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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GNT), 미스릴(MITH), 엘프(ELF), 트론(TRX), 아이콘(ICX), 비체인(VEN), 이오스(EOS) 등의 공통점은?

첫째, 알트코인.
둘째, 국내 거래소 상장.
셋째, 상장과 동시에 폭등 후 폭락.

지난해 12월 15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과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이 모인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암호화폐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당시 협회 측이 공개한 자율규제안의 주요 골자는 '신규 암호화폐 상장 유보', '마케팅 및 광고 중단'. '원화 예치금 100% 금융기관 예치', '보유 암호화폐 70% 콜드 스토리지 보관', '오프라인 상담센터 운영 의무화' 등이다.

이 중 '신규 암호화폐 상장 유보'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들이 "협회가 신규 암호화폐 상장을 묵인하고 있다"고 이야기 할 정도다.

협회 측이 자율규제안을 발표한 12월 15일 이후 현재까지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코인네스트 등)이 상장한 암호화폐는 줄잡아 51개(업비트 16개, 빗썸 5개, 고팍스 11개, 코인네스트 19개 등)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들이 상장 직후 폭등했다가 다시 순식간에 폭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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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암호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5시 업비트에 상장된 암호화폐 골렘의 경우 상장 1시간 전인 오후 4시경 0.294476달러(약 316원)에서 상장 직후 0.726093달러(약 779원)로 약 2.4배가 됐다.그로부터 2시간 후 0.586631달러(약 629원)로 급락했다. 현재는 0.4달러(약 429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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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빗썸에서 상장된 암호화폐 미스릴(MITH)은 빗썸 상장 직전까지 코인마켓캡 기준 0.22달러(약 236원)선으로 유일하게 중국 기반의 암호화폐 거래소 OKEx에서 거래되던 알트코인이었다. 하지만 빗썸 상장과 함께 0.754달러(약 809원)까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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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거래 가격 변화는 이보다 훨씬 극심했다. 초기 상장가인 250원에서 30분만에 약 110배 이상 급등한 2만8000원을 돌파했다. 2만8000원을 돌파한 미스릴은 이후 폭락을 거듭하며 상장 1시간만에 1730원선으로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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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미스릴 상장 직후 1159만원을 투자했다 급락으로 인해 원금이 29만원 남은 인증 사진이 올라오는 등 급등과 급락으로 인한 투자 원금 손실 인증글이 끊임없이 공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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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TRX)은 업비트에 상장되기 직전인 5일 오전 11시경 0.029153달러(약 31원) 불과했지만 그로부터 6시간 뒤인 오후 5시경 0.050131달러(약 53원)로 약 1.7배로 급등했다. 특히 다음날 오후 3시 빗썸 상장 직후 불과 30분만에 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0.037584달러(약 40원)로 하락했다.

이밖에도 비체인(VEN), 아이콘(ICX), 시빅(CVC),이오스(EOS) 등 암호화폐들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됨과 동시에 폭등·폭락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국내 거래소 관계자들은 "최근 협회로부터 신규 암호화폐 상장 계획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연락을 받았을뿐 사실상 암호화폐 상장을 묵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당초 거래소들의 신규 암호화폐 상장 유보에 대한 전제가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협회 차원의 대응이라는 점이며, 최근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죽었다라는 이야기도 나올만큼 이미 시장이 안정화됐기 때문에 각 거래소들의 상장 절차에 따라 상장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7일 협회의 발표에는 '거래소들이 정하고 있는 암호화폐 상장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며 "또한 거래소들이 자율규제안을 제대로 실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사 계획도 발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거래소들의 암호화폐 상장 정보가 미리 유출된 탓에 폭등과 폭락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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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상장 직전까지 꾸준히 거래량이 늘어나는 모습. 이미지 출처: 코인마켓캡

일례로 12일 오후 6시에 빗썸에서 상장한 미스릴은 10일 오후 12시경 기준 일 거래량이 1667만달러(약 178억원)에 불과했지만, 하루 뒤인 11일 오후 12시경에는 5180만달러(약 553억원)로 거래규모가 약 3.1배로 뛰었다. 이후 빗썸 상장 1시간 전인 12일 오후 5시에는 8347만달러(약 891억원)까지 늘어났다.

미스릴은 그동안 중국계 거래소인 OKEx에서만 거래됐다. 4월 중 빗썸 상장 이전에 가장 높은 거래량을 기록한 날은 지난 8일 새벽 4시경으로 4837만달러(약 516억원)였다.

13일 오후 5시에 업비트에서 상장된 골렘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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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상정 전 거래량이 적었지만 상장 이틀전부터 급격히 거래량이 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코인마켓캡

골렘은 최근 한달 내 550만달러(약 58억원)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했었지만, 상장 이틀전인 11일 오전 8시경 5559만달러(약 593억원)로 거래량이 약 10배가 됐다. 13일 오후 5시 업비트가 발표와 동시에 상장을 했지만, 이미 시장에서 매집된 골렘은 업비트로 매수·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가격 폭등과 폭락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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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업비트 상장 하루전부터 아이콘의 거래량이 급증했다. 이미지 출처: 코인마켓캡

미스릴과 골렘뿐만 아니라 비체인, 아이콘, 시빅, 이오스, 스팀 등도 국내 거래소 상장 전 비슷한 모습이 확인됐다.

이처럼 최근 한달내 거래량이 저조하던 암호화폐가 특정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대규모로 거래량이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상장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빗썸 측은 "거래소 상장 정보는 '코인 상장 심의 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지며, 소수의 내부 인원만이 해당 정보를 알게된다"라며 상장 전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이어  "빗썸은 암호화폐 상장에 있어서 기술적 가치와 잠재성만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업비트 측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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