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수재, 사기꾼, 싸움닭…‘버핏 점심’ 낙찰 저스틴 선은 누구인가

등록 : 2019년 6월 12일 10:00 | 수정 : 2019년 6월 12일 12:57

쑨위천(저스틴 선). 출처=코인데스크저팬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의 점심을 최근 사상 최고가인 457만 달러에 낙찰받은 것은 암호화폐 ‘트론’의 창립자이자 ‘마윈의 문하생’을 자처하는 28살 중국인 기업가 쑨위천(저스틴 선)이었다. 그러나 그의 언행과 관련해, ‘매명(이름을 팔다) 행위’라거나 ‘품격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번째 중국인

버핏은 자선 활동의 일환으로 2000 년부터 자신과의 점심을 경매에 부치고 있다. 지금까지 낙찰된 중국인은 저스틴 선이 4 번째. 낙찰자는 7명의 친구를 데려 갈 수 있다. 쑨위천은 암호화폐 업계의 동료들을 초대하고 있지만, 이미 SNS에서 거절한 사람도 있다. 점심 때의 화제는 원칙적으로 자유지만, 2008년에 낙찰됐던 중국인 투자자가 버핏에게 개별 주식을 추천하자 이를 계기로 주가가 급상승하고 그 투자자가 거액의 이익을 챙겼다. 이 때부터 ‘개별 주식’에 대한 이야기는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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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출처=코인데스크

사흘 전부터 낙찰을 암시하다

쑨위천의 낙찰 소식은 지난 4일 발표됐지만, 그는 앞서 1일 중국 SNS 웨이보에 ”블록체인 업계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믿는다”, “큰 일을 해냈다. 사흘 뒤 발표한다” 등 이를 암시하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쑨위천은 2017년 여름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암호화폐 트론을 발행했다. 그러나 이전 베이징대 재학 때부터 여러 분야에 대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중국의 ‘90후’(1990년대생)이라는 열쇳말이 주목받을 때면 으레 대표적인 인물로 여겨져왔다.

2011년 ‘주간아시아’라는 잡지의 ‘90후’ 특집에선 표지를 장식했고, 2015년 ‘90후’를 겨냥한 음성 SNS 앱 ‘페이워’(陪我,PayWo)를 발표했다. 같은 해 포브스 중국 30살 이하 기업가 30인에도 선정됐다.

수많은 영예 중에서도 쑨위천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15년 설립한 비즈니스스쿨 호반대에 1기생으로, 그것도 유일한 1990년대생으로 입학한 것이다. 그는 당시 합격증을 웨이보에 올려 기쁨을 표현했고, 지금도 웨이보 프로필에 기재돼있다. 실제 호반대 1기생은 지원자 150명 가운데 합격자가 30명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쑨위천의 여자친구는 성인용품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해 역시 ‘90후 기업가’로 명성을 얻고있는 마자자(馬佳佳)이다.

 

 

90후 사기꾼? 암호화폐계 자웨팅?

쑨위천이 암호화폐 사업에 손을 대면서부터 그의 명성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2017년 8월 트론을 발표했지만, 그 직후인 9월4일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ICO)을 전면 금지시켰다. 쑨위천은 정부 규제가 발동한 9월2일 국외로 나오면서 ‘해외도피’ 의혹도 나왔다.

트론은 중국에서 ‘사기 코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90후의 기수’로 대접받던 쑨위천에겐 ‘90후의 사기꾼’, ‘사기 코인 발행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었다.

‘암호화폐계의 자웨팅’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러에코 창업자 자웨팅은 ‘타도 테슬라’를 내걸고 미국에서 전기차업체 패러데이퓨처를 시작했다가, 경영위기에 빠졌다.

쑨위천의 부정적 평판은 그 자신의 언동으로 인해 자초한 면도 있어보인다.

 

저명 기업인들과의 ‘난투극’

쑨위천은 지난 2월 웨이보에서 갑자기 “2014년 11월 서우거우 CEO 왕샤오촨으로부터 ‘당신은 사기꾼이다.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3년이 지나 내 회사는 시가총액에서 서우거우를 앞섰다”라는 글을 올렸다. 검색포털 서우거우의 창업자 왕샤오촨을 실명 공격한 것이다.

왕샤오촨은 SNS에 글을 잘 쓰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쑨위천이 버핏과의 점심을 낙찰받았다는 발표가 나온 지난 4일, 그는 과거의 글을 인용하며, “성공이란 무엇인가? 사기꾼은 무엇인가? 지위나 시가총액을 성공의 증거로 삼는 사람도 있지만”이라며 은근히 쑨위천을 조롱했다.

왕샤오촨의 글에는 중국의 유명 경영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쑨위천이 버핏과의 점심을 낙찰받은 것은 중국인들로서는 국제적 망신이다. 전세계에 중국인의 잘못된 가치관을 퍼트렸다.” – 리린, 판다캐피털(벤처캐피털) 파트너

“부끄러움을 알고 용기를 갖는 것은 본래 좋은 일이지만, 부끄러움을 모르고 사람을 속여 주목을 끄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허샤오펑, 샤오펑자동차(전기차 메이커) 사장

그러나 쑨위천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쑨위천의 자기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것뿐, 원래 부지런한 인간이다. 쑨위천은 직접적이고 낙관적이고 젠 체 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90후다.” – 천웨이싱, 투자자, 차량 호출 서비스 콰이디다처(디디추싱에 인수됨) 창업자

 

걸어온 싸움은 배로 갚는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돈의 힘을 빌렸다”고 표현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마케팅에 열심이다”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건 쑨위천이 버핏과 점심을 함께하는 목적은 그 자신의 홍보 활동이라는 데는 일치한다.

쑨위천은 “걸어온 싸움”은 배로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로 보인다.

왕샤오촨의 웨이보 메시지에 대해, 쑨위천은 “과학자는 과학적 발견이 있어야 하고, 예술가는 작품이 있어야 하듯이, 창업자의 상품과 시가총액은 창업자로서 따져야 할 점이다. 2022년 6월 트론과 서우거우의 시가총액을 비교해보자”라고 도발했다.

또 연예계 투자자 겸 기업가인 왕쓰충에 대해서도 직접 멘션을 달아 비판했다. 왕쓰충은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의 아들이다.

“왕쓰충이 내 욕을 한다고?”

“부모에 기댄 자가 스스로 성공한 이를 감히 욕한다. 80후(1980년대생)가 90후를 감히 욕한다. 생중계 한번이면 폭삭 망할 자가 지금도 창업하고 있는 자를 감히 욕한다.”

쑨위천은 10일 웨이보에 “버핏과의 점심 장소와 시간이 결정됐다”고 적었다. 거액을 들여 확보한 ‘버핏 뉴스’ 실황 중계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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