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커뮤니티 또 실패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바이낸스 해킹에서 비트코인 원칙을 지켜낸 건 기술이 아니라 정치였다”

등록 : 2019년 5월 20일 09:00 | 수정 : 2019년 5월 20일 08:27

All of It Dark, All of It P2P: After the Binance Hack, Bitcoin Doesn’t Cut It

출처=셔터스톡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지난 8일 해킹을 당했다. 해커는 4천만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 7천 개를 훔쳤다.

바이낸스는 채굴자들의 뜻을 모아 과반의 해시파워를 확보했다면 거래 기록을 재조정, 도난당한 자금을 복구할 수도 있었다. 몇몇 주요 채굴자들의 뜻만 모은다면 해시파워의 절반을 넘기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바이낸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주요 채굴자들이 공모하면 전체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거래를 무효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발자 블라드 잠피르는 트위터에 이를 명확히 정리해뒀다.

“사실 비트코인 프로토콜 자체가 거래 내역을 재조정할 수 없도록 돼 있지는 않다. (해시레이트 낮은 채굴 연합은 제외) 재조정을 막아준 건 프로토콜 자체의 구조가 아니라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사회적, 법적, 정치적 역학 관계였다.

자오창펑은 아마 재조정을 거쳐 해커들이 훔쳐 간 비트코인을 되찾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자오창펑의 부탁을 거절하며, 비트코인의 원칙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하자 자오창펑은 이를 받아들여 이렇게 말한 것이다. “좋습니다! 원래 비트코인이란 거래를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니까요.”

 

잠피르가 인용한 조던 앤드루스의 트윗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트코인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바이낸스의 거래 내역 재조정 움직임에 격하게 반대하던 사람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다른 걸 떠나서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한 이들, 채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거래 내역 재조정에 찬성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지켜보는 것 말고는 일반 이용자가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상황은 괜찮냐고 말이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이번 사건은 비트코인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이제는 이더리움에 하던 비판을 비트코인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더리움은 2016년 7월에 DAO 스마트 계약 해킹으로 잃었던 자금 5천만 달러를 거래 내역을 재조정해 복구했다. 많은 사람이 이더리움을 인위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도 이더리움을 비판하며 DAO 해킹 사건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서도 똑같은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일로 명확해졌다.

지난 2년간 필자는 수차례 암호화폐를 그저 단순한 기술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정치적 논의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바이낸스 해킹 사태를 보더라도 비트코인의 원칙을 지켜낸 건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였다.

우리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는 사회적 합의를 무시해왔다. 대신 새로운 기술 혁신이 알아서 암호화폐를 보호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암호화폐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이를 살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탈중앙화 시장, P2P 거래소, 더 빠른 트랜잭션 등 기술적인 아이디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 결과 너무 복잡하고 실용성은 떨어지며, 모두가 그 안에서 빠르게 수익을 내는 데만 집착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탄생했다.

그 대가로 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공감할 능력과 사유가 부족한, 대신 노예근성이 다분한 이들이 프로젝트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게 되었다. 시스템은 처음에 약속한 밝은 미래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커뮤니티의 뿌리를 이루고 시스템을 뒷받침해야 할 소중한 사용자들은 떠나가고 있다. 자연히 자신의 손익이나 자기 돈이 들어가 있는 프로젝트의 성패에만 편협하게 집착하는 탐욕스러운 태도가 퍼졌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해커 양성기관을 짓는 프로젝트이다. 암호화폐의 존립에는 필수적이지만, 직접적인 금전적 보상은 따르지 않는 일을 여러 분야에서 기꺼이 맡아줄 해커를 키워내는 일이다.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가보면 에너지를 발산할 곳을 찾는 역량 있는 젊은이들을 많이 본다. 이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댈 수 있는 자본가들을 여러 명 만났다. 그러나 직접적인 이득이 없이 그저 암호화폐를 살리기 위해 1만 달러를 내놓겠다는 사람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조잡하기 짝이 없지만 몇 달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 수백만 달러도 쉽게 투자할 생각이 있는 이들이었다. 마치 우리가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데 모든 이가 서로를 밟고 가장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가 어떤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걸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과감하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흔히 비트코인은 기술적 합의에 따른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전에 그 기술은 누가 만드는가? 각자의 역할, 새로운 코드를 허용하는 프로세스, 심지어는 토론의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기술이 진화하는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기술은 항상 변화한다. 비트코인은 기술적 합의를 정하는 규칙이라기보다 합의를 통해 규칙을 만들어나가는 운동이자 이념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작년에 비트코인이 최고가인 개당 2만 달러를 기록했을 때 나는 비트코인이 실패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우리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처참했던 가격 폭락을 목도했다. 기술의 진화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아이디어다. 사람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린다. 암호화폐 가격은 앞으로도 부침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실체가 없다면 끝내 성장도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점점 실패작이 되어가고 있다. 가격에 눈이 먼 커뮤니티가 무너져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언젠가 내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지만, 그때 가서 이 말을 떠올려봤자 이미 배는 떠난 뒤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아이디어를 내도록 이끄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돈은 아니다. 무엇이 역사를 이끌어왔는지 돌이켜보면 돈보다 비전이나 목적의식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기술자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 우리에게는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기회가 있다. 의기소침할 필요가 있을까? 이 순간을 낭비할 이유가 있는가? 크게 생각하자.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익명의 디지털 시장을 세계 각지로 퍼트리는 것이다.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시장을 만들고 조작할 수 없는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어떻게?

먼저 글로벌 자본이나 규제 기관의 도움은 필요 없다. 우리는 낡은 시스템과 모든 면에서 대비되는 철학으로 무장하고 정반대의 방식을 택할 것이다.

이어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탐색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철학, 지정학, 컴퓨터의 역사 등을 한데 모아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또 어떻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비전을 세워야 한다.

그다음에는 현재에서 벗어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힘과 의지를 길러 거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할 일이 많다. 정보, 거래소, 시장, 통화, 금융상품, 정치적 의사결정 도구 등 많은 자원도 필요하다.

가장 큰 좌절은 금융위기였다. 우리는 금융위기를 활용하거나 위기를 통해 수익을 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제 금융위기(그리스, 이란, 베네수엘라)는 과거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좋은 소식도 있다. 시스템의 모순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자본, 국가로 이루어진 기존의 삼각 구도는 언제까지 지속할 수 없다. 민족주의자와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존의 시스템은 언젠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준비를 착실히 해둔다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잊지 말자. 우리는 기존 시스템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글쓴이 아미르 타키는 비트코인을 응용한 첫 번째 알트코인 립비트코인(libbitcoin)을 만들었고, 일렉트럼(Electrum), 다크월렛(Darkwallet) 등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어왔다. 이밖에 프라이버시나 탈중앙화 기술에 관한 일을 해오고 있다. 타키는 현재 바르셀로나에서 혁신적인 기술 관련 프로젝트에서 일할 수 있는 해커를 훈련하는 해커 양성소를 준비하고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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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