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Radical Market' 저자 글렌 웨일 박사와 함께


'제곱투표'로 새로운 이더리움 지배구조 모색


 

사람들은 이더리움 하면 대개 프로토콜을 개발한 덕에 지금은 아마도 백만장자가 됐을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을 같이 떠올린다.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의사결정 과정이 어느 정도 탈중앙화되어있긴 하지만, 부테린이 여전히 일종의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이더리움 기술의 앞날에 대해 다들 할 말이 참으로 많다.

최근 새로운 형태의 채굴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문제나 몇 가지 취약점으로 인해 동결된 자금을 복원하는 문제 등 커뮤니티 내에서 논쟁을 촉발한 제안과 논의가 있고 나서 이더리움 프로토콜의 의사결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여러 제안의 장단점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계속되는 사이 부테린은 경제학자 글렌 웨일(Glen Weyl) 박사와 함께 이더리움 이용자를 위한 새로운 투표 방법을 실험해보기 시작했다. 부테린은 지난달 21일 블로그에 쓴 글에서 웨일 박사가 쓴 "급진적 시장(Radical Markets)"이라는 책에 언급된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논쟁이 끊이지 않는 주제에 대해 어떤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해 문제를 풀어볼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누었다.

최근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웨일은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제곱투표(quadratic voting)'가 어떻게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끌어내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도록 유도하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제곱투표에서는 참여자들에게 투표권이 동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이슈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은 사람은 투표권을 살 수 있다. 웨일은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이 그저 주어진 문제에 관해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밝히고 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수 있게 해주자는 아이디어가 바탕이 됐다."

이번 공동작업은 다른 이더리움 연구자들이 커뮤니티의 여론을 더 잘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던 와중에 발표되었다.

다른 이더리움 연구자들의 모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부테린은 블로그에서 탈중앙화된 의사결정에 관한 기존 제안들은 이더를 보유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위를 주거나, 더 많은 이해당사자를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투표 결과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가짜 계정이나 악의적인 행위자들의 공격에 취약하게 되는 약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부테린과 웨일은 제곱투표를 제안하면서 이는 탈중앙화된 지배구조의 다른 형태보다 더 "중도를 걷는 대안"이라고 적었다. 웨일은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제곱투표를 거치면 가장 많은 사람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커뮤니티 잇기


부테린과 웨일 두 사람의 글이 소개되기에 앞서 지난달 초 이더리움 관련 연구를 후원하는 비영리 단체 이더리움 재단은 웨일의 이론을 시험해보는 프로젝트에 대한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부테린과 웨일은 전체 내용을 공지하기 전에 투표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 힌트를 남겼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와 관련하여 (아마도 가상) 통화를 사용해 투표권을 사는데, 그 투표수의 제곱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웨일도 코인데스크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이 거래할 수 있는 투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나에게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도 그들에게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면 우리 모두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또한, 돈이 많은 몇몇 사람의 의견이 전체 여론을 좌지우지하며 왜곡하지 못하게 시스템은 1,000표 가격을 1,000,000 크레딧으로 책정해 투표 결과의 왜곡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주어지는 한 표에 몇 표를 더 살 때는 값이 비싸지 않지만, 한 명이 많은 표를 사게 되면 값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린 것이다)

이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웨일은 이것이 기술 기반 시스템에서 경제학 이론을 구현하는 전반적인 시도의 일부라고 말했다.

해결책이 우리가 정확히 원한 대로 나오지 않더라도, 그 메커니즘을 구상하고 만들어낸 커뮤니티는 블록체인 커뮤니티와 자연스러운 시너지를 내게 되기 때문에 두 커뮤니티 사이에 진정한 협력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웨일은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투표 모델을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에는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웨일은 이번 시도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 부테린이 속한 커뮤니티 사이의 더 깊은 협력관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믿고 있다.

'완벽한 균형'


이 두 커뮤니티는 모두 협력과 평등, 그리고 탈중앙화가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앞서 둘 사이에 접점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웨일은 궁극적인 목표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일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현재 지배구조가 그 가치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배구조에 관한 공식적인 원칙이나 기준이 부재한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지난 수년간 중요한 문제가 닥칠 때마다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어왔다. DAO 해킹이 대표적인 예인데, 심지어 이 문제에 관해 의견을 끝내 좁히지 못한 이들은 아예 메인 체인에서 갈라져 나가 이더리움 클래식을 만들기도 했다. 블록체인 위에서는 어느 정도 지배구조 원칙이 작동한다고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필요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 개빈 우드의 폴카도트(Polkadot) 같은 다른 프로토콜을 활용한 방법도 시험 중에 있다.

커뮤니티들은 좀처럼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한 표씩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논의하는 문제에 각자 걸린 이해관계가 달라 누군가에게는 더 중요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좀처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코인 하나당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오늘날 흔히 접하는 불평등 문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너무 많은 권력을 휘두르는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블록체인에서도 생겨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웨일은 결국 "두 가지 아이디어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제곱투표"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시스템으로부터 두 가지를 동시에 원한다. 즉 한편으로 평등주의가 실현된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며, 동시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정도가 문제에 따라 서로 다르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제곱투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신원 확인이 열쇠


이런 사항들을 감안하더라도, 언급한 시스템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 전에 풀어야 할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다.

예를 들면 웨일은 제곱투표는 투표 참여자들의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어야만 작동하며, 그렇지 못하면 조작에 영향을 받기 쉬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만일 한 사용자가 여러 계정을 이용해 부당하게 투표권을 팔 수 있게 되면 제곱투표가 구현하는 장점은 무용지물이 된다.

"블록체인에서 영원히 신원 확인을 할 수 없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블록체인은 그야말로 돈으로 모든 걸 사고파는 금권정치가 판치는 곳이 되고 말 것이며, 그런 상황은 당연히 블록체인 커뮤니티 사람들이 가졌던 이상과 들어맞지 않는다."

하지만 웨일은 온라인상에서 신원을 숨기고 정체성을 위장하는 문제가 블록체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걱정하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제곱투표 시스템이 이더리움 안에서 제도화되든 되지 않든 웨일은 블록체인이 앞으로 2차 투표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면밀히 조사하고, 가능하면 더 큰 정치 체제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한쪽에 있는 급진적인 메커니즘 설계 및 커뮤니티와 다른 쪽에 있는 이더리움 커뮤니티를 잇는 다리를 놓아보고자 지금 정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