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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캐시(ZenCash)를 공동 창업한 로버트 비글리오네(Robert Viglione)는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재정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젠캐시를 창업하기 전에 롭은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였고, 미군의 인공위성 레이더와 우주선, 전투 지원 부서에서 일하기도 했다.


암호화폐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라면 최근 일본 정부의 행보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일본 규제 당국이 이전과 태도를 바꾸어 미지의 영역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앞장서 도입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블록체인 경제의 선구자로 칭송받던 일본이 자국 경제 체제에 암호화폐를 들여도 될지에 대한 논의부터 처음부터 다시 하는 듯하다.

프라이버시 코인(privacy coins)의 현재 상태에 관한 논의를 보면 일본 정부의 태도가 얼마나 급격하게 변했는지 훨씬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지난주 초, 일본 금융청(FSA)은 오는 18일부터 사용자가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거래소들은 대부분 규제 당국의 방침에 따라 모네로(XMR), 대시(dash), 어거 레퓨테이션(REP), 그리고 제트캐시(ZEC) 등 주요 프라이버시 코인 4개를 거래 화폐 목록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규제 당국의 태도가 돌변한 원인으로 지난 1월 발생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CoinCheck) 해킹 사태를 꼽는다. 당시 코인체크는 해킹으로 총 5억 2,300만 넴(NEM) 토큰을 도난당했다. 우리돈 5,600억 원어치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해킹 사태의 여파가 결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고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보고 있다.

나는 앞으로 특히 프라이버시 코인을 다루거나 익명성에 관한 사업을 하는 암호화폐 회사들이 일본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살아남으려면 프라이버시 코인이 가져다줄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점을 덮고도 남을 장점을 모든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물론 전체 경제 시스템이 함께 누릴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한 규제 당국의 칼끝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프라이버시 코인과 익명성을 위한 변론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자. 만약 암호화폐 전문가에게 암호화폐의 근간을 이루는 특성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전문가는 아마도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불변성(immutability), 다른 재화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체 가능성(fungibility),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그리고 기밀을 보장하는 특성(confidentiality) 등을 언급할 것이다. 얼핏 이 특징들은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암호화폐 산업이 성공하는 데 하나같이 중요한 특징들이다.

정말로 탈중앙화된 플랫폼이라면 중앙화된 조직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끼어들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들의 기밀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 에퀴팩스나 페이스북 스캔들을 겪고 난 뒤 디지털상에서 개인의 신원을 보호하는 것은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사실, 이미 올 한해만 해도 지금까지 대략 12,198,657건의 개인 기록이 노출되었으며, 이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 보안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로 이보다 더 결정적인 근거가 또 있을까? 개인의 귀중한 신원 정보를 이용하려는 다국적기업(아니면 해커들)으로부터 일반 대중을 보호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또한, 플랫폼이 진정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하려면 지금까지 화폐 거래에서는 본 적 없는 수준의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그러려면 입력한 신원 정보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장치가 꼭 있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전체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거래 당사자의 정보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표면상으로는 비트코인부터 이더리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암호화폐가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쁜 마음을 먹은 이들은 최근 이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들은 이제 거래 당사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그 개인의 암호화폐 거래기록 전체를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됐다.

더이상 전통적인 코인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미래의 화폐, 미래의 거래는 강력한 암호로 거래 당사자와 이용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희생양이 된 프라이버시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금융청은 프라이버시 코인에 관해 범죄자들이 익명의 탈을 쓰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프라이버시 코인을 금지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일리 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코인체크를 해킹한 범인을 찾는 데 익명성은 일본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걸림돌이었고, 범죄자들이 숨을 수 있는 보호막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전체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우선 왜 이런 해킹이 일어났는지부터 생각해보자.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익명성 때문에 해킹이 일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일본 금융청이 코인체크 해킹을 빌미로 프라이버시 코인을 때려잡을 생각이라면 프라이버시 코인은 그저 운 나쁜 희생양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암호화폐 회사들이 앞장서서 규제 당국을 설득해야 한다. 즉, 프라이버시 코인은 블록체인 산업에 득이 되면 됐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일본 금융청의 이번 결정은 규제 당국이 프라이버시 코인과 프라이버시 코인이 잠재적으로 암호화폐 생태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특징 전반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들은 적극적으로 규제 당국을 설득함으로써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앞으로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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