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규제는 사모펀드처럼 해야 한다”

홍기훈 교수 "ICO는 크라우드펀딩 형식으로, IPO인듯 홍보하는 사모"

등록 : 2018년 11월 8일 07:00 | 수정 : 2018년 11월 7일 21:05

홍기훈 홍익대 경역학과 교수. 이미지=김병철 기자.

홍기훈 홍익대 경역학과 교수. 이미지=김병철 기자.

 

ICO(암호화폐공개) 규제는 성격이 비슷한 사모펀드처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7일 은행회관에서 한국증권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대안금융생태계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 교수는 “ICO 투자자들의 특성이나 마케팅 방식은 사모펀드 투자와 비슷하다”며 사모펀드처럼 규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ICO 규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ICO가 여러 형태와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ICO가 IPO에서 이름을 가져왔지만, ICO는 꼭 기업의 소유권을 사고팔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ICO가 형태는 크라우드펀딩과 유사하지만 성격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지분투자형, 채권형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기업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된다. 그러나 ICO는 꼭 프로젝트 지분의 소유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ICO의 본질에 대해 “결국 창업자들이 ‘시리즈 A’ 이후 규모의 사모투자를 받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의 형식을 빌리고, IPO인듯 홍보하는 자본조달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크라우드펀딩에는 대중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투자자 보호라는 규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사모라고 하면 규제 프리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계에서 규제를 벗어나려면 사모로 가는 게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증권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7일 은행회관에서 '대안금융생태계 현황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미지=김병철 기자

한국증권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7일 은행회관에서 ‘대안금융생태계 현황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미지=김병철 기자

 

“금융상품 아니지만 규제는 금융당국이 해야”

현재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법규나 ICO 가이드라인을 만든 나라는 많지 않다. 아직 블록체인 기술과 실용성이 검증단계에 있다고 보는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2017년 9월 ‘ICO 전면 금지’를 발표한 이후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아 암호화폐 시장은 사실상 무법지대로 남아있다.

홍 교수는 “가상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의 영역은 아니”라면서도 “가상화폐가 ICO의 매개체로 사용되기 때문에 규제한다면 금융규제기관이 맡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권이 ICO를 진지하게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ICO의 자본조달 규모가 벤처캐피털을 넘어섰다. 우리 기준에서 말이 안된다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아직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다른 나라의 대응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서나윤 금융위원회 서기관은 패널 토론에서 “현재 ICO에 긍정적인 국가들은 사실상 조세회피국이 많아 우리가 롤모델로 삼기는 어렵다. 아직 제대로 된 금융산업과 체계를 가진 나라들은 유보적으로 지켜보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런 정부의 신중한 입장에 동의했다. 그는 “일본은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실시했는데, 그 거래소들이 해킹을 당했다”며 “올해 1월 일본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인가제를 전면 검토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선제대응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11월 안에 ICO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수준의 발표가 될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한국 기업에 대한 ‘ICO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