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사이퍼
좌측부터 김종호, 김민석, 송범근. 사진 박근모 기자

 

블록체인에 푹 빠진 대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블록체인에 미친 '기술 바보'라고 부른다. 서울대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를 처음 만든 김종호 해치랩스 대표, 김민석 해치랩스 최고운영책임자(COO), 송범근 디콘 공동창업자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디사이퍼는 올해 2월 김종호 대표가 블록체인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자 생각이 같은 소수의 멤버들과 함께 만든 서울대 유일의 블록체인 학회다. 현재 디사이퍼의 회원 수는 총 35명. 문과, 이공대, 졸업생 등 소속의 제한 없이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송범근 디콘 공동창업자는 "나는 경제학을 전공한 문돌이지만 블록체인을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해보고자 디사이퍼에 가입하게 됐다"라며 "디사이퍼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블록체인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자 하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사이퍼는 블록체인 기술 연구를 위한 학회인 만큼 가입하고자 한다면 블록체인을 지나가는 유행쯤으로 취급하거나 취직을 위한 이력서 기재용으로 생각한다면 안된다는 것이다. 디사이퍼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 분야 중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를 정해 발표를 해야 한다. 발표 후 투표를 진행하며, 투표 결과에 따라 디사이퍼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 송범근 대표는 "발표 내용이 좋고 나쁨에 따라 가입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디사이퍼는 학부생 14명, 대학원생 11명, 졸업생 10명 등 총 35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60%는 컴퓨터 공학 계통을 전공했지만, 나머지 40%는 문과 계열을 전공한 '문돌이'이다.

송범근 공동창업자는 "블록체인은 순수 기술(tech)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철학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 있다"며 "디사이퍼에는 공돌이뿐만 아니라 문돌이도 있는 만큼 블록체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디사이퍼에서는 ▲ICO(암호화폐공개) 모델 ▲EVM(이더리움 가상머신) ▲토큰 이코노미 ▲스케일러빌리티(scalability, 확장성) ▲댑(Dapp) 개발 ▲스마트컨트랙트 분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송 공동창업자는 디사이퍼에서 토큰 이코노미 팀장을 맡고 있으며,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준비 중인 기업을 위한 토큰 이코노미 설계 스타트업 '디콘'을 창업했다. 그는 "디사이퍼에서 토큰 이코노미 연구와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디콘을 만들게 됐다"며 "아이디어는 있지만 토큰이코노미를 구체적으로 설계하지 못한 기업에게 우리 연구결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호 해치랩스 대표는 디사이퍼를 처음 만든 이다.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출신인 김종호 대표는 데이트 장소 추천 서비스 '비트윈 데이트'를 개발했으며, 스마트 공기측정기 '어웨어(awair)'를 만든 미국의 스타트업 '비트파인더(Bitfinder)'에서도 일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알게되면서 푹 빠지게 됐고,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연구를 하기 위해 디사이퍼를 만들게 됐다. 디사이퍼에서 스마트컨트랙트 연구에 집중하다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분석 스타트업 '해치랩스' 창업까지 이어졌다.

김민석 해치랩스 COO는 "디사이퍼에는 서울대 출신이 아니지만, 블록체인을 공부하고자 가입한 나 같은 학생들이 3~5명 존재한다. 디사이퍼에서 블록체인을 연구하다 종호를 만나게 됐고, 그 중에서 스마트컨트랙트를 함께 연구하다 해치랩스를 창업하게 됐다"며 "현재 스마트컨트랙트 기술을 주로 ICO에 이용하는데, 이조차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동안 디사이퍼에서 연구한 스마트컨트랙트 기술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스마트컨트랙트가 무엇인지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디사이퍼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블록체인 분야를 연구하는 이들이 있다. 오는 8월11일에는 그동안의 블록체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컨퍼런스 개최를 통해 디사이퍼의 블록체인 기술 역량을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송범근 대표와 김민석 COO는 "디사이퍼는 블록체인에 제대로 미친 기술 바보들이 모인 곳이다. 국내외 블록체인 업계에서 디사이퍼 출신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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