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생산자와 추천인에게 보상주는 SNS
이용자 SNS 정보로 ‘부 독점’ 페이스북 등에 반기
작성 뒤 일주일 지나면 ‘수정·삭제 불가


 

블록체인 에스엔에스(SNS) 스팀잇. 스팀잇 누리집(steemit.com) 갈무리.
블록체인 에스엔에스(SNS) 스팀잇. 스팀잇 누리집(steemit.com) 갈무리.

 

포털 블로그에 올린 맛집 리뷰든 페이스북에 올린 깊이 있는 분석글이든 이 ‘노동의 대가’는 ‘좋아요’나 ‘클릭 수’ 등을 통한 만족감뿐이다. 수고는 작성자가 하고 돈은 포털과 페이스북이 버는 셈이다. 동영상은 다른가? 유튜브에서 잘 나가는 크리에이터들이 벌어들이는 건 구독자 등을 바탕으로 유튜브와 계약해 받는 광고 수익일뿐 콘텐츠 자체 수익은 아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낼수록 ‘공룡’ 아이티(IT) 플랫폼만 배불리는 꼴이다.


내가 받은 ‘좋아요’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면 어떨까. 블록체인 에스엔에스(SNS) ‘스팀잇’(steemit)은 플랫폼의 수수료 없이 콘텐츠 생산자가 돈 버는 길을 텄다. 2016년 3월 백서를 발표한 뒤 가상통화(가상화폐) 열풍에 힘입어 대중에 알려진 스팀잇은 콘텐츠를 올리는 이들에게 ‘좋아요’ 숫자에 따라 가상통화로 보상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누구든 스팀잇에 가입하면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글을 읽은 독자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듯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업보트(upvote)’를 누를 수 있다. 스팀잇의 제작자들은 “스팀(Steem)은 커뮤니티에 주관적인 기여를 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고 투명하게 보상하려고 시도하는 최초의 가상통화”라고 백서에 밝힌 바 있다.


 

스팀잇 갈무리
스팀잇 갈무리

 

이런 스팀잇 생태계에서 통용되는 통화는 스팀(Steem), 스팀파워(Steem Power), 스팀달러(Steem Dollar) 세 가지다. ‘스팀’은 가상통화 거래소(취급업소)에서 시세가 결정되고 거래되는 대표적인 통화다. 스팀파워는 스팀잇에서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보유한 스팀파워가 많을수록 커뮤니티 안에서 영향력이 커진다. 즉, 이미 스팀잇 커뮤니티 안에서 영향력이 있는 이용자의 ‘좋아요’와 신규 가입자의 ‘좋아요’가 똑같은 1인 1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영향력이 큰 이용자가 업보트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더 크다. 스팀달러는 최소 1달러의 가치가 보장되도록 설계된 통화다. 스팀의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글을 올린 뒤 일주일이 지나면 일정 비율로 ‘스팀달러’와 ‘스팀파워’를 받는다. 이를 스팀으로 환전하면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비트코인처럼 아무나 스팀을 채굴할 수는 없다. 이용자들의 투표로 선출된 증인 20명이 3초마다 돌아가며 블록을 만든다. 이 증인들은 투표로 바뀔 수도 있다.


스팀잇이 굴러가려면 콘텐츠뿐만 아니라 구독자들도 많아야 한다. 스팀잇은 구독자들의 업보트를 누르는 활동도 장려하기 위해 추천인에게도 수익을 분배한다. 콘텐츠 전체 수익의 75%는 생산자에게, 25%는 추천인에게 돌아간다. 그러다보니 좋아요를 품앗이하듯 ‘맞보팅’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단, 보상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콘텐츠를 올린 날부터 1주일이다. 1주일 안에 호응받지 못한 글은 나중에 ‘재발견’되더라도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콘텐츠를 올린 지 7일이 지나면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다른 에스엔에스(SNS)와 큰 차별점이다. 블록체인 특성상 블록에 기입된 뒤 수정도 삭제도 불가능하다.


유료 콘텐츠 시장이 죽어버리거나, 플랫폼에 종속된 상황에서 콘텐츠 생산자들이 스팀잇에 관심이 커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만화가 강도하는 지난 1월 스팀잇 계정을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만화와 일상 생활 등의 콘텐츠를 올리며 스팀잇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약 한달간 스팀잇을 이용한 뒤 지난 7일엔 후기도 올렸다. 강 작가는 “87년 (잡지) 보물섬 데뷔니 잡지와 출판사, 플랫폼의 탄생과 소멸을 수 없이 지켜봤다. 플렛폼은 기간 차는 있어도 성장레일에 올라타 자정 없이 속도를 올리다 궤도를 이탈하는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지는 운명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작지만 가깝게 다가온, 견제와 자정의 필요와 기대를 품은 플랫폼의 존재는 반갑다”며 스팀잇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14일 오후 현재 이 글엔 168건의 업보트를 통해 60스팀달러가 모였다. 1스팀달러당 5달러 수준이니 환산하면 약 300달러(32만원)를 벌어들인 셈이다.


 

프리랜서 작가 김현욱씨는 스팀잇에서 받은 가상통화로 보육원 아이들을 후원한다. 스팀잇 갈무리.
프리랜서 작가 김현욱씨는 스팀잇에서 받은 가상통화로 보육원 아이들을 후원한다. 스팀잇 갈무리.

 

프리랜서 작가 김현욱(37)씨는 스팀잇에서 받은 스팀달러로 보육원 아이들을 후원한다. 김씨는 “이영학 사건 등으로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졌는데, 직접 후원하는 아이들을 만난 뒤 글을 쓰니 신뢰하는 분들이 늘어나 기부 금액도 커졌다”고 말했다. 김씨가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놀러다녀오기도 한 글 등을 올려 받은 가상통화를 원화로 환산하면 400여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스팀잇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보육원 봉사도 한다고 전했다.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공평한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스팀잇은 콘텐츠 유통의 유토피아일까? 최근 스팀잇엔 한국 이용자들도 늘고 있는데, 스팀잇 내 영향력을 가리키는 ‘스팀파워’의 차이 때문에 신규 진입자가 호응을 얻기 어렵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스팀잇의 한국인 증인이기도 한 조재우씨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계속 신규 작가들이 발굴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전문 콘텐츠 생산자도 좋지만 소소하게라도 열정과 즐거움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분들께 스팀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아이티(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스팀잇의 가치는 창업자가 실제로 존재하게 될 돈을 기반으로 한다”며 “모든 가상통화는 거품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했다.


스팀잇을 사용하는 스티머는 대략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스팀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방문자 수가 늘고 있다. 14일 기준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기업 알렉사가 낸 통계를 보면, 스팀잇 방문 국가 트래픽이 가장 높은 곳으로 미국(30.2%)에 이어 한국이 2위(10.7%)를 차지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324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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