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화제다. 최근 ‘사토시 사이클’이란 경제용어도 등장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추이와 비트코인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람들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용어다. 거래 기록이 ‘블록’이라는 단위로 정리돼 시간별로 이어진 것이 블록체인의 특징이다. 한 블록에는 앞의 블록과 뒤의 블록을 연결하는 정보가 포함돼 있고, 앞 블록의 내용을 변경하면 이어지는 모든 블록을 다시 생성해야 한다.

따라서 과거 블록의 내용을 조작하기 어렵다. 또한 블록체 인은 분산형 원장 구조이며, 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전체 거래 내역을 기록한 원장을 소유한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별도의 관리 기관 없이 분산된 거래 장부인 블록체인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시스템 유지 비용이 적고 해킹을 원천 차단하는 장점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공의 인물이 처음 소개한 뒤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연구·자문 회사 가트너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대치 극대화의 정점’ 초입에 있고 앞으로 5~10년 내에 시장의 주류를 이루며 다양한 상용 서비스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들도 블록 체인 기술이 분산 원장이라는 특성과 보안 인증의 강점을 통해 향후 금융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활용 분야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블록체인에 조금 다른 느낌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의 전부라고 인식하며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여긴다. 여기서는 블록체인 관련 글로벌 시장의 현황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서 잠재력을 이야기하려 한다.

금융 분야에서 시작된 글로벌 시장경쟁







블록체인 기술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장 먼저 도입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를 중심으로 중앙은행, 시중은행,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기업, IT 기업 등 많은 회사에서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이며 연합체를 구성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2016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장점은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업데이트하는 절차를 암호화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증권 분야에 도입하면 비용과 거래 위험 요소를 줄 여 약 400억달러(약 44조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런 효과를 누리려면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쏟아야 하고 규제 기관의 활발한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서도 다양한 기업과 단체들이 솔루션 개발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협력하고 있다. 컨소시엄의 목적과 분야는 금융서비스, 표준화와 규 정,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플랫폼,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로서의 블록체인 (BaaS·Blockchain-as-a-Service), 보험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상용화 과정은 개념증명(Proof of Concept)을 거쳐 상용화를 타진하고, 운영모델을 확립하며, 비즈니스 사례를 창출해 상품화 단계로 이동한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함께 나왔지만, 현재는 화폐나 금융 분야를 벗어나 수많은 비금융 산업에서 응용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금융 분야로 더 많이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분석 기관들의 향후 시장규모 추정은 아직 보수적이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성에 대한 확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률은 암호화폐의 거래 확대와 산업에서의 응용을 고려해 연평균 25.9~63%로 전망한다. ‘트랜스패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는 글로벌 시장규모가 200억달러가 되는 시점을 2024년으로 내다본다. 분석기관 중 가장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오토노머스 리서치(Autonomous Research)는 이 시점을 2030년으로 전망한다. 국내시장 역시 현재는 암호화폐가 주도하는데 2018년부터 물류, 의료, 공공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은 산업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가 있는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음악에 적용한 ‘오푸스’의 홈페이지.

 

시장 활성화 방안


국내에서는 2017년 5월 중순 이후 암호화폐 투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비트코인의 거래액은 전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 까지 올랐다. 이 중 이더리움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2016년 하반기보다 590배가량 늘어나 세계 최대 규모로 커졌다. 세계 10대 거래소 중 2곳이 한국에 있을 정도다.

국내시장에선 금융권 중심으로 기술 도입을 위한 제휴와 투자가 확대되고 있 으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업체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거나 적용하는 사업은 아직 시장 형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국내시장에서 주로 추진되는 사업은 정부·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소규모 기술 검증과 시범사업이다. 비금융 분야의 블록체인 사업은 제조·유통 등 물류, 의료 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헬스케어, 행정 문서 관리, 투표 등 공공서비스, 태양열에너지 생산·판매 등에서 시도 되는 기술 검증이 주를 이룬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은 20여 개, 전문가와 종사자 는 300여 명 수준으로, 관련 기업 육성과 인력 개발이 시급한 형편이다.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시작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이제 제조업, 공공서 비스 등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 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의 확장성과 안정성에 비판적인 의견도 여전히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기에는 현실적인 기술 검증이 필요해, 아직은 제약 사항이 많다. 국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상용화가 2020년께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 보안성, 투명성의 특징이 있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활성화 정책이 요구된다. 우선 선도적인 시장 창출과 시장 확대의 선순환 구조 확립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핵심 기술을 확보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블록체인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협업 거버넌스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은 신뢰성과 투명성에 있다. 모든 사회, 경제, 정치 시스템은 신뢰의 문제에서 시작해 신뢰의 문제로 끝난다.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사회 에서는 가치 교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더불어 국가도 성장하지 못한다. 신뢰 기술인 블록체인은 사회경제의 토대를 재구축하는 혁신 기반이 될 것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산업혁명은 기술에서 시작해 문화로 정착하며, 새로운 문화적 기반 위에 새로운 기술이 진화해나간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주도 기술은 지능정보 기술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에 인간의 인지, 학습, 추론 능력을 구현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능정보 기술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융합 기술이며, 산업별 디지털 혁신 전략과 결합해 새 정보통신기술 서비스를 탄생시킬 것이다. 대량생산 기계 중심의 20세기와 달리, 사람이 중심이 되는 21세기에 블록체인은 매우 적합한 기술이다.

암호화폐에 국한된 걸로 오해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실체가 모두 드러나지 않은 빙산과 같다. 블록체인 기술의 폭넓은 활용과 기술혁신에 근거한 새로운 시장 창출과 시장 확대 가능성, 기회는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책 당국과 기술기업, 연구계의 통합적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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