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이 ‘진짜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을까

등록 : 2019년 2월 22일 10:54 | 수정 : 2019년 2월 22일 14:42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사진=플리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사진=플리커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의 마음에 불을 지필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위의 질문은 어디까지나 수사적인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진짜 방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나는 블록체인 업계의 미래를 규정할 두 가지 중요한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첫 번째 사건은 현재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디지털 화폐 JPM 코인 발행 소식이다.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비트코인 비관론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서 JPM 코인 발행 소식은 더욱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JP모건에서 매일 거래되는 자금은 약 6조 달러로, JPM 코인은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는 대기업과 기관 고객을 위해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발행되고 기업과 은행 간, 혹은 기업 간 거래 및 결제에 사용될 예정이다.

두 번째 사건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라이트닝 토치(Lightning Torch) 운동이다. 라이트닝 토치 운동은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기술적, 사회적 기능을 입증하고 널리 알리고자 지난달 19일 시작된 실험적 운동으로, 트위터에서 #LNTrustChain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전파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군가 자신에게 횃불(torch)처럼 보낸 비트코인 자금에 최소 1만 사토시(0.0001BTC, 약 400원)를 보태 이 운동을 이어갈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면 된다.

몇 차례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200명 넘는 이들의 손을 거친 자금은 어느덧 360만 사토시로 불어났다. 라이트닝 토치의 최종 목표액은 439만 사토시(약 156달러)로 정해져 있으며, 이 금액이 달성되면 금액은 자선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두 가지 “암호” 프로젝트 이야기

요약하면 이렇다.

매일 미국 GDP의 1/3에 달하는 자금이 오가는 대형 은행의 주도하에 탄생하는 중앙집중적 자금 이동 시스템

그리고

탈중앙화 기치를 토대로 굴러가는 커뮤니티의 주도하에 한 달 동안 156달러를 모은 또 다른 프로젝트의 대결.

당연한 일이지만 주류 언론은 JP모건의 행보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나타냈다. 관련된 금액이 어마어마한 것도 이유지만, 비트코인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던 제이미 다이먼의 파격적 행보가 대서특필 감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코인센터(Coin Center)의 제리 브리토 이사와 마찬가지로, JPM 코인은 진짜 암호화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JP모건은 분산원장을 개발하고 암호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대단히 정교한 암호화 기법과 프로토콜을 갖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JP모건은 기존 은행 시스템의 중개인 역할을 유지한 채, 이미 확보한 기존의 대기업 고객을 위해 자신들의 분산원장을 사용해서 자금을 편리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개발했을 뿐이다.

단언컨대 라이트닝 토치 참여자들의 행동이야말로 JP모건의 행보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중개자 없이 완전히 새로운 P2P 실시간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그들이 만드는 것은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화폐의 모형이다.

그렇다고 오해는 말기 바란다. JP모건의 시도가 오류로 가득한 세계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해낼 수도 있다. 또한, 당분간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익숙한 은행 시스템과 달러를 고수할 것이고, 가장 큰 은행이 달러 결제를 더 편리하게 만든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수조 달러를 움직일지언정 JP모건은 기존의 은행시스템에 본질적으로 더 의존하게 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일 뿐이다. 그보다는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한 개인 간 거래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획기적인 일이다.

역설적이지만, 라이트닝 토치를 통해 전달되는 금액의 액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간접비 비중이 크고 신용 의존적이며 수많은 중개인이 상주하는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는 그렇게 소액을 송금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커지므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는 디지털 방식이든 아날로그 방식이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기업이 아닌 일반인들의 거래는 언제나 소액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수십억 개의 기기들도 마찬가지다. 간편하고 탈중앙화된 소액 전자결제 방식과 대형은행이 중개하는 기관투자자와 대기업 고객들 사이의 결제 가운데 새로운 온라인 경제활동의 중심이 될 혁신을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전자를 고를 것이다.

트위터 CEO인 잭 도시가 비트코인이 인터넷 세상의 ‘주요 화폐’가 되리라 예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도시는 라이트닝 개발업체인 라이트닝랩스(Lightning Labs)의 투자자로서 라이트닝 토치 운동에도 참여했다.

 

라이트닝 토치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

라이트닝은 비트코인의 확장성 및 비용 문제를 해결한 “제2 레이어” 솔루션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블록체인 바깥에서 결제를 처리하는 오프체인(off-chain) 방식으로 P2P 거래를 처리해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한다. 그러나 라이트닝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혹자는 라이트닝 기술을 이용한 글로벌 결제 채널 네트워크가 성공하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사실상 중앙집중적 방식으로 이른바 결제 허브들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외부인들의 눈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라이트닝 토치 릴레이와 같은 실험이 더 중요한 것이다. 라이트닝 개발자들은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경험해야 한다. 이는 비트코인의 성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커뮤니티 리더들과 기업가들은 단순히 코드에 숨겨진 버그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서 지배적인 기존 시스템의 사회, 경제적 요소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라이트닝 토치가 2010년 비트코인 피자데이와 비교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당시 라스즐로 해니예츠(Laszlo Hanyecz)라는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 1만 개를 주고 파파존스 피자를 두 판 주문했다. 그때는 물론 해니예츠가 지인에게 부탁해 비트코인 1만 개를 전송할 테니 그 대가로 (전통적인 신용화폐로) 피자를 주문해달라고 해야 했지만, 이제는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직접 피자를 주문, 결제할 수 있는 앱도 생겼다.

이러한 소액 결제는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증명하는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이자, 개발자들에게는 복잡한 실제 거래 과정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비트코인 보안 전문가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결제 절차가 아직 자동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이트닝 토치 참여자들이 전달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가능한 전달 루트를 찾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스템에 숨겨진 버그를 발견하고 자동화에 더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안토노풀로스는 말했다.

비트코인은 작은 실험을 바탕으로 현실 세계에 사용자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고 독자적인 사용법을 고심하게 되었다. 비록 실행하기 까다롭지만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탈중앙화 요소들까지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면 비트코인 피자데이와 JPM 코인은 동떨어진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탈중앙 결제 시스템을 중심으로 사용자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은행을 비롯한 오늘날의 주류 기업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를 지켜보는 일은 무척 흥미진진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