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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이 단 2명이 전체 물량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신규 코인 '팝체인'을 상장하려다 논란이 커지자 돌연 상장을 취소했다.

빗썸은 지난 15일 오후 3시 공지를 통해 17일 빗썸PRO를 통해 '팝체인'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빗썸PRO는 빗썸이 기존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의 유저인터페이스(UI)와 기능을 개선한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다.

빗썸은 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에 상장할 팝체인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유통 서비스 플랫폼으로,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기존 유통사 중심의 산업 구조를 바꾸고 중간 매개자를 없애 창작자와 소비자간의 이익 증대를 목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팝체인 측에 따르면, 총 발행량은 20억개로, 작업증명(PoW)과 지분증명(Po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합의 알고리듬을 도입했다. 즉 개인이 컴퓨터를 이용한 채굴(블록생성)과, 해당 토큰을 보유해 블록생성 기여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다. 깃허브(Github)에 공개된 팝체인 로드맵에 따르면, 팝체인은 지난해 11월 메인넷 개발을 완료(공개는 안됐다)했고, 올해 3월 팝체인 사이트 및 백서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4월 이더리움 기반의 ERC20 토큰 20억개를 발행했으며, 올 3분기에 메인넷 출시와 함께 ERC20 토큰을 팝코인으로 1:1 교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팝체인 전체 코인 물량을 현재 18명(정확히는 18개 지갑)이 나눠갖고 있고, 이 중 2명(2개 지갑)이 약 92%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소수 인원이 코인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빗썸 상장 후 시세조종에 따른 일반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혹이 15일부터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팝체인, 이더스캔
팝체인 보유 지갑. 이미지 출처: 이더스캔

ERC20 토큰의 모든 트랜잭션을 확인할 수 있는 이더스캔을 통해 확인한 결과, 팝체인이 발행한 20억개의 토큰은 지난 15일 오후 6시 현재 18개 지갑에 분산 보관 중이고, 이중 2개의 지갑이 전체 물량의 91.77%에 달하는 18억3548만7999개를 보유 중이다. 16일 오전 11시 현재 토큰은 129개 지갑에 분산됐다. 15일까지 가장 많은 토큰을 보유하던 지갑 주소(0x51e147a9ff3178676eb7e65a44c08507a1800d6e)의 전송 내역을 확인한 결과 빗썸 상장 발표 이후 논란이 커지자 다른 지갑으로 보유 토큰을 분산시킨 것으로 보인다.

팝체인
팝체인 코인 분배 기준. 이미지 출처: 팝체인

팝체인 백서에 따르면, 전체 팝코인 중 30%는 6개월 동안 보유 물량 중 50%를 락업(매도 금지)하는 조건으로 프라이빗세일을 진행했으며, 15%는 파트너 물량, 40%는 채굴(50%는 PoW, 50%는 PoS), 나머지 15%는 12개월동안 100% 락업을 조건으로 한 개발자와 재단 물량이다.

팝체인 측이 밝힌 정보를 토대로 지갑 주소를 추정해보자면 전체 물량의 40%인 8억개를 보유 중인 '0x1dc8ca95ad26feb1a167609237492a94d96a8006'은 채굴 용도이며, 15%인 3억개를 보유한 '0x0145fe64655210ca4e164bddff1070791e7451b3'은 파트너 물량, '0x22a27a36f4f1443a4fbfa3c8ec06bd4ca35d3a59'와 '0x8579a0e10bbe98c7adbcf43e536384f5f66e8705'은 각각 2억개와 1억개로 개발자와 재단 물량으로 보인다.

이 중 15%인 3억개는 개발자와 재단 물량으로 12개월 락업인 만큼 당장 시장에 풀릴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개발자와 재단 물량, 채굴 물량 8억개, 팝체인이 최초 발행된 4월30일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프라이빗세일 물량 6억개 중 락업 된 3억개 등 11억개를 제외한 9억개의 물량은 빗썸 상장 즉시 곧바로 매도 가능하다.

이처럼 극소수의 인원이 보유한(지갑 주소를 129개로 분산시켰어도, 블록체인 상에서는 1명이 다수의 지갑을 보유할 수 있다)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가격 조작 가능성을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프라이빗세일이나 퍼블릭세일(ICO)을 진행한 경우 적어도 수백명에서 수천, 수만명 이상의 투자자들이 토큰을 구입하게 된다. 프라이빗세일이나 ICO를 통해서 토큰을 구입한 투자자들은 거래소 상장 이후 해당 토큰을 매도 할 수 있으며, 매수와 매도 물량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여기에 깃허브에 올라와 있는 팝체인 개발자와 업데이트 이력, 소스코드는 의혹을 더욱 키웠다.

팝체인, BTHB
팝체인 개발자 중 빗썸코인(BTHB)에 참여한 개발자. 이미지 출처: BTHB

깃허브에 등록된 팝체인 개발자는 모두 6명으로, 이 중 4명의 개발자(liangqi1983, sumingrui, kwuaint, lialvin)는 'UlordChain'이라는 블록체인 개발 프로젝트에 소속돼 동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kwuaint를 사용하는 개발자는 ULordChain뿐만 아니라, 빗썸의 싱가포르 자회사 '비버스터'가 진행한 빗썸코인(BTHB)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이 자기 회사와 관계가 있는 코인을 상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깃허브에 등록된 팝체인 소스코드와 업데이트는 지금까지 총 88건이다. 이중 32건이 빗썸 상장이 발표된 15일 이후 불과 한 나절 만에 이뤄졌다. 빗썸 상장 계획이 발표 이후 팝체인이 모네로와 UlordChain의 소스코드를 그대로 배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황급히 업데이트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빗썸은 16일 오후 12시48분에 공지를 통해 “빗썸의 회원님들이 유망한 암호화폐들을 해외보다 먼저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팝체인(PCH)을 빗썸에 상장시키고자 준비해왔다”며 “확인되지 않는 여러가지 허위 사실들이 시장에 유포되어, 해당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빗썸은 “예정한 일정으로 팝체인 상장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바, 빗썸은 타 거래소에 팝체인 상장 결정이 된 후에 빗썸에서의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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