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블록체인 새 수장 "쿠오럼이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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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Allison
Ian Allison 2018년 5월13일 09:56
크리스틴 모이. J.P. 모건 트위터


JP모건의 블록체인 사업을 이끌 신임 수장 크리스틴 모이(Christine Moy)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당장 산적한 문제만 해도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블록체인 업계의 핵심 인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앰버 발데트(Amber Baldet)가 JP모건을 떠나 아직 이름도 짓지 않은 베일에 싸인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뒤, 모이는 지난달 지금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발데트가 JP모건을 떠난다는 사실을 발표할 때쯤 JP모건이 쿠오럼(Quorum)을 독립시켜 운영하리라는 소문이 같이 돌았다. 쿠오럼은 이더리움 기반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JP모건 블록체인 사업의 주춧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로젝트다. (영지식 증명 등 앞선 기술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먼저 그런 소문이 돈다고 해서 쿠오럼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원래 JP모건 같은 대기업들은 실패한 프로젝트를 그냥 보류하면 했지, 이렇게 분사하거나 독립시켜 운영하는 법은 잘 없다.

쿠오럼은 분명 선구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지만, 스스로 이룩한 성공의 열매를 수확하는 데는 서툴렀는지도 모른다. 이미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동맹에만 해도 20개 넘는 조직이 쿠오럼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쿠오럼이 독립해서 진짜 오픈소스 프로토콜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허락하느냐는 사실 JP모건이 절대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도 퍼블릭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에 관한 문제가 결코 간단치 않은데, 특히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번 주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틴 모이는 JP모건의 다양한 분산원장 사업을 언급하며 쿠오럼에만 논의를 집중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오럼은) JP모건 블록체인 팀이 가장 흥미를 갖고 달려든 사업이라고 하기 어렵다. 분명 우리가 하는 일이 맞긴 하지만, 쿠오럼이 전부는 절대 아니다."

실제로 JP모건은 디지털애셋 홀딩스(Digital Asset Holdings), 액소니(Axoni), 니바우라(Nivaura) 등 여러 곳과 협력을 진행하는 등 쿠오럼 말고도 여러 중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쿠오럼을 어떻게 운영하고 처리할지는 그동안 그 중요성에 비해 줄곧 외면해 온 문제임이 틀림없다. 너무 늦지 않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크리스틴 모이의 존재는 JP모건에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쿠오럼을 비롯한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속속들이 잘 알 뿐 아니라, JP모건이 블록체인 기술에 발을 들이고 연구를 시작하게 한 장본인도 바로 모이였다. 지금 상황에서 그만한 적임자도 없을 것이다.

금융 안에서의 다양한 경험, 블록체인에서 꽃 피우나


JP모건에서 모이가 맡은 팀의 정식 명칭은 최고 블록체인 센터(Blockchain Centre of Excellence, BCOE)이다. 모이는 분산원장 기술 업계 전반이 씨름하고 있는 문제들을 푸는 데 필요한 지식을 직접 경험을 통해 쌓았다.

모이는 JP모건의 신디케이트 론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다. 신디케이트 론이란 금융기관들이 함께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의 대출인데, 모이가 맡은 일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융자에 참여한 모든 금융기관과 기업이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하고 교환해 확인하고 서명을 마쳤는지 최종적으로 꼼꼼히 확인하는 일이었다. 이 확인 작업이 워낙 오래 걸리는 탓에 신디케이트 론은 옛날 방식이 남아있는 금융 분야 안에서도 일 처리가 빨리 되지 않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계약서를 확인하고 서명한 뒤 실제 대출이 이뤄지기까지 보통 20일이 걸린다. 모이는 처음 하던 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실제 그 문서들을 일일이 팩스로 보내고 계약 확인하고 그런 작업을 했다. 그래서 그 절차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어 모이는 10년 넘게 JP모건에서 일하며 다양한 자산 운용, 투자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장을 완전히 집어삼켰을 때는 증권을 비롯해 한데 얽혀있는 각종 자산과 시스템 전반이 마비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기도 했다. 신디케이트 론 부서에서 일하면서 거래 속도의 중요성을 깨달은 데 이어 모이는 2008년 금융위기를 지켜보며 시스템 전반의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렇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교훈을 원칙으로 삼은 인재를 발데트도 일찌감치 알아봤다. 최고 블록체인 센터를 만들고 센터장이 된 뒤 발데트가 처음으로 데려온 사람이 바로 모이였다.

그러나 특히 JP모건처럼 수십 년간 끊임없이 인수, 합병, 분사를 거듭해 온 방대하고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면서 모이는 분산원장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lity)을 꼽았다. 특히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참여한 이들이 협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바로 상호 운용성이다. 모이는 코인데스크에 "각기 따로 일한 뒤 그 결과를 그저 취합해 늘어놓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 블록체인을 설계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어떤 작업을 블록체인에서 하든 그 블록체인에 관련된 주체들이 어떻게 접근하고 함께 운영할 것이며, 이 작업을 블록체인을 통해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하지 않고, 그저 따로따로 블록체인을 만들기만 한다면 기업이 고대하는 비용 절감이나 업무 능률 향상은 요원할 것이다."

오픈소스, 그리고 열린 마음자세


물론 블록체인은 은행과 금융권에 대단히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JP모건은 CEO가 직접 비트코인과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오픈소스 코드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쿠오럼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특히 금융기관을 비롯한 기업들이 암호화폐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에는 큰 관심을 보이며 여러 가지 실험을 했었다. 이때 금융기관들은 (당연하지만)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드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여야만 한다는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졌다. 몇몇 이더리움 지지자들은 가치를 주고받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생태계 탄생을 앞에 두고 우리는 인터넷의 역사에 비유하면 이제 겨우 PC 통신 시대를 지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민간 영역이었던 금융 세계와 퍼블릭 블록체인을 잇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지만, 최근 프로토콜 스택 구조를 새로 발표한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동맹(EEA)은 이더리움 재단과 개발자들의 폭넓은 지원을 등에 업고 실제로 금융과 퍼블릭 블록체인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모이는 이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신은 어떤 블록체인, 혹은 어떤 프로토콜이 쓰여야 하는지에 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거나 중립적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퍼블릭 블록체인에 관련해 일어나는 수많은 혁신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더리움과 다른 이더리움이라고 해도 계속해서 꾸준히 연구하고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이를 익혀둬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에 접목하거나 도움이 될 수도 있는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고,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다시 하나로 합쳐질 수도 있는 일이다."

프로토콜에 관해서는 뚜렷한 호오가 없지만, 모이는 기업형 분산원장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블록들은 이미 다 갖춰졌다고 보고 있다.

"기업용 프로토콜이 우후죽순 선을 보이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 누구나 알아보는 몇몇 주요 프로토콜이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더는 미뤄둘 수 없는 쿠오럼 문제


다시 쿠오럼 문제로 돌아와 보면, 모이는 쿠오럼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커뮤니티가 함께 되살려낸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제 쿠오럼을 활용해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제품을 생산하려는 기업이나 개발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IHS 마킷(IHS Markit), 브로드리지(Broadridge), 시네크론(Synechron), ING, 블록앱스(BlockApps)까지, 모이는 쿠오럼을 활용한 기업이나 프로젝트 가운데 굵직굵직한 이름들을 직접 언급했다. 이밖에도 쿠오럼을 향한 관심은 상당히 뜨거운 수준이다. 세계적인 금융시장 데이터 회사인 IHS 마킷의 매니징 디렉터 존 올레스키는 쿠오럼이 JP모건이 낳은 작품이라는 점이 아무래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 쿠오럼이 점점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JP모건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후광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JP모건은 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나 개인정보 보호 등에 관한 규제에 맞춰 수위 자리를 지켜온 경험이 있는 은행이다. 이런 곳에서 만든 기술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검증은 거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JP모건이라는 굴지의 은행이 만든 기술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즉, 레드햇(Red Hat)이 리눅스(Linux) 이용자들을 지원하는 것처럼, 쿠오럼이 널리 보급되려면 각 기업이 이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데만 주력하는 전담팀이나 아예 회사가 필요한데, JP모건으로서는 사실 업계 표준을 만들어 각 기업에 보급하려고 쿠오럼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쿠오럼을 쓰는 회사들은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거나 버그를 발견하면 어딘가 전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지원 및 사후관리는 은행의 업무가 아니다.

JP모건이 쿠오럼을 독립시키려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JP모건 대변인은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투자도 늘리고 엔지니어도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모이는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부채를 조달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사업을 쿠오럼에서 시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모이가 이끄는 최고 블록체인 센터는 최근 쿠오럼에서 ERC-20 형태로 1억 5천만 달러어치 양키 CD(Yankee certificate of deposit, 미국 달러로 표시되지만 외국 은행에서 발행하는 양도성 예금증서)를 발행했다. ERC-20은 이더리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ICO로 발행하는 토큰 표준이다.

해당 스마트 계약에는 양도성 예금증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가장 중요한 증권 발급과 결제에 관한 원칙도 담겨 있다. 즉, 투자자들은 대금을 지급해야만 양도성 예금증서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원장을 공유해 운영할 때 어떻게 해야 제때 대금을 지급하도록 할지에 관해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어음을 청산하거나 결제를 마칠 때나 무조건 돈이 돌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모이는 또한, 양키 CD 발행 실험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변화와 개방에 물꼬를 터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지금 블록체인 상에서 아주 전통적인 금융 상품을 발행한 것이다. 이제 다음 단계로, 시험이 아닌 실전에서 자산관리사가 이런 상품을 다룰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과정은 어떨 것이며, 어떤 식으로 펀드가 조성되고, 관련된 시장은 전반적으로 어떤 모습을 띨 것인지 하나씩 검토하고 살펴봐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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