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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3가 또 한 차례 의미 있는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보험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공고히 하고 나섰다. 처브(Chubb), 마시(Marsh), 리버티 뮤추얼(Liberty Mutual) 등 굵직한 대형 보험사들을 회원사로 거느린 보험사 컨소시엄 리스크블록(RiskBlock Alliance)이 R3가 만든 분산원장 플랫폼 코다(Corda)를 이용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유럽 재보험사들의 컨소시엄인 B3i가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에서 코다로 플랫폼을 갈아타기로 한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리스크블록과의 계약까지 성사하면서 사실상 보험업계의 이름 있는 업체들은 전부 다 코다를 사용하게 되었다. 앞서 어니스트앤영(EY)과 머스크(Maersk)가 개발한 해운 보험 인슈어웨이브(Insurwave), 인도와 이탈리아 정부가 주도하는 보험 계획도 코다 플랫폼을 채택한 바 있다.

보험업계 내 자체 연구 및 교육 네트워크인 더 인스티튜트(The Institutes)의 주도로 리스크블록이 출범한 것은 지난해의 일이지만, 리스크블록 안에서 분산원장 기술을 전담하는 팀은 이미 2년 전부터 기업형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시험해 왔다. 앞서 올해 초 리스크블록은 잠재적인 분산원장 플랫폼 후보를 (JP모건 체이스가 개발한) 쿠오럼(Quorum), 하이퍼레저 패브릭, 코다, 그리고 디지털 에셋(Digital Asset)으로 압축했다.

리스크블록의 부회장인 패트릭 슈미드는 코인데스크에 "강도 높은 검증 절차를 거쳐 수많은 항목을 비교한 끝에 좁혀진 최종 후보 두 곳은 코다와 디지털 에셋이었다"고 말했다.

정말 누가 선택되어도 이상할 것 없을 만큼 치열했다. 항목별로도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고, 아직 정확한 세부 결과는 우리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코다로 결정했고, 리스크블록이 코다에서 분산원장 플랫폼을 만들기로 한 것은 확정됐다.

리스크블록은 이더리움 기업동맹(EEA)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이더리움 기업동맹은 프라이빗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초기 개념 증명(proofs-of-concept)을 개발하고 시험했다. 하지만 리스크블록은 올해 들어 회원사들과 몇몇 잠재적 제휴 업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끝에 진로를 수정했다.

슈미드는 리스크블록에 참여한 보험사들에 프라이버시가 특히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프라이버시는 퍼블릭 네트워크에서 갈라져 나온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보장하기 어려운 요인이었다.

"이더리움 플랫폼을 시험해보니 보험사들이 스마트 계약과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접목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다만 리스크블록 회원사들은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한다는 사실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니라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변형해 개발한 이더리움에서도 아무리 암호를 걸고 해시 처리를 했다지만 여전히 모든 노드에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개념 자체를 기업들은 너무 싫어했다."

리스크블록이 보험 관련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운전자들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보험 증명(proofs of insurance), 고객이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려 할 때 더 효과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법, 사고가 났을 때 일단 내가 가입한 보험사가 내게 보상금을 지불하고 나중에 사고를 낸 상대방의 보험사에 그 비용을 청구해 돌려받는 이른바 대위 변제(subrogation), 블록체인 기반 차액 결제(net-settlement), 미리 정해놓은 기준을 넘는 수준의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보험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것과 같은 기준 보험(parametric insurance) 등이 모두 포함된다.

슈미드는 "이 모든 기술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며, "그 가운데 특히 보험 증명이나 보험 청구 시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술은 올여름 안에 개발이 완료돼 보험사들이 실제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과 상호운용성


은행들의 컨소시엄에서 시작된 R3는 그동안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블록이 코다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R3에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다. R3는 이번 주에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발매할 예정이다.

R3에서 글로벌 보험 업계를 이끄는 라이언 러그는 프라이버시와 확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을 R3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지난 몇 달간 코다로 유입되는 보험사들이 꾸준히 늘었다. 프라이버시도 보장되면서 확장성 문제도 해결한 플랫폼이 코다라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인데, 코다에서 정보는 당사자들 사이에서만 공유된다. 거래와 관련 없는 이들은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없다. 코다는 또 보험사들이 서로 다른 데이터를 고객, 중개인, 보험사를 비롯해 관련된 당사자들 사이에서 투명하게 공유하는 동시에 데이터 자체는 안전하게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

또한, B3i가 하이퍼레저에서 코다로 갈아타기로 발표한 순간 또 다른 보험사들의 컨소시엄이 리스크블록도 코다를 채택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 슈미드의 설명에 따르면 리스크블록이 분산원장 플랫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호운용을 가급적 빨리 시행"하는 것이었다.

"유럽 재보험사들의 모임인 B3i와 인슈어웨이브를 비롯한 여러 보험업체가 잇달아 코다를 선택하게 되면서 자연히 우리의 선택지도 코다로 좁혀졌다고 볼 수 있다."

알리안츠(Allianz)와 애곤(Aegon), 스위스 재보험사(Swiss Re)가 연합해 만들었으며 AIG와 AIA 등이 참여한 B3i가 하이퍼레저에서 코다로 플랫폼을 바꾼 이유도 리스크블록이 내세운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B3i의 CTO마커스 트라트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개발자의 생산성, 상호운용성 등을 기준으로 플랫폼들을 다시 한번 살펴본 결과 코다가 보험업체가 접목해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플랫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보험사들끼리 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적 필요를 공감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트라트는 B3i의 목표는 그저 보험 업무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것보다 훨씬 원대하다며 제휴사, 제삼의 협력사들과 훨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블록체인상에서 여러 주체가 협력해 상호운용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른 플랫폼과 관련 회사들과도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Ian Allison 이안 앨리슨 기자는 코인데스크에 합류하기 전 와 에서 핀테크 분야를 담당했다. 2017년 스테이트 스트리트 데이터 혁신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한 앨리슨 기자는 DAO 토큰을 소량 구매했었지만, 이를 회수하지는 않았다. 앨리슨 기자는 현재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프로젝트 어디에도 투자한 자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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