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언론이 나카모토라고 지목한 이들 중에서 스스로 비트코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사업가 크레이그 라이트가 유일하다. <와이어드>나 <기즈모도> 등의 매체는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받은, 라이트가 사용했던 전자우편과 각종 문서파일 등을 바탕으로 그가 나카모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보도 뒤 라이트는 자신이 나카모토라고 밝히고 그 증거로 비트코인을 암호화하는 데 사용했다는 정보를 공개했지만, 그가 제시한 근거는 이미 공개된 정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또한 라이트가 비트코인 메커니즘의 핵심인 합의 알고리즘을 연구한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그가 나카모토일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라이트가 나카모토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는 확실한 방법은, 초창기에 나카모토가 채굴한 비트코인을 사용해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가 그의 비트코인 거래를 확인할 수 있고, 그를 나카모토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라이트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보유한 100만비트코인, 한 번도 거래 안 해

언론이 지목한 후보자 외에 암호학과 디지털 통화 관련 연구를 진행한 할 핀니, 데이비드 차움, 웨이 다이, 닉 자보 등도 비트코인 창시자로 거론되는 전문가들이다.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처음 내려받아 초기부터 나카모토와 긴밀하게 전자우편을 주고받은 핀니는 이미 비트코인처럼 작업증명(Proof-of-Work) 방식 으로 구동하는 전자화폐를 개발한 적이 있고, 발신자를 밝히지 않는 전자우편 서비스도 개발했던 암호학의 대가다. 데이비드 차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학 교수는 암호화폐 초기 모델인 디지캐시를 1983년 개발한 바 있다. 1998년 나란히 등장한 비머니와 비트골드의 개발자인 웨이 다이와 닉 자보도 비트코인 기반 기술의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 수석 칼럼니스트 출신으로 책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을 쓴 마이클 케이시는 비트코인이 법률적·경제적 전문성을 요하는 화폐 시스템이란 점을 고려하면 경제학도이자 법학도인 프로그래머 닉 자보가 나카모토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서에 “(닉 자보는) 경제학, 컴퓨터과학, 정치, 인류학, 법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나카모토는 그의 비트코인 백서에서 자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그 뒤에 주고받은 전자우편이나 채팅방에서도 자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닉 자보는 자신과 나카모토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결국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도 있다. 지금껏 보인 행적을 고려하면, 나카모토는 의도적으로 비트코인을 ‘창조자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화폐 시스템’으로 고안했다는 점이다. 흔히 비트코인의 주요 정보를 접하고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통화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반응이 나오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발행 주체가 화폐의 신뢰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화폐란 기본적으로 믿음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발행주체의 신뢰에 연동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화폐를 발행한 정부의 신뢰가 약해지면 화폐가치도 떨어진다. 비트코인은 화폐에 대한 신뢰를 발행 주체가 아닌 ‘분산 장부’ 기술로 확보했다. 비트코인의 작동 메커니즘에서 발행 주체의 존재는 오히려 부수적이다. 화폐가치가 발행 주체의 신뢰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리더가 없다는 비트코인의 특성은 창시자나 영향력 있는 리더가 분명한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들과 명확하게 차이 나는 점이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가 밝혀지는 날에는 세계 부호의 순위가 바뀔 것이다. 암호학의 권위자인 서지오 러너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나카모토가 채굴해 보유한 비트코인의 양이 총 100만비트코인이다. 2017년 11월 한국 시세로 10조원이 넘는다. 아직 나카모토의 비트코인은 단 한 번도 거래되지 않았다. 나카모토가 이 거대한 자산을 건드리는 순간, 그를 감싸고 있던 베일이 벗겨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