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JP모건 자체 암호화폐 JPM코인은 무엇인가

몇달 내 실제 금융업무에 도입 예정

등록 : 2019년 2월 15일 14:07 | 수정 : 2019년 2월 26일 12:48

투자은행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비트코인을 향한 거침없는 독설로 유명하다. 그런데 JP모건은 CEO의 대외적인 발언과는 관계없이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해 금융의 핵심적인 기능을 블록체인을 통해 수행하는 미래를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지=한겨레 자료사진

 

자체 암호화폐의 이름은 JPM 코인이다. 은행의 엔지니어들이 직접 개발한 토큰이고, 14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몇 달 안에 실제 금융 업무에 곧바로 도입, 사용될 예정이다.

CNBC는 JPM 코인이 우선 JP모건의 기업 고객들끼리 오가는 실시간 결제를 일부 맡아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JP모건의 기업 고객 간에 이뤄지는 도매 결제의 총금액은 하루에 6조 달러, 우리돈 6,800조 원 규모에 이른다.

JP모건의 블록체인 사업을 총괄하는 우마르 파루크는 JPM 코인의 활용 사례로 다음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현재 해외로 돈을 보내고 받을 때 보편화된 송금 방식인 전신 송금(wire transfer)을 대체하는 일이다. 파루크는 특히 대기업들 사이의 결제, 청산에 JPM 코인을 도입하면 결제 시간을 기존의 며칠 단위에서 몇 초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JPM 코인은 증권을 발행하고 판매할 때 즉시 결제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또한, JP모건의 많은 해외 기업 고객은 거래은행인 JP모건의 기준 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늘 어느 정도 쌓아놓고 있어야 했는데, 달러화 대신 JPM 코인을 JP모건과의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파루크는 이렇게 말했다.

“결제 대금을 치르거나 은행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며 대기업과 은행 사이에, 대기업들끼리 주고받는 돈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기업들이 대차대조표에 나와 있는 액수만큼의 돈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방법은 현재로선 이를 직접 송금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돈을 보내지 않고도 그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고, 또 이를 신뢰할 방법이 있다면, 기업도 자금을 운용하기 훨씬 수월해지고 은행도 비용을 아주 많이 아낄 수 있다.”

파루크는 또 JPM 코인이 언젠가는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사실 전 세계의 이름 있는 대기업은 모두 다 우리 은행의 고객이다. JP모건은 또한,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요 은행과도 연결돼 있다.”

JP모건의 네트워크 안에서 모바일 결제에 토큰이 쓰이기만 해도 그 규모는 절대 작지 않으리라는 뜻이었다.

 

쿠오럼을 넘어서

JP모건은 이어 14일 오후에 JPM 코인과 관련해 자주묻는질문과 답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렸다. JPM 코인은 우선 이더리움 기반 기업용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쿠오럼(Quorum)을 이용한다.

“JPM 코인은 쿠오럼 블록체인을 통해 발행될 예정이며, 이어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표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JPM 코인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JP모건은 이어 JPM 코인으로 대표할 수 있는 법정통화를 달러화뿐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PM 코인 제품이나 기술 사양은 특정 통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자주묻는 질문에 정리해놓은 답변을 읽다 보면 JP모건은 쿠오럼 외의 다른 기업용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도 JPM코인이 거래에 필요한 현금 대체 토큰처럼 쓰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JPM 코인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발행되고 누구나 사고팔 수 있는 암호화폐와 엄연히 다를 뿐 아니라, 서클(Circle)이 발행하는 US달러코인(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과도 다르다. US달러코인을 비롯한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은 누구나 소유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지만, 달러화로 바꾸거나 달러화를 가지고 스테이블코인을 살 수 있는 건 코인 발행 주체인 거래소의 고객으로 한정돼 있다. 반면에 JPM 코인은 승인받은 이만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발행되고 거래된다. 누구나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코인이 아니라는 점, 이용에 엄격한 제한을 둠으로써 보안을 강화했다는 점을 JP모건은 이렇게 요약했다.

“JP모건의 엄격한 고객신원확인(KYC) 절차를 통과한 기관투자자, 기업들만이 JPM 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점을 제외하면 JPM 코인은 스테이블코인과 기능 면에서는 닮은 점이 많다. 특히 실제 은행에 예치된 법정화폐 액수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은행이 토큰을 발행하고 이 토큰은 분산원장에서 거래되고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물론 해당 분산원장은 승인을 받아야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토큰을 가지고 있는 고객은 JP모건에서 언제든 토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JPM 코인 개념도. 출처:JPMorgan Chase

JP모건이 추진하는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

JP모건은 이밖에도 호주의 ANZ 은행, 캐나다 왕립은행과 함께 블록체인 결제 실험을 하고 있다. 세 은행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은행 간 결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법을 찾아왔다. 은행간 정보 네트워크(IIN, Interbank Information Network)라는 이름의 이 플랫폼도 쿠오럼 블록체인에서 운영되는데, 쿠오럼은 언젠가는 별도의 기업으로 분사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은행간 정보 네트워크 실험이 JPM 코인의 출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IIN은 은행들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결제 플랫폼이 아니다. 실제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JPM 코인은 주고받는 동시에 가치를 이전하는 용도로 설계된 결제 수단이다. 이 점이 IIN과 JPM 코인의 근본적인 차이다.”

지난해 4월, JP모건은 내셔널뱅크 오브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과 함께 쿠오럼 블록체인에서 1억 5천만 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하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실험은 같은 날 내셔널뱅크 오브 캐나다가 같은 액수의 1년 만기 양키 CD(Yankee certificate of deposit, 미국 달러로 표시되지만 외국 은행에서 발행하는 양도성 예금증서)를 발행한 것을 블록체인상에서 따라 한 것이다.

자체 토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JP모건은 암호화폐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거두지 않았다. 특히 CEO인 다이먼은 앞서 2017년에 비트코인을 “순전히 사기”라고 정의하며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파동보다도 훨씬 심하다. 누군가 죽어나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심각한 문제”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