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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Ethereum)

‘화폐’ 이상의 활용 가능성 제시


 

이더리움(Ethereum)은 2017년 12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비트코인에 이어 2위인 암호화폐다. 두 번째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암호화폐인 것이다. 이더리움이 이처럼 가치를 평가받는 이유는 암호화폐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전복적인 요소가 있다. 비트코인이 보여준 전복적인 요소는 발행 주체도, 지급보증 기관도 없이 발행된 암호화폐가 지급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많은 국가에서 암호화폐가 이름대로 ‘화폐’ 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위·변조나 이중지급 문제 없는 결제 수단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더리움은 암호화폐가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그 이상의 것’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내비췄다. 암호화폐가 단순히 거래 수단이 아닌, 거래형태를 바꾸고 나아가 인터넷의 구조를 바꿀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자료제공: 빗썸

 

이더리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특징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과 ‘분산 응용프로그램’(DApp·Decentralized Application)이라는 두 가지 열쇳말로 요약된다.

스마트 계약이란 코드(code)로 실행되는 계약이다. 예를 들어 ‘2018년 1 월10일 서울 여의도에 비가 내리면, A는 B에게 300이더리움을 지급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B가 A에게 500이더리움을 지급한다’는 계약을 이더리움 블록체인 안에 코드로 기록할 수 있고, 이를 기상청의 날씨정보 시스템과 연동하면 이 계약은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런 계약이 가능하다면, 적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보험, 자동차 리스 등을 비롯해 실생활에서 체결되는 무수한 계약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코드가 계약 이행을 강제한다는 특징 덕분에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사람 개입 없이 계약 자동 이행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배제하는 스마트 계약의 특징은 또 다른 진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로 ‘분산형 자율조직’(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다. 사람 손을 거치는 수많은 업무가 계약의 이행과 관련 있는데, 이를 코드로 대체할 수 있다는 구상이 바로 분산형 자율조직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와 카카오택시가 결합된 분산형 자율조직이 있다면, 기사나 직원을 한 명도 두지 않고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발상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차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차를 부른 사람을 찾아가 목적지까지 태워준다. 요금 결제는 목적지까지의 거리에 따라 자동 정산된다. 자동차 기름이 떨어지면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가고, 정해진 시기에 자동차 정비소를 방문해 스스로 점검을 받는다. 이런 택시회사가 바로 분산형 자율조직이다.

분산형 자율조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 이더리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분산 응용프로그램’이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블록체인에 계약 내용을 기록할 수 있고, 계약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코드로 입력된다. 소프트웨어는 윈도나 아이오에스(iOS),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와 그 위에서 구동되는 각종 응용프로그램으로 크게 나뉘는데, 우리가 쓰는 워드프로세서·에버노트·카카오톡 등은 모두 응용프로그램에 속한다. 분산 응용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이 블록체인이라는 분산된 환경에서 구동된다는 뜻이다.

분산 응용프로그램이 중요한 점은 비트코인의 거래 장부처럼 누군가가 조작하거나 해킹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의 실행을 누군가가 중단할 수도 없다. 이는 인터넷의 구조를 바꾸는 시도로도 이어진다. 현재의 인터넷은 각 사용자가 특정 사이트를 서비스하는 기업의 서버에 접속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네이버나 구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은 각자 이들 업체의 컴퓨터 서버에 접속한다.


이런 구조는 개인이 홈페이지에 입력한 신상 정보를 비롯해 인터넷 이용 내역 같은 내밀한 정보까지 각종 개인 정보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들었고, 서비스의 이용 여부를 철저히 공급자에게 의존하게 했다. 아파치 웹서버의 창업자 브라이언 벨렌도프는 이런 중앙집중적 구조를 “인터넷의 원죄”라고 표현했다. 블록체인상에서 구동되는 응용프로그램은 더 이상 서버를 제공하는 업체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해킹 어려운 소프트웨어 개발도 가능

이더리움의 기능적 특징이 스마트 계약과 분산 응용프로그램으로 요약된다면, 암호화폐에 미친 영향은 토큰화(Tokenization)의 촉진이다. 이더리움 프로젝트를 구상한 비탈리크 부테린은 20살이던 2014년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백서를 발표하고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집했다. 이것이 바로 코인을 발행하고 자금을 모집하는 초기코인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이다.

이더리움 이전에도 마스터코인이 ICO를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이더리움은 12시간 만에 3700비트코인을 모집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당시 시세로 230만달러(약 25억원)이고, 2017년 12월5일 시세로 518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더리움 이후 초기코인발행이 확산됐고, 모집하는 자금을 대부분 이더리움으로 받으면서 이더리움이 코인 중의 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이더리움은 코인을 쉽게 발행할 수 있는 표준인 ERC20(Ethereum Request for Comment 20)을 제시했다. ERC20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는 코인의 표준을 의미하며, 이를 활용하면 새롭게 블록체인을 개발하지 않고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한마디로 코인의 발행 문턱을 확 낮춘 것이다.

이더리움이 보여주는 여러 잠재력으로 인해 비탈리크 부테린은 2014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 경제지 <포브스>가 공동 선정하는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를 수상했다. 당시 경쟁 후보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였다. 러시아계 캐나다 청년인 부테린은 러시아에서 태어나 6살 때 가족을 따라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는 17살인 2011년 비트코인을 처음 만났고, 그해부터 비트코인 관련 블로그 에 한 건당 5비트코인(당시 시세로 3.5달러)을 받고 글을 썼다.

이듬해인 2012년엔 <비트코인 매거진>을 공동 창간했고, 그해 처음 블록체인에 계약을 담는 구상을 했다. 사실 스마트 계약은 부테린이 처음 구상한 개념이 아니다. 1998년 비트골드를 개발한 닉 자보가 스마트 계약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고, 부테린이 이를 블록체인에 접목했다. 부테린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이더리움으로 구체화됐고, 실력 있 는 개발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더리움을 부테린과 공동 창업한 개빈 우드와 조지프 루빈이 대표적이다. 우드는 스마트 계약을 구체화한 주역이고, 루빈은 분산 응용프로그램의 개발을 담당했다.

이더리움이 제시한 비전은 대담하지만, 그중에 현실화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스마트 계약과 분산 응용프로그램도 2017년까진 초기 개발 단계에 불과하고, 상용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넘어 암호화폐의 대표 주자가 될 지는 그들이 제시한 비전이 얼마나 현실화할지와 관련이 깊을 것이다.  윤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