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의 암호화폐는 무엇이 혁신적인가

등록 : 2019년 3월 14일 10:10

* 글을 쓴 벤 제슬(Ben Jessel)은 퍼블릭, 프라이빗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세대 블록체인 기업 카데나(Kadena)의 기업 블록체인 부문 수석책임자다.


지난달 투자은행 JP모건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JPM코인을 개발한다고 발표하자 블록체인 업계와 금융업계는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도 업계에서 가장 큰손이라 할 수 있는 JP모건의 진출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정말 JPM코인이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일까? 필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생긴 중대한 변화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JP모건과 같은 대형 금융 기관이 혁신에 나섰다는 점, 더구나 그것이 블록체인과 관련된 혁신이라고 공표하자 시장 전체가 큰 관심을 보이며 주목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JPM코인이 발표되기 몇 주 전부터 JP모건이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관련 동향과 대응 방법에 관한 기업인들의 문의가 빗발쳐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의 블록체인 담당자들은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금융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의 발상지이지만, 블록체인의 실제 도입과 활용은 세간의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누구라도 먼저 나서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면 값비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은 남이 얻은 뼈아픈 교훈을 토대로 재빠르게 뒤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되려 한다. 이번에도 JP모건이 자칭 기술적 대혁신을 달성했다고 발표하자 그동안 조용히 지켜만 보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을 고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거물 JP모건이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다. JP모건의 최고경영자가 그간 틈만 나면 암호화폐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도적 금융과 암호화폐라는 미지의 세계 사이의 경계가 드디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JP모건이 달성한 것은 기술적 혁신보다는 일종의 마케팅 성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의 기능과 효용을 함께 짚어보자.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

JP모건은 JPM코인 개발을 통해 금융시장이 당면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째는 비싸고 비효율적인 금융 결제 구조를 개선하는 것, 둘째는 암호화폐의 악명 높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결제란 두 금융 기관이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과 같은 증권을 거래하고 상호 지급해야 하거나 받아야 하는 금액을 주고받아 거래를 청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중앙예탁청산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결제 금액이 연간 1,600조 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의 근간을 떠받치는 절차가 결제와 청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 통용되는 결제 시스템은 비용 측면에서 금융 기관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왜 그런지 함께 살펴보자.

우선 결제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즉 대부분 내가 받아야 하는 돈은 바로 지급되지 않고, 다음 날 저녁이나 돼야 계좌에 입금된다. 며칠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당장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수십억 달러의 돈이 이렇게 묶여 있다는 것은 결국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이 제때 돌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비싸고 아까운 비용이다. 상업용 신디케이트론의 경우에는 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평균 7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처한 상황은 더 복잡하다.

대형 다국적 은행을 예로 들어보자. 한 은행이 또 다른 은행과 A와 B라는 두 나라에서 거래하고 있는데,  A 국가에서는 상대 은행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있고, B 국가에서는 같은 은행에 보내야 할 돈이 있다고 하자. 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채무 은행은 채권 은행에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거래 상대가 결국 같은 은행이므로 두 나라에서 발생한 채권과 채무를 상쇄시켜 청산하면 좋겠지만, 다국적 금융 기관의 경우 사업 범위가 워낙 넓고 과정도 복잡해 그러기가 쉽지 않다.

앞서 설명한 대로 결제가 완료되기까지는 하루 이상이 걸린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한 쪽은 더 오래 빚을 지고 있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채무은행 입장에서는 엄밀히 따지면 채무가 없는 상황인데도 상대방에게 담보를 제공해야 하고, 이 역시 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묶여있는 자산이 된다.

더불어 금융 기관들은 자사가 진출해 있는 국가별로 결제에 필요한 여유 자금을 잡아 두는데 (이를 ‘플로트(float)’라 부른다) 이 또한 유동성을 제한하고 다른 곳에 써야 할 현금을 묶어두는 꼴이 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

 

카지노칩과 비슷한 결제 코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이렇게 금융 결제에 수반되는 시간과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하루가 지나야 청산이 진행돼 실제 현금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블록체인에 결제를 맡기면 디지털 화폐를 이용해 즉각 청산할 수 있으므로 금융 상품에 따라 보통 하루 (주식의 경우 수일) 이상 걸리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서 결제에 쓰이는 디지털 화폐를 보통 ‘청산 코인(settlement coin)’이라고 부르는데, 미국 라스베거스의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카지노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라스베거스를 찾는 관광객들은 한 카지노에서 구매한 칩을 길 건너 다른 카지노에 가서 그대로 사용하고 현금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라스베거스의 대형 카지노들끼리 그렇게 하기로 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관광객이 벨라지오 카지노에서 100달러어치 칩을 교환했다고 하자. 이 관광객은 벨라지오에서 교환한 칩을 가지고 베네시안에서 룰렛 게임을 한 후 MGM 그랜드에 가서 칩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는 카지노칩 대신 ‘결제 코인’의 형태를 띤 디지털 화폐가 있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금융 거래에 대한 결제를 완료해 현금을 주고받으려면 하루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 코인을 이용하면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교환해 결제를 청산할 수 있다. 디지털 코인은 언제든지 법정화폐로 교환할 수도 있다. 이처럼 디지털 화폐를 이용하면 결제 절차가 단순해지고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또 당일 유동성이 개선돼 자산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도 있어 전체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

실제로 UBS는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공용결제화폐(USC, Utility Settlement Coin)를 개발했는데, 이를 통해 앞으로 약 6,500~8,0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의 단점

그렇다고 디지털 화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디지털 화폐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인 가격 변동성이다. 법정화폐 단위로 표시되는 디지털 화폐의 가격은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 변화나 업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악재에 따라 쉽게 요동친다.

비트코인만 봐도 그렇다. 개당 2천 달러 언저리를 맴돌던 비트코인이 2만 달러에 육박하더니 다시 4천 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이 모든 것이 일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그만큼 가격이 들쭉날쭉한 암호화폐를 들고 있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는 소리다. 금융 기관이 암호화폐를 취급하기 주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처럼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자산에 가치를 연동하는 디지털 화폐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라면, 그 스테이블코인 한 개의 가치는 변함없이 1달러로 고정된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도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스테이블코인과 연동되는 자산이나 자금의 양이 충분해야만 연동 관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조지 소로스가 홀로 영국 중앙은행을 파산시킨 것처럼, 어느 특정 지배적 금융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스테이블코인과 특정 자산 사이의 가치 연동을 중단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최근 잇달아 터지고 있는 스캔들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회사 테더(Tether)가 발행한 코인(USDT)을 달러로 바꿔줄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론을 내리자면

JPM코인은 금융 결제에 따르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제거하고 법정화폐와 일정한 비율로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로,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 문제도 해결해준다. 이렇게만 본다면 JP모건이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좀 더 냉정히 따져보면 JPM코인은 JP모건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은행이 JP모건에 제시하면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증권에 불과하다.

사실 이상적인 스테이블코인은 누구든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즉시 법정화폐로 교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JPM코인은 이런 모습과 확연히 동떨어져 있다. JPM코인의 발행과 교환은 JP모건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베네시안 카지노에서 발행된 카지노칩을 오로지 베네시안에서만 구매, 사용, 교환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JP모건의 기술적 혁신이라는 말도 과한 평가다. 기존의 기술을 새로운 혁신이라는 말로 포장해 놓은 것뿐이다. JPM코인은 달러와 1:1로 연동되는 디지털 증권으로 이를 JP모건에 제시하는 거래상대방은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식의 디지털 결제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기술을 통해 운영돼왔다. API는 특정 은행의 결제 처리 인터페이스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디지털 도구다.

그렇다고 해서 JP모건의 도전을 무조건 깎아내리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아직도 팩스 기계를 사무실 필수용품으로 여기는 수많은 금융회사가 구시대적인 관행과 과거의 기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블록체인을 활용해 금융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신중하면서도 따뜻한 격려를 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JP모건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번역: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