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록체인 사업가로 변신한 남경필을 만나다

정치 은퇴하고 건강검진 스타트업 창업

등록 : 2019년 7월 11일 11:00 | 수정 : 2019년 7월 11일 11:43

남경필 모두의건강 대표를 강남역 인근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났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남경필 모두의건강 대표를 강남역 인근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났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저는 오늘 제 젊은 시절을 온전히 바쳤던 정치를 떠납니다. 땀 흘려 일하는 청년 남경필로 다시 돌아가 새롭게 도전하고자 합니다.” – 남경필 대표 페이스북

지난 3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54세)는 정치 은퇴를 선언했다. 동시에 스타트업 창업을 선언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9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공유오피스에서 ‘모두의건강’이라는 스타트업 대표가 된 남경필을 만났다. 20~30대가 다수인 공유오피스에서 홀로 백팩을 매고 들어오는 남 대표의 모습은 낯설지만 자연스러워 보였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공동창업자의 다른 사무실(델레오코리아)로 매일 출근한다. 좋게 말하면 공유, 나쁘게 말하면 셋방살이하고 있다.(웃음) 9월 초쯤 역삼역 근처에 모두의건강 사무실이 생긴다. 요새는 병원장, 병원 이사장을 많이 만나 MOU를 맺고 있다.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다 좋은 병원들이다.”

-‘모두의건강’을 소개해달라.
“기본적인 사업모델은 건강검진 플랫폼이다. 이용자와 병원들을 연결해준다. 비행기로 치면,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던 분들에게 같은 가격으로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이다.”

-왜 건강검진으로 정했나?
“IT 플랫폼의 사업모델은 수요와 공급의 큰 간극을 좁혀주는 거다. 헬스케어 중에서도 건강검진이 가장 쉽겠다고 판단해서 공동창업자와 같이 만들었다. 건강검진 예약, 결제, 통보를 카카오 같은 플랫폼 위에서 서비스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이용자가 30만명 이상 확보되면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도 있다.”

-언제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나?
“직원도 뽑아야 하고, 회사 시스템 구축에 6개월은 걸린다고 본다. 올해 안에 이용자를 병원으로 보내면서 수익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베타 앱 버전이 나오려면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이다.”

-계획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해달라.
“1단계는, 내가 확보한 이용자에게 건강검진을 제공할 거다. 대부분 택시, 버스, 화물 기사들이다. 절반은 노조원, 절반은 개인사업자인데 건강검진 형태는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이코노미 클래스(수준의 건강검진)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좋은 병원에 빈 공간이 많다. 모두의건강은 이 둘을 연결하려 한다.

2단계는 대국민 서비스다. 누구나 모두의건강에 들어와서 원하는 날짜에 건강검진 예약부터 결제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3단계는 (의료) 데이터 활용이다. 국민들을 건강하게 해주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국가 예산으로 건강검진을 해주는 나라다. 건강검진 목적은 기존 기록을 바탕으로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거다. 이렇게 하면 의료비를 절감해서 국가 예산도 절약된다.

철학은 숭고한데 결과는 딴판이다. 이 사람의 의료 데이터가 트래킹돼야 하는데 현실은 각 병원에 다 찢어져 있다.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공단, 노동부, 보건소, 교육청도 따로 가지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모아야 트래킹해서 예방할 수 있다. 어떤 병에 걸릴 수 있으니 이런 음식을 조심하세요,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이렇게 맞춤형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매년 몽땅 할 필요가 없다. 그게 의료비를 절감한다.

사람 중심으로 의료 데이터를 모으는 게 우리 목표다. ‘데이터는 이용자의 것’이라는 철학을 바탕에 뒀다. 그리고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윈(Win)하게 만들려고 한다.”

2014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남 후보는 이 선거에서 당선됐다. 출처=이정아/한겨레

-의료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린다는 뜻인가?
“앞으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 의료 데이터는 민감 데이터라 당사자만 접속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본인 의지가 있어도 못한다. 병원끼리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망이 없다. 이게 한계이자 가야 할 길이다.

앞으로는 나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 내 의료 데이터를 다른 병원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내 의지가 상관없이 이용돼선 안 된다. 기술적 안전성, 투명성이 중요한데 결국 신뢰가 구축돼야 가능하다. 블록체인같은 기술의 발전이 이걸 가능하게 할 거다. 물론 법적으로 풀려야 하는 게 있다.”

-의료 데이터 인프라 구축은 국가사업으로 들린다.
“공공에서 하는 건 굼뜨고, 예산도 많이 들고, 제약이 많다. 나는 국가보단 신뢰있는 개인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하면 늘 프라이버시 이슈에서 국가 권력의 개입, 이런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

-그걸 카카오, 페이스북이 하면 괜찮나?
“논쟁거리다. 하지만 그게 낫다고 본다. 신뢰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의 문제다. 예를 들면, 원자력은 위험하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는 효율성이 높아서 오히려 환경 파괴를 줄이고, 굉장히 높은 안전성을 담보로 해서 많은 나라가 사용하고 있다. 논쟁거리는 맞다.

나의 의료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의료기관에게 주고, 나를 케어해달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높은 신뢰도를 가진 기술로 의료 데이터를 투명하게 보호하면서, 비식별화해서 빅데이터로 모으면 인류의 건강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나의 의료 데이터가 비식별화돼서 공공에 활용되면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현실화 될 수 있다. 지금은 아기 상태다. 청년기, 중년기를 거쳐야 한다. 근데 세상은 그리 갈 수밖에 없다.

원격진료도 (앞으로) 될 것이다. 전 세계가 다 할 건데 우리나라만 안 해? 결국 이용자가 원할 수밖에 없다. 시간의 문제다. 중국은 의료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거기 깔린 프라이버시 문제, 기술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갈 수밖에 없다. 누군가 해야 한다. 병원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안 하고 있다.”

 

남경필(오른쪽) 전 경기도지사는 원희룡(가운데) 제주지사, 정병국(왼쪽)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바른미래당 의원)과 더불어 한나라당·새누리당 내 대표적인 개혁파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들은 ‘남원정’으로 불리며 정치쇄신을 강하게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3명이 모두 블록체인과 인연을 맺고있다. 남 전 지사는 의료 분야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중이고, 원 지사는 블록체인 기술로 제주에서 ‘스마트아일랜드’를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블록체인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당 운영에 블록체인 도입을 시도하는 등 국회 내 ‘블록체인 전도사’로 불린다. 사진은 2017년 개혁보수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당시 모습. 출처=이정우/한겨레

-정부는 안 하나?
“제로페이같은 게 잘 안 된다. 정부에서 만든 앱 중에 성공한 거 봤나? 시장의 힘이라는 게 있다.”

-블록체인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나?
“의료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엔진을 찾아다니고 있다. 아직은 못 만났다. 일단은 지금 (중앙화된) 형식으로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앞으로 블록체인에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중에 개발이 되면 가장 앞선 걸 갖다쓰려고 계속 지켜 보고 있다.”

-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됐나?
“나는 시장경제를 믿는다. 근데 시장경제엔 문제가 많다. 그래서 고쳐 써야 한다. 안 그러면 지속 가능하지 않아서 망할 것 같다. 시장경제 해결 위해서 영국은 제3의 길, 독일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만들었다. 그래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게 일어난다.

주주와 노동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갈등이 있다. 시장경제를 이루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보편적인 단위인 주식회사의 목표는 주주 이익 극대화다. 그래서 매출은 높이고 비용은 줄이려고 본능적으로 임금을 자꾸 내리려고 한다.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주식회사의 본질적인 갈등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해결할 수 있다. 전통산업은 공급자 중심으로 순환이 일어났는데, 플랫폼 경제에선 수요자가 공급자 역할까지 한다.

유튜브도 소비자가 콘텐츠나 영향력을 다 만들지 않나. 소비자들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경제구조로 가고 있는데 현재 주식회사 구조는 이걸 담아내지 못한다. 이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게 가상화폐라고 본다.”

-왜 그런가?
“회사를 만들면서 프라이빗체인으로 가상화폐가 발행이 되고, 직원들에게도 당연히 공유하게 될 거다. 가상화폐는 화폐인 동시에 주식같은 역할을 한다.

기존 스톡옵션은 소비자를 포괄하지 못하지만, 여기는 내가 속한 생태계의 가치를 높이면 내가 가진 가상화폐의 가치가 오른다. 원화와 상관없이 가치가 오른다. 소비자이자 동시에 주주가 된다.

소비자가 모두의건강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으니, 주변사람들에게 모두의건강을 사용해보라고 홍보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잘못 될까봐 굉장히 큰 비판과 제안도 할 거라고 본다.

물론 가상화폐 경제에 여러 문제가 있다.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핵 물질은 선하게도, 나쁘게도 쓰일 수 있다. 어떻게 쓰는지가 문제다. 가상화폐는 이미 발명됐고 앞으로 계속 갈 것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이용자와 국가가 만들어 가야 한다.

가상화폐 경제에서 주주, 노동자,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블록체인 메인넷들이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게 가능해지면 언젠가는 우리 시장도 열릴 거라고 본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도 이해는 한다. 사기성 ICO(암호화폐공개)가 많다보니 폐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 정부가 끝까지 막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단계적으로 그 길로 갈 거다. 리브라가 나오면 사람들이 쓸텐데 (어떻게 막겠나).”

2015년 3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당시 야당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남 지사는 재임 당시 의회 다수당인 야당과 협치를 기치로 내걸고, 야당에 부지사를 내주고 산하 공공기관장 청문회를 도입하는 등 연정을 실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경기도 연정이 통합정치의 성공적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김경호/한겨레

-블록체인은 중개기관 대신 프로토콜을 사용하려는 시도다. 비트코인, 페이스북 리브라도 은행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 근데 사실 은행은 라이선스 사업이고 그 힘은 정부에서 나온다. 블록체인이 정부의 힘을 위축시킬 거라는 예측도 나오는데, 그런 면에서 정부가 부정적인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지 않나?
“나는 무정부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은행이 모두 없어지고, 정부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기능이 또 바뀔 것이다.

세상이 다 열려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변화가 당연히 영향을 끼친다. 프라이버시 이슈와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생기는 이익 사이에서, EU(유럽연합)가 어떤 선에서 룰을 정할지가 전 세계적 표준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보다는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미국보다는 규제가 있는 선에서 이용하는 쪽으로 결정될 것 같다. 뭐가 국제 표준이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그 방향으로 간다는 점이다.”

-원격의료, 의료 데이터 활용 둘다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나?
“필요하다. 그것도 갈 거다. 당장은 아니지만, 10년 동안 막을 수 있겠나? 난 못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은 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정치를 다시 할 계획도 있나?
“없다. 정치는 내가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는데, 지금 구조에선 정치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싸우느라 문제해결 능력이 없다. 아까 얘기한, 내가 믿는 시장경제를 고쳐서 지속 가능한 곳에 쓰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시장)는 할 수가 있다. 게다가 여기는 부수적으로 돈까지 벌 수 있다.

정치는 돈에 신경 쓰면 감옥에 간다. 근데 여기는 하다보면 돈이 벌리고 좋은데 쓸 수 있다. (정치는) 해볼만큼 했다. 근데 안 돼. 너무 불행하게도 누군가 해줘야 하는데….

나는 연정까지 했다. 내가 말하는 플랫폼이 정치에선 연정이다. 플랫폼 위에서 죽이는 게 아니라, 셰어를 나누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겠네, 너 60 가져, 내가 40 가질게, 하는 식이다.

도지사하면서 연정했는데 그게 안 된다. 서로 죽여야 한다. 그런 공간에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재미있게 즐겁게 열정적으로 해보겠다.”

인터뷰를 마친 남경필 모두의건강 대표가 강남역 지하철로 걸어가고 있다. 출처=김병철/코인데스코코리아

인터뷰를 마친 남경필 모두의건강 대표가 지하철 강남역으로 걸어가고 있다. 출처=김병철/코인데스코코리아

남경필 대표는 1998년 부친 남평우 전 의원의 별세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한나라당)돼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33세로 정치를 시작한 그는 19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내리 5차례 경기 수원병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됐고,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조부인 남상학씨가 1959년 창업한 수원 ‘경남여객’은 아버지를 거쳐, 현재는 남 대표의 동생인 남경훈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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